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안국 수치과 원장.

어렸을 적을 떠올려 보면 지금 생각하기에 참 희한한 소문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는 문구로 시작하여 ‘4일 이내에 7명의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 7년간 행운이 찾아들 것이고, 아니면 3년 동안 불행할 것’이라는 행운의 편지부터 시작해 ‘밤만 되면 움직인다’는 책 읽는 소녀상 이야기까지.

그 가운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하나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연예인처럼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려고 어금니를 다 뺀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연예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어금니를 다 뺀다고?! 이건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확신에 차서 얘기하는 친구를 보고 ‘으, 으응…’ 하며 어물쩡 넘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치아를 다루는 의사가 된 지금, 이젠 말할 수 있다. 과연 어금니를 다 뺀다고 얼굴이 작아질까? 정답은 ‘아주 아주 조금’은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먼저 ‘일단 얼굴이 작아진다’는 부분에 정확한 정의부터 내려야 할 것 같다. 얼굴의 폭? 길이? 아님 모두? 환자에게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사랑니를 빼면 사랑니가 없어져 뺨이 쏙 들어가지 않나요?’라는 내용이다. 사랑니의 경우, 사랑니 바깥쪽으로 근돌기라는 뼈와 근육인 교근, 그리고 피부가 있어 사랑니가 제거된다고 뺨이 들어가거나 할 일이 없다. 물론 어금니가 전부 없다면 뺨이 약간 들어가 보일 수도 있겠지만.

치아가 하나도 없는 환자에게 틀니를 이용해 수복을 해줘도 어금니 부위의 얼굴에서 외견상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차이가 미미하다고 봐도 될 듯하다. 또한 얼굴의 폭은 뺨이 아닌 광대와 우리가 흔히 사각턱이라고 부르는 아랫턱 우각부위가 결정한다.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술을 할 때 시술받는 부위가 이 두 부위다.

그렇다면 얼굴의 길이는 어떨까? 폭과 다르게 실제로 치아가 모두 없다면 얼굴의 길이가 짧아진다. 따라서 치아가 하나도 없는 환자에게 틀니나 임플란트로 수복해줄 때면 얼굴의 길이를 결정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다.

하지만 이는 완전 무치악 환자일 때의 얘기이고, 어금니만 없는 상태라면 남아있는 치아들로 얼굴의 길이는 유지된다. 물론 약간 짧아질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1~2㎜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 이런 미미한 효과 정도라면 굳이 치아를 빼는 것이 아니라 갈아내는 수준으로도 얻어질 수 있는데 그 양이 생각보다 많아 득보다 실이 엄청나게 크다.

그렇다면 ‘연예인 얼굴 만들려 어금니를 다 뺐다’는 이런 소문이 왜 돌았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소문의 특성이 여러 사람 입을 거칠수록 부풀려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마도 ‘치아 교정’을 오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치아 교정을 하기 위해 작은 어금니를 2~4개 발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다 빼버렸다’로 와전된 것이 아닐까 싶다.

▲ 출처=안국 수치과

소문처럼 다수의 치아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치아 중 하나가 망가져 빠지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실제로 아랫턱의 제1대구치에서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이 제1대구치는 사랑니를 제외한 어금니 중 맨 뒤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어금니다. 이 치아가 여러 이유로 조기에 상실되면 뒤에 있던 어금니가 앞으로 쓰러지면서 제1대구치가 있던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또한 앞뒤의 길이뿐만 아니라 위의 맞닿는 이가 내려와 수직적인 공간마저 좁아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치아가 빠진 부분의 뼈가 흡수돼 뼈의 폭이 좁아지고 높이도 낮아진다.

주변 치아의 이동으로 이동 치아와 인접 치아의 사이에 음식물이 쉽게 끼이게 만든다. 이 때문에 충치나 잇몸병이 잘 생긴다. 또한 상실된 부위의 치아를 보철 치료로 수복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쓰러진 치아를 세우기 위해 교정하거나, 교정하지 않고 브릿지를 진행하는 경우엔 쓰러진 치아와 함께 기둥이 되는 건너편 치아와 방향을 맞추기 위해 치아를 과도하게 삭제하게 된다. 지나친 치아 삭제는 냉온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민증이나 신경노출을 유발, 추가적인 신경치료까지 받게 할 수 있다.

또한 브릿지가 아닌 임플란트를 진행할 경우, 좁은 공간 탓에 임플란트를 적절한 위치에 이식하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임플란트 완료 뒤 쓰러진 치아 사이와 부적절한 형태 때문에 역시 음식물이 끼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임플란트 진행 시엔 과도하게 쓰러진 치아를 어느 정도 재위치시키는 교정치료가 필요하다. 치아를 뺀 지 오래되어 뼈의 흡수가 심한 경우엔 임플란트가 불가능하니 브릿지를 할 수밖에 없거나, 임플란트를 하더라도 뼈이식을 동반해야 하기에 그만큼 비용과 기간이 더 늘어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맞닿는 치아가 내려온 경우, 이 치아도 재위치시키기 위해 교정이 필요하다. 역시 상당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들어간다.

이런 노력에도 치아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아 교정이 실패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내려온 치아를 크라운 치료만 하거나, 신경치료를 동반한 크라운 치료를 해야 한다.

고작 구강 내 28개 치아들 가운데 하나가 빠졌을 뿐이라고 언뜻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가 빠진 뒤 일련의 연쇄반응처럼 순차적으로 공간 소실, 맞닿는 치아 정출, 뼈 흡수가 일어난다.

물론 이런 일들이 무조건 일어나지는 않는다. 환자의 체질이나 구강 상태에 따라 멀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련의 반응들이 발생한 뒤 치아를 되돌리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노력과 시간, 비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치아를 빼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이를 해넣어야 하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복을 못 한다면 공간소실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방지해주는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