올해부터 2018년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한국 방문의 해’다. 지난해 주춤했던 관광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국관광공사는 외래관광객 165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한국 관광 시장은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한국을 기피하던 관광객들은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고, 외래 관광객 수는 7년 만에 역전당했다. 메르스 탓만 할 수는 없다. 외부요인에 취약한 관광산업의 특성상 흔들리지 않는 뿌리는 그 지역만의 정체성에 있다. 또 외래 관광객 유치는 타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제공하고, 타국보다 나은 것을 제공하는 데서 시작한다. 즉, 한국만의 양식 ‘K-스타일’이 명확하게 타겟팅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K-스타일은 범람한다. K-Food, K-Culture, K-Pop, K-Food, K-Fashion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붙다 보니 그 정체성이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다. 케이(K)만 붙인다고 전부 한국적인 것일까. K-스타일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문체부 관계자는 “K-스타일은 문체부에서 규정한 단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파생된 단어다”라고 설명했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뚜렷한 B급 정서, 남들과는 다른 똘기라는 정확한 이미지로 세계인에 빠르게 각인됐다. 현재 한국 관광 시장을 점검해 보고, K-스타일도 강남스타일과 같은 파급력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봤다.

 

한국보다 일본? 지난해 관광객 수 7년 만의 역전패

지난해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던 관광객들은 이웃나라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관광업계에선 “지난해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던 여행객들이 상당수 일본으로 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일본은 1년 전에 비해 47% 늘어난 1974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같은 기간은 한국은 6.8% 감소한 1323만명을 기록했다. 7년 만에 역전을 당한 격이다. 한국은 외래 관광객 유치에 2009년 일본을 처음으로 앞지른 이후 줄곧 우위를 지켜왔다.

▲ 한국관광공사, 일본 관광청.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의하면 지난해 7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는 전년 동월 대비 26.6% 증가한 126만9700명으로 월간 통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인의 경우 전년대비 2배가 넘는 28만1200명이 일본을 찾았다.

일본에 관광객이 몰리는 주된 이유는 ‘엔저(低)효과’다. 특히 중국인은 위조품 걱정이 없는 일본 제품에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싹쓸이쇼핑(바쿠가이, 爆買い)족이 늘어났다. 엔저 외에도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정부 출범 이후 관광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정하고 비자제도 개선, 쇼핑 편의 확대, 하네다 공항 국제선 운항 증대 등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자국의 특색을 살린 여행상품 만들기에 공을 들인다. 코트라가 지난해 발행한 ‘일본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전략’에 의하면 방일 외래관광객 70% 이상은 단체관광객이다. 이들의 주 구매층인 30~40대 여성 관광객을 위해 ‘일본 요리 체험’을 강화했다. 일본을 찾는 외래 관광객은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여행상품을 선호했다. 온천 료칸(旅館) 코스, 고급 카이세키 요리, 전통 유카타 체험 등 일본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코스가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관광에 공들이는 이유는 그들도 한국만큼 관광의 수익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쯔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경기순환연구소에 의하면 2013년도 관광산업 규모는 GDP 기준 16.7조엔에 달했다. 이는 수송용 기계 산업(16.6조엔), 전기·전자 산업(16.4조엔)보다 더 크다. 또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의하면 여행 소비 등으로 발생하는 고용은 약 400만명으로 전기·전자(160만 명), 수송용 기계(110명)보다 월등히 앞서며 일자리도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K-스타일, 전통(Tradition)과 트렌드(Trend)의 공존

지난해 일본에 관광객 수가 뒤쳐졌다고 해서 한국 관광이 힘을 잃은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방한 관광객은 월 관광객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선 106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춘절 연휴에도 15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한국을 다녀갔다. 하지만 관광 특성상 국제정세나 질병과 같은 외부이슈의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때문에 외부 이슈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한국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선 K-스타일의 모호함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한국=한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2015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외국인들은 한국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로 ‘K-Pop’(20.1%)이 가장 높고, 한식(12.1%), IT 첨단산업(9.7%), 드라마(9.5%), 미용(9.2%) 등이 뒤를 이었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관광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 대중문화를 경험한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한식을 먹어보고 싶다’(54.9%),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51.6%), ‘한국 식품을 구매하고 싶다’(51%)고 대답했다.

▲ 2015 해외한류실태보고서.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그렇다면 한류는 어디까지라고 볼 수 있을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한류현상을 연구하는 이원희 연구위원은 “한류는 대중문화에서 확장해 한국어, 한옥, 전통문화 등 전반으로 확산해볼 수 있다. 하지만 메인 장르는 대중문화라고 본다”며 “북한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가 드라마, K-Pop 등의 대중문화가 한국을 세련된 곳이라는 이미지를 덧입혔다”고 설명했다.

한류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 대중문화라고 해도, 대중문화로 ‘K-스타일’ 전반을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K-스타일은 이전 ‘한스타일(Han-Style)’을 기반으로 한다. 문체부 지역전통문화과 관계자는 “한스타일은 2007년 우리나라의 6대 전통문화 콘텐츠 6H(한글·한식·한복·한지·한옥·한국음악 등)의 산업화 및 세계화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로 문체부에서 만들었다”며 “한스타일은 현대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데 범주적 한계가 있어서 K-스타일을 흔히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이상열 부연구위원은 “한스타일이 전통적이고 민족적인 요소에 집중했다면 K-스타일은 한류에 더 밀접하다”며 “스타일(Style)이라는 글자가 양식을 뜻한다. 민족성과 전통성을 강조하던 한스타일이 현대의 생활 및 유행의 양식까지 포괄해 K-스타일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k-스타일은 옛부터 있던 한국의 전통(K-Trandtional)과 현재 한국의 유행(K-Trend)이 공존 하는 양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행의 본질은 이질성에 있다. 자신의 문화와 다른 타국에서 느끼는 새로운 체험이 관광을 오게 하는 이유다. 그 나라만의 특성을 나타내는 전통문화에 기반한 산업과 체험이 트렌드와 맞물릴 때 케이스타일의 모호한 정체성은 보다 뚜렷해 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당장 눈앞의 트렌드만 쫓다가 간과할 수 있는 ‘전통성’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이 부연구위원은 “전통성을 과거의 것으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 전통문화는 과거부터 현재를 포괄한다. 언제나 존재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쌓이고, 재생산된다”며 “한국은 전통의 원형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일제강점기, 미군체제 통치, 도시화와 공업화 등의 과정을 거쳐 유입된 서구문물에 전통성을 상실했다는 인식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다시 전통적인 것을 보니 과거적 측면만 눈에 띄어 ‘보존’의 개념이 강해졌다. 현대 생활한복처럼,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전통 요소와 양식은 지키되 현대 일상에 맞게 변화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