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속도가 지지부진한 한국 경제가 돌파구 마련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시장에서 시작된 불황이 내수까지 전염되며 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우려다. 경기지수 상 회복 신호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미약한 경제성장 속도

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16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미약한 경제성장 속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지수 상 회복 신호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성장률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긴 하나 전기비 성장률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경제성장률은 2015년 2분기 2.2%를 저점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해 왔다. 같은 해 4분기에는 3%대에 진입했다.

전기 대비 기준 경제성장률은 2015년 3분기에 정부지출 증가 등의 요인으로 1.3%의 호조를 보이기도 하였으나 4분기에는 0.6%로 낮아졌다.

특히 동행지수와 선행 지수가 모두 2015년 10월 이후 2016년 1월까지 확연한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 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5년 하반기 이후 기준치 100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0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로 반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경우에도 경기 침체에서 회복으로 전환되는 경기 전환점을 뚜렷하게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오히려 하락 추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소비 회복 시점 ‘불투명’

부문별 경제 동향을 살펴 보면 소비 동행 지표(소매판매액)가 침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향후 소비의 회복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 회복의 가능성이 점차 소멸되고 있다.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2015년 12월 3.9%에서 2016년 1월중 4.5%로 상승하였으나 이는 전년동월의 기저효과 때문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향후 소비 경기 전망을 핵심적으로 나타내 주는 재화인 내구재 소비도 1월중 감소세로 전환했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설비투자는 실종됐다.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설비투자 침체 강도가 강화되고 투자 회복도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6년 1월중 전년 동기 대비와 전기대비가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침체 국면이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민간 부문의 건설투자 견인력 역시 상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의 동행지표로 간주될 수 있는 건설기성액 증가율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보다는 민간 부문의 경기 호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

공공 부문 건설기성액 증가율은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로 간주될 수 있는 건설수주액 증가율은 2016년 1월에 들어 민간 부문의 위축으로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건설 경기의 호조 지속 가능성은 축소되는 형국이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수출은 단가 하락과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국제원자재가 약세의 영향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 세계 경제의 저성장에 따른 해외 수요의 위축 등으로 수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수출액 감소 지속 기간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2월중 수출 물량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또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침체가 전체 수출경기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2월을 기준 주요 시장중 대 중국 수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대 중국 수출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내수와 외수 경기가 동반 불황에 빠지면서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는 상황이다.

2016년 1월중 취업자 증가분이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산업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취업자수 증가분은 2015년 12월에 49.5만 명에서 2016년 1월에 33.9만 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결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현 경기 상황에 대해 불안 심리가 확대되는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심리지수는 2015년 10월을 고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2016년 2월에는 기준치 100p를 하회했다.

기업의 심리도 부정적인 방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BSI는 2015년 하반기 70p를 상회하였으나 2016년에 들어 1월에 69p, 2월과 3월에 모두 67p로 떨어졌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제조업 침체 전이

산업별로 살펴보면 광공업(제조업)의 침체 심화가 비제조업의 생산 증가세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중 전산업 생산 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경제 성장력이 약화되는 모양새다. 전년동기대비 기준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2015년 12월 2.6%에서 2016년 1월 1.8%로 크게 빠졌다.

제조업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가운데,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가 쌓이는 수요 부진 국면도 장기화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가동률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증감률은 2015년 11월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현재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출하가 감소하고 재고가 쌓여 있는 전형적인 수요 부진 국면이 상당 기간 계속되고 있다. 출하증가율은 2015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증가율은 2015년 2월부터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업의 경기 안전판 역할(서비스업이 제조업 침체를 보완)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월에 들어 서비스업 생산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기대비로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 금융·보험, 사업서비스, 보건·복지 부문의 생산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운수, 숙박·음식, ICT, 교육 등의 부문은 서비스업 평균 생산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설업은 현재 건축 경기가 양호한 모습이나 향후 건축 부문은 경기 하강이 토목 부문은 경기 반등 기대된다. 토목 부문의 현재 경기 상황은 부진한 모습이나 수주액의 증가로 향후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수출 불황, 내수로 전염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경기 상황은 외수(수출) 불황이 내수 불황으로 전염되는 단계로, 이를 방치할 경우 장기간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현 경기를 판단했다.

이에 따라 거시 및 미시 정책을 병행하여 내수 부문에서의 불황 확산을 차단하고 경기 회복의 핵심인 수출 부문에서 국면전환의 모멘텀 형성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거시경제정책이 최근의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미시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 민간 경제주체들에 대한 심리 안정 효과 등을 고려해 볼 때 선제적인 추경편성 및 금리인하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함께 소비 진작과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내수의 경기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FTA의 활용도 제고 및 한류 연계 수출 확대를 통해 외수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고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