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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상권 5 현장분석 ③신사동 가로수길] ‘젠트리피케이션’ 전형적 사례프랜차이즈‧플래그쉽 스토어 물결, “신사동 광고판 길”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16.03.10  17:37:41
   
▲ 출처= 이코노믹 리뷰 박정훈 기자

신사동 가로수길은 젊은 연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데이트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위치상으로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압구정 현대고등학교 앞을 지나는 2차선 은행나무길 거리를 뜻한다. 거리를 따라 일자로 늘어선 가로수들이 있기 때문에 ‘가로수길’이라고 불린다.

가로수길 주위에는 아기자기한 커피숍과 여러 맛집, 그리고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류 샵들이 곳곳에 즐비해 있어 다소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가을이면 낙엽이 내려앉은 거리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이에 관광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퍼진 유명세 때문이었는지 이곳은 영화 ‘청담보살’의 배경지로 잠깐 등장하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화요일 저녁 무렵의 가로수길은 매우 한산했다. 아니, 어쩌면 고요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추운 기운이 남아있는 계절 탓이었을까. 한편으로 눈에 들어왔던 것은 메인 거리의 풍경이었다. 그간 알려진 명성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뭔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광고판 거리 같았다고나 할까.

 

“장사요? 웬만하면 다른 곳에서 하세요”

직접 장사를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자그마한 수제버거 집으로 들어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11평 규모, 단층 그리고 6개의 테이블석이 마련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 A씨에게 요즘 장사하기에 어떠시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랬더니 “장사요? 어휴 말도 마세요, 경기가 나빠서 최악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래도 메르스나 세월호 같은 국가적 사건사고가 많았던 작년 재작년보다 조금 나아진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누가 좀 나아졌대요? 그거 좀 부러운데요. 잘 되는 곳은 계속 잘 되는가 모르겠다만,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정은 그저 계속 나빠지고 있을 뿐입니다”

   
▲ 출처= 이코노믹 리뷰 박정훈 기자

주인 A씨는 메인 거리에 조금이라도 인접한 매장의 경우 500만원~700만원의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경기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장사가 되는 곳은 거의 없거나 드물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소규모 상인들은 메인 거리에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며,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자리에 앉았으니 뭔가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저렴한 수제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8800원이었다.

신사동 인근 상권 임대료는 상승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3분기 강남권역의 상권 임대료는 압구정(▲8.6%)‧신사(▲2.6%)‧강남(▲0.7%)‧(삼성▼2.5%)등으로 대부분 소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한류 열풍으로 인해 강남 지역에 외국인(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이 증가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 출처= 소상공인포털 / 부동산 114

그러한 이유로 현재의 가로수 길은 다양한 편집숍과 더불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혹은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대거 들어서게 됐다. 실제로 가로수길 초입에서부터 약 한 200m를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곳만 세었을 때 약 30곳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서있었다. 가로수길은 번쩍거리는 화려함 보다는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낭만의 길이 아니었던가?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가로수길 상권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갔다.

“가로수 길은 광고 거리입니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면 부동산 정보에 대해서는 대개 많은 것을 알려주기를 꺼릴 것이라는 동료 기자의 조언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집에 노는 돈이 좀 있어 근처에서 물(?)장사를 할 곳을 찾아다니는 젊은이’로 콘셉트를 잡기로 했다. 그래서 강남 일대에서 장사를 좀 하려고 하는데 이근처가 나름 ‘핫플레이스’라고 들었다 하고 적당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하려고 하시죠? 가뜩이나 월세나 권리금도 비싼 곳인데... 가진 돈은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되물었다. 젊은 사람이 뭘 하겠는가 하며 무시하는 투가 느껴져 “돈은 있을 만큼 있으니 그런 건 신경 안쓰셔도 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재밌게도 이후에 대화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사무소 소장은 “여기 가로수길 메인 거리는 외국인들에게 선전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광고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매매든 상가임대든 개별 상인들의 출자 수준으로는 제반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죠”라고 말했다. 그러면 메인 거리로는 어렵더라도 골목으로 조금 들어간 곳은 어떤가 물었더니 1층 자리로 권리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이라는 나름의 파격조건을 내건 소형 프랜차이즈의 퓨전 이자카야를 추천했다.

   
▲ 출처=이코노믹 리뷰 박정훈 기자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장 취재 이전까지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것이 이론적인 설명 정도로만 다가왔었다. 공인중개사와의 대화를 마친 후, 다시 거리로 나와 풍경을 살펴봤다. 이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던 가로수길과의 이미지와는 대조된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신사동 가로수길의 땅값은 4.74% 상승해 서울시 평균인 4.09%를 웃돌았다. 상가 임대료도 상승했다. 이렇게 해서 이곳에 터를 잡고 있던 소상공인들은 땅을 팔고 이곳을 떠나거나 혹은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업장을 정리했다. 그렇게 이곳은 대기업들의 플래그쉽 스토어가 즐비한 광고판 거리가 됐다. 마치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한 사례가 된 듯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가로수길 메인 거리를 돌아다니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전보다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방금 전까지 구경하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나온 모자 가게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스냅백 3개를 사고 나오는 것을 봤다. 구경만 하고 나가는 나같은 손님보다 뭐라도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인 입장에서는 더 반가웠으리라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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