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존 코터(John Kotter)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저서 <Leading Change(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에서 “기업이 꾸준히 혁신활동을 추진하고자 할 때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기보다 전사적으로 ‘혁신조직’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 바 있다.

혁신조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최고경영자의 추진의지가 현장조직 실행력과 한 방향이 되도록 ‘공감’시키는 일이다. 경영진의 권위를 빌어 수행하는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전략을 강행한다면 혁신은 멈추고 말 것이다. 현장의 땀과 노력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함께 목표달성을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혁신조직은 구성원 및 책임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일과 대처 방법을 모두 알고 있는 천재들을 모아 혁신조직을 꾸리거나, 또는 먼저 고민하고 발생 가능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헌신적인 팀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전자에 해당하는 조직은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열정과 책임의식으로 뭉쳐 한 발짝 먼저 고민하는 혁신 팀의 구성이 관건이 된다.

강한 혁신조직의 또 다른 특징은 새로운 체험과 지식이 왕성하게 공유되는 학습조직이며, 다양한 형태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학습이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뛰어난 전략가 한 사람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는 팀의 집단지성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누구나, 누구와도 ‘무엇을,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러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사안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을 가능하게 한다.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이러한 혁신조직이, 혁신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성과를 창출하며 강한 혁신 팀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핵심적인 혁신기반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첫째, 기업 혁신역량의 진단과 분석을 기본으로 하는 혁신체계와 전략,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목표설정과 현재상황에 대한 객관적 분석은 철저히 ‘무엇을 추진할 것인가(Output Image)’에 우선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우물에서 숭늉을 찾듯 문제에 대한 대책부터 수립하는 실수를 범한다.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무엇을 추진할지에 대한 혁신체계를 수립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되 가장 첫 번째가 되는 역량이다.

둘째, 혁신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현장구성원이지만, 이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 추진력을 만들어 주는 것은 리더십을 가진 혁신리더의 몫이다. ‘마음이 변하면 행동이 변한다’는 통상적 변화프로그램의 지론과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일단 긍정적 행동을 실행하면 체험된 활동의 영향으로 긍정적 마음을 갖게 된다. 혁신에 거부감을 갖기 쉬운 구성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생각과 태도가 바뀌기를 요구하기보다 긍정적 행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자발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리더’가 아닌 훈련된 ‘혁신리더’가 해낼 수 있다.

셋째, 혁신활동의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일부 조직만의 활동이 아닌 모두의 혁신활동을 위해 구성원의 참여와 확산을 가속해야 한다. 인사, 평가, 교육제도 등이 제도적으로 정착돼있다면 지금 실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르게 추진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혁신활동 자체를 안정적 조직문화로까지 정착시킬 수 있다.

세 가지 요소의 공통점은 혁신조직에게 변화를 주도하고 앞장서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의 변화를 도모하고 그 변화를 인정하며, 함께 성장하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당장의 성과보다 헌신의 노력으로 조직의 신뢰를 이끌어 진정한 혁신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기업이 혁신에 기대하는 바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수 없이 변화되어 왔다.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또 다른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유효한 것은 진정한 혁신을 이끄는 힘은 누군가의 탁월한 역량이 아닌 모두를 위한 더 많은 고민과 더 많은 노력에 있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