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희 커리어디자이너협회 회장.

“○○회사에 다니는 김○○입니다”, “○○동에 사는 최○○입니다.”

100이면 99! 강연장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는 일반적 자기소개 패턴이다. 겸손이 미덕이라 생각해서인지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거의 모든 세대들의 유사한 반응을 나타낸다.

‘나는 ○○ 사람이다’, ‘나는 누구이다’ ○○라는 한 문장의 빈 칸에 나 자체를 설명하는 핵심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은 개인브랜드 시대이다. ‘나’라는 사람에게 제목을 지어주어 나에게 생명력을 불어주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이며, 사람들에게 나의 존재를 기억시키고 어떤 사람인지 각인시키는 일이 퍼스널 브랜드의 첫 걸음이다.

이직과 전직을 하는 경우에도 “당신이 어떤 사람이죠?”라는 질문에 자신을 묘사하는 브랜드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브랜드에 적절한 설명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비교하면 전달의 강도도 전혀 다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머릿속에 자신의 이미지가 남아있다. 남이 자신을 어설프게 평가하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자신의 핵심 가치를 명확하게 표현하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누구이다’라고 자신의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는 데 절실한 사람이 누구일까? 다음 달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총선)에 도전장을 낸 정치 후보자들일 것이다. 어느 직업인보다 개인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정치인에게서 자신만의 핵심 가치를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 일은 선거 당락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사람’은 우리 국민이 최초로 경험한 ‘정치인 브랜드’였다.

제16대 대선의 승리를 거머쥔 ‘인간적인 정치인 노무현’, ‘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 등은 퍼스널 브랜드로 성공한 전략 작품이다. 필자는 강연 때마다 시작에 앞서 ‘인생을 디자인하는 커리어 디자이너 황선희’라고 소개한다. 물론 강의 대상과 주제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는 콘셉트를 달리하기도 한다.

퍼스널 브랜드가 왜 필요할까? 바로 사람들의 결정 과정에 당신을 끼워놓기 위해서다.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드 목표도 유권자들의 최종 결정에 놓여지기 위해서이다. 요즘의 유권자들은 정당 정책이나 정치노선보다도 정치인의 이미지와 행동, 비전, 경력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러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하기 위해서는 퍼스널 브랜드가 필요하며, 퍼스널 브랜드의 가치는 한 마디로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같은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대중의 신뢰를 얻고 인정받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영향력이 크다.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가장 ‘나’다운 이미지와 직무, 역량, 성향이 드러나는 자신만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자. 연예인처럼 예쁜 사진을 고집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다면, 온라인, SNS 등 여러 채널에 자신을 알리기에 유리하다.

총선을 앞둔 정치 후보자들에게도 프로필 사진은 자신의 차별화된 연상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정치 철학, 비전, 유권자들에게 꼭 알리고자 하는 이미지가 잘 담긴 사진 한 장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지난 2014년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담긴 반흑백사진의 선거 포스터는 서울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다른 후보자들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필자의 SNS 프로필 사진을 처음 본 사람들도 필자의 직업과 이미지를 예측하는 데 어려워하지 않는다.

퍼스널 브랜드의 핵심은 스토리다. 그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브랜딩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한다. 사람은 누구나 직업도, 성향도, 외모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다. 각각의 독특한 라이프 스토리에 남다른 가치를 부여해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텔링을 찾아보자.

브랜드 스토리의 힘은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브랜드 스토리가 성패를 좌우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들을 돌이켜 보아도 강력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는 후보들이 승리했다. ‘민주화의 상징’ 김대중 대통령, ‘성공한 기업인’ 이명박 대통령이 그 예이다(<Best Korea Brands 2013 Launching>에서 발췌).

이번 총선에서도 진정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후보자가 유권자의 마음을 훔칠 것이다. 퍼스널 브랜드를 가볍게 남의 눈을 속이는 이미지 관리라 생각한다면, 그 브랜드는 진정성이 없어 결국 퇴출당하게 된다.

자신의 브랜드를 규정하고, 이미지화하고, 스토리화하여 자신의 이름에 숨겨진 자신의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자. 생명력을 갖춘 브랜드는 당신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끝으로, 퍼스널 브랜딩은 꾸준한 관리가 열쇠라는 사실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