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언론기사를 통해 세계적인 호텔체인 포시즌즈 호텔 앤 리조트 그룹의 이사도어 샤프 회장의 인터뷰를 읽었다. 포시즌즈 호텔 앤 리조트는 전 세계 41개국에 96개 호텔이 있으며 연간 매출은 40억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한 럭셔리 호텔 체인의 창업자답게 인터뷰 기사 곳곳에서 샤프 회장의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샤프 회장의 여러 인사이트 중에서도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고객의 사랑을 받는 뛰어난 브랜드가 탄생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는 “고객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해 준다면 단기간에도 강력한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모든 호텔이 좋은 서비스를 추구한다. 그런 서비스는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호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통상적인 관념을 뛰어넘는 샤프 회장의 두 가지 지적은 외식업 종사자들도 곰곰이 생각해볼 만 하다. 요즘 한국은 ‘맛있는 OO’의 천국이다. 공중파,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TV 프로그램은 셰프들로 넘쳐나고 맛집을 소개하는 책과 온라인 블로그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수십년 된 맛집들이 고객의 사랑을 꾸준히 끌었던 것이 과거의 외식업 환경이었다면 요즘은 단기간 내에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외식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백종원’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식당은 어느 도시, 어느 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 많은 ‘백종원표 식당’은 제각기 고객의 기대를 나름대로 충족하기 위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부담 없이 향수를 느낄 수 있다든지(새마을식당), 혼자서도 바(Bar)에 앉아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한다든지(역전우동 0410), 파격적인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빽다방) 등 고객의 기대 포인트를 찾아내 단기간에 브랜드 파워를 갖추는 데 성공한 외식 프랜차이즈다. 물론 전국에 있는 백종원표 프랜차이즈 식당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생겨날 때마다 “저 브랜드 식당은 왜 또 생겼을까, 고객의 어떤 기대심리를 파고들려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져보면 당신이 창업하려는 식당은 해당 상권의 고객들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그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연스럽게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포시즌즈 호텔 앤 리조트 그룹 샤프 회장 얘기로 돌아가보자. 샤프 회장은 원래 호텔리어나 서비스업체 출신이 아니라 건축가 출신이다. 호텔보다는 손님 처지에서 생각하기 쉬운 입장이었다. 샤프 회장은 여자 형제가 3명 있었는데 샤워하고 나서 작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고 북미 호텔 중에 처음으로 큰 수건을 배치했다고 한다. 매일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호텔에 피트니스 센터를 갖췄다. 이런 것들은 요즘은 호텔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지만 당시만 해도 ‘최초’로 시도된 것들이었다. 물론 손님의 입장이라면 상식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차이나플레인은 최근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대를 충족하려는 고민 끝에 기존 매장들과 전혀 다른 입지조건을 가진 곳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 장소는 바로 돔구장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는 구장마다 유명한 독특한 먹거리가 있지만 한국의 야구장은 그 야구장만의 먹거리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많지 않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데(한국 프로야구 입장객 수는 지난해 762만명에 달한다) 야구장에 갈 때마다 “짜장면으로 요기하고 깐풍기에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이면서 야구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자 중식을 즐기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본 결과 두 가지 기대를 모두 총족하기 위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야구장 관중석에서 중식을 즐길 수 있는 테이크아웃 전용 중식당을 기획하게 되었다.

경기 부진 탓에 외식업이 어렵고, 대부분이 3년 내에 망하며, 그 와중에도 식당 창업은 계속되는 우울한 뉴스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세상에 레드오션(Red Ocean)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무리 성숙하고 포화된 시장이라도 새롭게 창출해낼 틈새는 존재하며 이 틈새는 작은 것을 찾아내고 혁신하는 데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