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CEO가 지난 우리의 위기관리가 잘된 건지 못된 건지 외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 보라고 하시더군요. 저희가 직접 실행하긴 했지만 이번 위기관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잘 감이 서지 않습니다. 위기관리의 성공과 실패는 어떻게 판단하는 게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는 영어로 ‘Crisis Management’라고 부르죠. 이 ‘Management’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영’과도 같은 표현입니다. 경영을 잘하고 있는가, 못하고 있는가는 무엇으로 판단될까요? 여러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매출, 이익, 주가 등등의 숫자로도 판별 가능하고요, 직원들의 만족도나 여러 사회적인 가치창출에서도 경영의 성공 수준 판단이 가능하죠.

여기에서 저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영 목적과 목표에 관한 부분입니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로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내부적으로 정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가 존재했느냐가 전제조건이 되겠습니다. 그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이 되겠지요.

문제는 이런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가 사실 현장에서 종종 생략된다는 것입니다. ‘급해서 정신이 없는데 누가 그런 것까지 설정하겠어요? 그냥 공감하는 위급성이 존재하니까 우선 거기에 대응하고 보는 거죠’라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당연히 급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데만 신경을 써서 이를 평가할 기준이 아예 없는 거지요.

위기관리 후 여기저기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들어보는 소프트사운딩을 진행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기자, 거래처, 정부기관, NGO, 주주, 직원 등을 만나서 ‘저희의 이번 위기 대응이 적절했나요?’ 물어보는 거죠. 그 결과를 정리해 이런 면에서는 잘했고, 이런 면에서는 못했다는 평가 리포트를 만들곤 합니다. 상당히 주관적이기도 하고, 의견 각각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해서 리포트하기가 골치 아파지기도 합니다.

조언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은 이렇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추어 보면 답이 있을 것입니다. 매뉴얼에 보면 자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정의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어딘가에는 자사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의 목적과 상세한 목표들이 제시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사에서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가치들은 이것이라고 명기되어 있을 것입니다. 매번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평소에 깊은 고민을 통해 혹시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이런 부분에 대한 보호와 방어가 필요하다는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위기관리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좋습니다. 사내에서 누가 위기관리를 리드하더라도 그 보호할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성실하게 위기를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성패의 기준 설정은 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누가 위기관리의 성패를 판정하는가 하는 질문에 필자는 ‘CEO 또는 오너’가 한다고 답합니다. 어떤 기업은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위기관리에 대해 내부에서는 성공이라고 부릅니다. 오너가 그만하면 잘했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 반대도 존재합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 정도면 선방했다’는 의견을 내놓고는 하는데, 오너와 CEO는 영 못마땅한 경우입니다. 이는 내부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실패한 위기관리입니다.

더 정확히는 오너와 CEO ‘주변분들’이 해당 위기관리의 성패 판정을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너와 CEO에게는 상당히 많은 지인들이 있고, 그들에게 피드백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가 상당 부분 영향력을 가집니다. 그분들은 그럼 어떤 근거로 그 회사의 위기관리가 잘되었다, 못되었다고 평가할까요? 맞습니다. 언론을 통해서 대부분 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위기관리 평가에 대해 좋은 답을 얻고 싶다면 위기관리 사후에 언론으로부터 해당 위기관리가 잘되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만하면 됐다면서 지나간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언론 노출이나 언급들을 피하려고만 하는데, 이는 근시안적인 생각입니다.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고 난 뒤 이를 정확하게 분석해 칭찬하는 언론 기사는 수만명의 원군만큼 중요합니다. 즉, 오너와 CEO 그리고 언론을 잘 관리해야 위기관리는 성공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