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기업이다. 대형 패널 시장에서 OLED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한편, LCD의 역사에서 시작된 고유의 킬러 본능을 성공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여기에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거침없는 발전 로드맵이 도발적인 매혹의 실루엣을 그린다는 평가다.

역사의 시작, 그리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LG디스플레이는 1995년 당시 LG LCD 2세대 라인업인 P1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이미 평판 디스플레이 양산체제에 돌입한 일본과 비교하면 크게 뒤쳐진 상황이었다.

이 대목에서 LG디스플레이는 기술 경쟁력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표준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을 추구하고 나섰다. LCD 생산 자체가 모듈형 조립공정의 특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민한 전략은 최근 일본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LG디스플레이의 건재함을 보장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광시야각 기술인 IPS(In-Plane Switching)와 터치센서를 내재화한 AIT(Advanced In-cell Touch), 회로 배선 성능을 한 단계 높인 구리배선기술 등으로 2006년 세계 최대 7세대 생산라인인 P7 공장을 선보이게 이른다. 이른바 파주 클러스터 구축의 결정적 장면이다. LCD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는 지표상으로 증명된다. 양산라인을 가동한 1995년 LG디스플레이 연간매출은 15억원에 불과했으나 10년 뒤인 2005년 10조원을 달성했으며, 다시 10년 뒤인 2014년에는 1995년보다 무려 1만7000배 이상 성장한 26조45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당장 인원 규모는 1995년 1170명에서 2015년 50배 이상 성장한 5만2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다. LCD 업계에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습이 시작되는 한편, 시장의 성장세 자체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초대형 TV, 초고해상도 모니터, 자동차용 및 사이니지(Signage) 디스플레이 등 일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LCD가 강점을 가질 여지가 있으나 그 이외의 영역에서는 그 성장 동력이 불투명해졌다.

이 대목에서 LG디스플레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형 패널 시장에서 OLED의 가능성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2022년에 283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예상하게 만드는 OLED는 가장 완벽한 ‘블랙(Black)’을 표현해 LCD가 구현할 수 없는 무한대의 명암비를 자랑한다는 평가다. 여기에 풍부하고 정확한 색 표현은 물론 LCD보다 1000배 빠른 응답 속도를 보유하고 있어 차세대 TV의 필수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OLED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자체발광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품었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 없으며 초박형 구현도 가능하다. 투명, 플렉서블, 벤더블과 같은 미래형 제품 구현에 최적의 디스플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물론 대형 패널, 즉 TV 시장의 미래가 무조건 OLED로 좁혀진다고 말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대형 패널, TV 시장에서 OLED의 점유율은 그 대상군을 전체, 혹은 프리미엄으로 나눠도 많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중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과 동맹군의 필요성, 그리고 OLED 스스로의 강점을 제대로 살려 정교한 시장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 천리지망을 펼치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SID(국제 정보디스플레이 학회, 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2015를 통해 자신들의 경쟁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미국 산호세 컨벤션 센터(San Jose Convention Center)에서 진행된 전시회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대거 공개했기 때문이다. Leading Technology, Great Design & Picture Quality, Differentiation이라는 3가지 테마로 출사표를 던진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TV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한 UHD 해상도의 55, 65, 77인치 OLED TV 3종 라인업을 포함해 1.3인치 원형 및 5.5인치 커브드 OLED와 양면 엣지 및 12.3인치의 차량용 플라스틱 OLED 등 말 그대로 다양한 OLED 제품들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곡률반경 30R을 구현할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18인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최초 공개된 바 있다. AIT(Advanced In-cell Touch)를 차량용 및 노트북 제품에까지 확대 적용했으며 액정재료와 배향기술을 바꾸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투과율을 최대 30% 높여 고해상도에서도 저소비전력 구동이 가능한 AH-IPS 플러스 기술도 보여줬다.

