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오포

새 스마트폰을 살 때 무얼 먼저 고려하는가? 사람마다 다를 게 분명하다. 그래도 카메라 기능을 먼저 살펴본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항상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본 것을 이미지로 기록해두고, 서로 사진도 공유하는 일은 누구나의 일상이지 않은가. 카메라 기능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옛 휴대폰 카메라는 사실 형편없었다. 결과물 품질을 보면 차라리 일반 카메라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 휴대폰 카메라 기능은 거듭 발전했다. 사양이 높아졌고, 여러 부가 기능이 추가됐으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진화는 한 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까?

 

◆ “단순히 화소 수 높이는 건 철지난 트렌드야!”: 갤럭시S7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고 싶나. 가장 쉬운 방법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살펴보는 거다. 한창 예약가입을 받고 있는 갤럭시S7의 카메라 성능은 어떨까. 당신은 카메라 화소 수를 보고 생각한다. ‘의외로 안 높네.’

▲ 출처=삼성전자

그렇다. 전면 500만·후면 1200만 화소에 불과하다. 요즘 나오는 중저가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면 800만·후면 2100만 화소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숫자만 보고 갤럭시S7의 카메라를 폄하할 순 없다. 혁신은 디테일에 있다.

제일 핵심은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품었다는 거다. 최신 DSLR 카메라에나 사용되는 기술이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오토 포커스(AF) 기능 구현이 가능해진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피사체에 초점 못 맞춰 버벅거리는 법이 없다.

렌즈 조리개 값도 전면과 후면 모두 F1.7에 불과하다. 수치가 낮을수록 빛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사진을 두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두운 밤이나 실내에서는 빛이 부족해 사진이 흔들리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렌즈 조리개 값이 낮으면 이런 환경에서 조금은 더 유리하다.

▲ 출처=삼성전자

여기에 OIS(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더해진다. 그러니 어두운 환경에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런 자신감 덕분이었을까.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모바일 박람회 MWC 2016에서 암실 공간을 마련했다. 참관객들은 이 공간에 들러 갤럭시S7의 카메라 기능을 체험해봤다.

“OIS 기술 발달로 손을 떨게 돼도 사진이 흔들리게 나오지 않네요.” 체험 공간에서 나온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의 말이다. 갤럭시S7에는 어둠 속에서도 셀프카메라(셀카)가 흔들리지 않도록 디스플레이 광원을 플래시로 활용하는 ‘셀피 플래시’ 기능도 탑재했다.

이쯤 되면 화소 수가 낮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전작인 갤럭시S6보다도 화소 수가 떨어졌다니 무슨 일인가. 이유는 화소가 일정 정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노이즈 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이즈? 사진 품질을 갉아 먹는 검은 점들 말이다.

▲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디지털 갤러리 ‘Day & Night in 제주’를 운영 중이다. 갤럭시S7으로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제주도의 낮과 밤 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갤럭시S7은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는 완벽한 카메라 성능을 갖춘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맑은 날씨였다가도 금방 먹구름이 몰려오거나 어두워지는 제주도의 낮과 밤을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고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안태영 작가의 소감이다.

 

◆ “너희는 카메라 두 개? 우린 눈이 세 개야!” LG G5

‘스마트폰 카메라’ 하면 LG전자다. 카메라 기능에 많은 노력을 들인다. ‘전문가 촬영 모드’를 먼저 적용했던 것도 LG전자 아니었던가. 미러리스나 DSLR 카메라에서 지원하는 수동 모드를 스마트폰 카메라에도 구현한 거다. 조리개 값, 셔터 스피드, ISO 등을 수동 조작이 가능하다.

이번에 공개한 LG G5 역시도 카메라에 신경 쓴 모습이다. 일단 카메라 화소 수는 갤럭시S7을 앞지른다. 전면이 800만·후면 1600만 화소다. 조리개 값은 F1.8로 갤럭시S7 스펙에 약간 못 미친다. 앞에서도 숫자가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했다만.

▲ 출처=LG전자

삼성전자가 ‘듀얼 픽셀’을 내세웠다면 LG전자는 ‘듀얼 카메라’를 택했다. 후면에 화각이 다른 두 개의 카메라를 탑재했다는 거다. V10에도 전면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한 바 있지만 이번엔 후면이다. 일반 화각 카메라는 1600만 화소고, 135도 카메라는 800만 화소다.

광각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미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영역까지도 넓게 찍을 수 있다.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약 1.7배 넓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시야각이 약 120도임을 감안하면 사람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까지 촬영이 가능합니다.” LG전자의 설명이다.

