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손목 위, 왠지 모를 허전함도 스마트워치가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시계의 자리가 줄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계의 대부분은 한계에 도전하기를 반복한 끝에 기어이 손목 위 소우주를 세운 것들이다. 그래서 좋은 시계의 주인들은 가격을 크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열곤 한다.

 

▲ 기계식 시계의 초석을 놓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헌사, 파네라이의 로 시엔치아토 루미노르 1950 투르비옹 GMT 티타니오. 출처=파네라이

스위스 뉘샤텔에 있는 파네라이 매뉴팩처의 아이디어 워크숍(Laboratorio di Idee)은 기술적으로 진화하면서도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모색해왔다. 스켈레톤 구조의 투르비옹 컬렉션인 ‘로 시엔치아토(Lo Scienziato)’는 그 값진 결과물 중 하나이다.

로 시엔치아토 루미노르 1950 투르비옹 GMT 티타니오는 묵직한 첫인상과 달리 초경량급이다. 약 98g으로 시계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을 만큼 가볍다. 직경 47mm 사이즈의 케이스는 자극이 적고 부식이 생기지 않으며 스틸 대비 약 40% 가벼운 티타늄 소재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파네라이 매뉴팩처의 워치 메이커들은 케이스 내부에 빈 공간을 두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단 케이스의 방수 기능과 견고함, 압력이나 비틀림에 대한 저항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여기에 쓰인 기술을  ‘다이렉트 메탈 레이저 신터링(Direct Metal Laser Sintering)’이라고 하는데, 티타늄 분말을 사용해 광학 레이저로 레이어 층을 쌓고 3D 물체를 만드는 공정이다. 두께 0.02mm의 레이어 층이 서로 합쳐지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전통적인 작업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가벼우면서도 일관된 형체가 되는 원리다. P.2005 기계식 무브먼트는 티타늄 브리지와 판에 스켈레톤 구조를 갖춘 P.2005/T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일반적으로 쓰는 황동의 절반 수준 밀도를 가진 티타늄을 사용한 덕에 이 무브먼트의 무게는 P.2005/S의 스켈레톤 칼리버보다 35% 더 가볍다.

 

 
▲ 앞과 뒤, 옆까지 어디에서나 환상적인 디테일을 자랑하는 로 시엔치아토 루미노르 1950 투르비옹 GMT 티타니오. 출처=파네라이

놀라운 일은 그뿐이 아니다. 이 스페셜 에디션에는 전통적인 다이얼이 없다. 사실 이 시계의 가벼움도 브리지와 판, 스프링 배럴의 스켈레톤 구조화, 아워 마커 등 다이얼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무브먼트나 플랜지에 직접 부착해 전통적인 다이얼을 생략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계의 9시 방향에는 투르비옹의 회전을 보여주는 스몰 세컨즈 다이얼이 있는데, 그 안에서 작은 인디케이터가 계속 회전한다. 3시 부근의 또 다른 작은 다이얼은 센트럴 세컨드 타임 존의 바늘(GMT)이 오전/오후를 알려준다. 연속된 3개의 스프링 배럴 덕분에 장장 6일 간의 긴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고, 뒷면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유리창 너머 인디케이터를 통해 잔여 파워를 체크할 수도 있다. 정교한 스켈레톤 구조화 작업 과정이 있어 배럴 내 스프링의 와인딩과 언와인딩,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연동되는 휠, 일반적인 구조와는 전혀 다른 투르비옹 케이지의 회전 등 시계의 앞과 뒤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디테일이 가능했다.

 

▲ 스켈레톤 구조의 티타늄 소재 디플로이언트 버클. 출처=파네라이

로 시엔치아토 – 루미노르 1950 투르비옹 GMT 티타니오에는 티타늄 케이스나 무브먼트와 타고난 궁합을 과시하는 안트라사이트 컬러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달려있다. 디플로이언트(deployante) 버클마저 티타늄 소재에 스켈레톤 구조라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컬렉션은 기계식 시계 개발의 기반을 닦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기리기 위해 150점만 만들어졌다. 파네라이측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1억6천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임에도 전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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