이는 지난해 IFA 2015에서 더욱 극적으로 설명됐다. LG디스플레이의 등장만으로 글로벌 대형 패널 시장이 OLED와 비(非) OLED로 나눠져 버렸다. PDP TV 진영을 대표하던 일본 파나소닉이 OLED 진영에 합류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2년 전 PDP TV 생산 중단을 선언한 파나소닉은 IFA 2015를 통해 4K OLED TV ‘TX-65CZ950’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적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중국의 스카이워스도 두께가 4.9㎜에 불과한 대화면 커브드 OLED TV 2대를 전시했고 하이얼도 55인치 커브드 OLED TV 1대를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IFA 2015에서 자사의 경쟁력을 더욱 정밀하게 보여줬다. 65인치 UHD(3840x2160) OLED 3장을 연이어 붙여 만들어낸 111인치 ‘S’자 형태의 ‘타일링 디스플레이(Tiling Display)를 비롯해 두께가 5.3㎜에 불과한 55인치 양면 디스플레이, 두께 1㎜ 이하의 55인치 월페이퍼 OLED도 연이어 공개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당시 한상범 사장(현 부회장)은 참석자들에게 통일신라시대 화가인 솔거의 ‘노송도’가 그려진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솔거는 붓으로 그린 나무그림에 새들이 진짜 나무인줄 알고 날아들게 만들었다는 전설의 화가다. OLED의 생생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한 사장은 “미래의 디스플레이는 언제 어디서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 인류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화질은 물론,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가 가능한 디스플레이가 미래 디스플레이고 이것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디스플레이가 바로 OLED”라고 강조해 커다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는 구조적으로 완벽한 컬러의 표현이 가능하고, 소재의 혁신을 통해 유연(Flexible/Roll-able)하며, 마지막으로 투명(Transparent)한 디스플레이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올레드 파트너스 데이(OLED Partner’s Day)를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중국 북경에 위치한 르네상스 캐피털 호텔에서 스카이워스, 콩카 등 6곳의 현지 TV 제조사와 주요 4개 유통 업체, 시상협회, 전자상회, 표준화연구원, 중국전자기업협회 등이 총출동한 본 자리에는 OLED 진영의 강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를 기점으로 더욱 탄탄한 생태계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구축된 대목도 중요하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중국 TV 업체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TV 업체들과 협력해 2008년 ‘IPS 캠프’와 2010년 ‘FPR 3D 연합’을 결성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바 있으며 파트너스 데이는 그 정점에 자리한다는 평가다.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ISE 2016은 LG디스플레이의 강점을 유난히 돋보인 행사였다.

공격적인 투자도 단행되고 있다. OLED 중심의 P10 공장 건설 등에 총 1조8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018년까지 대형 및 플렉서블 OLED 라인업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LCD 분야까지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공표한 상태에서 경상북도 구미공장에 1조500억원 규모의 6세대 플렉서블 OLED 신규라인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6세대 라인은 원장기판 투입 기준으로 월 7500장 생산 규모에 달한다. 2017년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참고로 P10 공장은 9세대 이상 초대형 OLED 생산라인과 플렉서블 OLED 라인으로 구성된 OLED 중심 공장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정부도 LG디스플레이의 야심을 거들고 나섰다. P9과 비교해 1.5배 크며 축구장 14개 부지에 100m 이상 높이로 건설되는 P10은 중소형부터 초대형 혁신 제품과 플렉서블 및 투명 디스플레이와 같은 모든 라인업을 총망라한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적기 생산능력 확보에 필수적인 전력수급과 공업용수 활용, 폐수종말처리장 등의 인프라 구축에 있어 신속한 행정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파주시도 LCD 일반산업단지 변경 계획 인허가 기간을 50% 이상 단축하는 등 전력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4600억원 규모의 8세대 OLED 라인 추가투자를 확정 공시하기도 했다.

왜 OLED인가?

LG디스플레이는 대형 패널을 중심으로 사실상 OLED에 생사의 출사표를 던졌다. OLED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는 지점에 주목했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있을까?

대형패널, 특히 TV 시장의 경우 OLED의 가능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LCD 대형 패널 시장의 어려움이 겹치며 그 성장세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아예 판을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중소형과 대형 시장 모두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며,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라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설명이다. TV의 기본 기술이 CRT→PDP→LCD에 이어 OLED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 대목에서 UHD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는 해석이다.

중소형 부문에서도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워치 및 자동차 기술 등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플렉서블의 발전적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나름의 준비를 통해 중소형 시장에서 의미 있는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외적인 환경의 변화도 OLED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미 LCD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그마저도 인수합병을 거듭하는 몇몇 기업의 손에 그 패권이 넘어갔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1988년 LCD TV를 세계 최초로 생산했던 일본의 샤프가 대만의 폭스콘에 인수되는 장면과 중국 BOE가 무려 10.5세대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대목이 극적이다. LCD 패널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그 매력도 반감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OLED로 차별화에 나서는 이유다. 중소형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가운데 대형을 기점으로 LG디스플레이의 시장 장악력이 강력하다.

결론적으로 LG디스플레이는 자사의 운명을, 디스플레이의 운명을 대형을 중심으로 OLED에 걸었다. 프리미엄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OLED의 매혹적인 자태가 새로운 시대를 알릴까.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