G5의 카메라는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다. 무슨 말인가. 그 비밀은 제품 하단 매직 슬롯에 있다. G5는 신개념 스마트폰이다. 하단 기본 모듈을 빼고 다양한 모듈을 블록처럼 끼워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아직 얼마나 다양한 모듈이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말이다.

▲ 출처=LG전자

일단 두 가지 모델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는 카메라 그립 모듈 ‘LG 캠 플러스’다. G5에 장착하면 스마트폰을 마치 일반 카메라처럼 움켜쥐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손이 닿는 부분에 가죽느낌의 패턴과 소프트 필 코팅을 적용해 미끄러질 염려도 없다. 모듈엔 전원·셔터·녹화 등의 버튼이 있어 조작도 간편하다. 이 역시도 스마트폰 카메라의 진화 사례다.

 

◆ “우리 카메라는 180도 앞뒤로 회전한다고!” 화웨이 아너7i & 오포 N3

스마트폰 카메라에 아이디어를 넣어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는 ‘회전식 카메라’다. 제품에 카메라를 하나만 달아 앞뒤로 회전시켜 촬영하는 식이다. 화소 수 높은 카메라를 전면으로 돌려 셀카를 찍을 수 있으니 사진 품질이 뛰어나다. 셀카족을 노린 셈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아너7i가 그런 제품이다. 플립(Flip) 방식으로 180도 회전하는 카메라를 장착했다. 카메라는 1300만 화소다. 셀프 카메라를 찍을 수 있는 전면 카메라가 1000만 화소를 넘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 제품 가격은 1599위안(약 250달러)에 불과하다.

▲ 출처=화웨이

물론 카메라를 ‘접었다 폈다’ 하면 쉽게 고장 날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화웨이는 10만 번 이상 회전해도 거뜬하다고 전했다. 또 50kg의 하중을 견딜 만큼 튼튼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래도 왠지 아슬아슬한 인상을 풍긴다.

회전식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화웨이가 가장 먼저 만든 건 아니다. 그 전에 중국 오포가 만든 N 시리즈가 이 영역에선 먼저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출시된 오포 N3에는 206도 회전이 가능한 카메라가 달려 있다. 렌즈 조리개 값은 F2.2로 밝은 편이며 1600만 화소다.

▲ 출처=오포

회전식 카메라는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일일이 앞뒤로 돌려야 하니 말이다. 오포는 이런 불편을 줄이려고 카메라 앞뒤 전환을 자동화했다. 특히 자동회전을 하며 파노라마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렌즈가 피사체를 추적해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것도 된다. 또 오포는 N3를 사면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는 소형 리모컨까지 준다.

 

◆“세계 최고 화소 수 타이틀은 우리 것!” 오포 파인드7 & 메이투 V4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화소 수에 열정을 쏟는 업체들도 있다. 기록을 세우려는 열정이다. ‘세계 최고 화수 수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같은 것 말이다. 이 분야에선 후발주자인 중국 회사들이 관심이 많다. ‘최고 기록’을 세워 기술력을 입증해 보이려는 거다.

오포는 이 영역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2014년 연말에 공개한 파인드7은 엄청난 화소 수를 자랑하는 스마트폰이다. 겉모습은 다를 게 없는데 무려 5000만 화소다. 현존 스마트폰 카메라 중 당연히 최고 사양이다. 노키아 루미아의 4100만 화소라는 깨질 것 같지 않은 기록이 깨진 거다.

▲ 출처=오포

다만 허점이 있다. 사실 오포는 평범한 CMOS 이미지센서에 소프트웨어로 5000만 화소를 구현해냈다. 한 컷을 위해 여러 장을 자동으로 찍어 합성해 5000만 화소 이미지를 구현하는 식이다. 기술적으로 대단하다고 인정하기엔 어려운 방식이다.

한편 메이투 V4는 제품 전면에 21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제품이다. 후면도 아니고 전면이 2100만 화소라니. 후면에 2100만 화소 카메라를 채용했다고 해도 대단한 건데 전면에 이런 카메라를 채용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 출처=메이투

 

◆ “스마트폰 카메라 ‘끝판왕’이 될 테야!” 화웨이 & 라이카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은 계속될까? 최근 들려온 소식만 놓고 봐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달 화웨이가 라이카와 손을 잡았다. 라이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독일 카메라 제조사다. 카메라 애호가라면 하나쯤 갖고 싶은 전설의 명기들을 거느리고 있다.

▲ 출처=라이카

두 회사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유는 분명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제 값비싼 하이엔드 제품만 만들어내던 라이카의 기술력을 스마트폰에서도 만나볼 길이 열린 거다. 두 회사는 연구개발,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화웨이와의 기술 제휴는 광학 분야에서 이미 검증된 라이카 카메라의 전문지식을 새로운 제품군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올리버 칼트너 라이카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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