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CES에는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만든 제품을 가지고 참가할 겁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영환 효성기술 대표가 내비친 포부는 한마디로 비장했다. 이는 효성기술의 미래가 무작정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게 작은 국내 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부각을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국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터뷰 당시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오히려 이런 말을 했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효성기술, 레이더 센서로 세상에 나타나다

효성기술은 국내 센서 관련 중소기업 중 최초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했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센서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모두의 갈채를 받을만한 일이지만 김 대표는 이번 성과에 절대 만족할 수가 없었다.

“이 사업을 하는 동안 몸무게가 15㎏이 넘게 빠졌습니다. 그만큼 사활을 걸고 있는 겁니다.”

과거 김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그의 ‘센서’를 향한 열정은 절대 지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열정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했다.

효성기술은 2012년 4월 대전창업보육센터에서 김 대표가 1인 창조기업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전 회사에서 로봇과 센서 업무를 담당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초기 효성기술은 센서 기업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자율비행드론에 관심이 있었으나 개발 비용의 문제로 창업 초기에는 여타 회사들의 제품을 만들어주는 용역을 담당했다. 창업 후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2014년 하반기부터 자율비행드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자율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센서의 한계가 문제였던 것이죠. 일반 로봇들은 단순한 센서를 가지고 제한된 경로의 주행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만약 갑작스런 장애물이 나올 때는 대응을 하기도 어려운 겁니다.”

센서는 사람의 오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사물들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람의 오감과 같은 센서가 필수다.

“방법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레이더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는 일반에 공개되기보다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국가 연구개발(R&D) 분야 기술에서 레이더 센서가 있었습니다.”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당시 김 대표는 첫 번째 장벽에 부딪힌다.

“센서는 하드웨어이기 때문에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칩부터 개발해야 합니다. 칩 개발에는 돈이 엄청 들어가게 되죠. 아무리 아이디어가 있어도 중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이유가 자본력에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처음에 돈이 없이 시작했고, 당시 기술보증기금에서 자금 지원을 받긴 했지만 개발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타 기업에 납품 용역을 한 겁니다.”

레이더 센서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자본력이 부족해 용역을 유지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김 대표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왔다.

“기술보증기금에서 추진하는 기술이전사업을 통해 레이더 센서 기술이전을 받고 또 이를 기반으로 자금을 받았는데 결국 전부 빚이더라고요. 갚아야지요.”

초기 사업가들을 만나면 늘 공통적으로 듣는 얘기가 있다. 첫 번째는 부채가 없길 바라며 두 번째는 직원들의 월급을 밀리지 않는 것이다. 김 대표도 이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만큼 사업가들은 사업 초기에 자기자본이 없으면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 이렇다 보니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도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김 대표의 이전 직장 상사였던 현 신경숙 효성기술 이사가 합류했고 이어 2014년 11월에는 국가연구재단에서 하는 연구파견사업을 통해 현 송광석 효성기술 이사와 이연을 맺게 됐다. 신 이사와 송 이사는 현재 효성기술에서 레이더 센서는 물론 각종 기술의 연구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들이다.

 

무궁무진한 레이더 센서의 영역… 소비자 시장이 갑(甲)

김영환 대표는 레이더 센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꼽는다. 현재 효성기술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레이더 센서의 핵심은 근거리, 그것도 초 근거리다. 쉽게 말하면 광대역, 우리에게도 친숙한 LTE와 같다고 보면 된다.

레이더 센서에는 핵심 칩이 있는데 정해진 프리퀀시 안에서 전파를 쏴 이를 맞고 돌아오는 신호를 처리한다. 이때, 빠르기는 빛의 속도 수준이라고 하니 그만큼 빠른 감지가 가능한 셈이다.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효성기술을 제외하고 노르웨이 국적사 하나입니다. 가격은 약 1500만원 수준이고요. 효성기술은 250만원입니다.”

이 대목에서는 누구나 할 법한 질문이 나온다. 그리고 기자는 그 질문을 했다.

“일단 그 기업은 레이더 센서를 싸게 팔 이유가 없습니다. 응용분야의 다양성 때문이죠.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아쉬울 것이 없다). 또 외국 업체들의 경우는 대부분 방산 쪽에서 출발하는데 이렇다 보니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부피 유지비용 등도 발생하는 점도 영향이 있습니다.”

결국 투자 비용의 문제였다. 물론 이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김 대표는 자신의 시장 공략 포인트를 전했다.

“사실 효성기술도 싸게 팔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기술 이전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적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우선 싸게 파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국방 분야보다 소비자 분야가 훨씬 더 큽니다.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저가에 양산 보급할 수 있으면 레이더 센서와 연관된 산업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를 중소기업들이 사용하고 수많은 제품들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시장이 더 크다는 겁니다.”

분명 김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레이더 센서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여러 다양하고 기발한 제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허례허식’(虛禮虛飾) 아니냐는 의문을 품기 마련이다.

기자가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솔직함’이었다. 사업가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도 자신의 약점을 상대방에게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혹시나 상대방이 자신을 우습게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시기를 말했고 CES에 참가한 것이 외부의 눈에 마치 성공한 것처럼 평가되고 있지만 이 또한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에게 마지막 난관은 바로 양산이다. 양산 체제 또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미 15㎏의 체중이 감량될 만큼 말 그대로 온 힘을 짜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정도의 힘까지 끌어 모아야 한다고 그는 적나라하게 말했다. 김 대표에게서는 어떠한 허례허식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그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다.

“저는 사실 돈에는 욕심이 없어요. 다만,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꿈이 있는 것이죠. 여태껏 어떻게 이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죠?”

김 대표는 기자에게 오는 2017년 CES에 자사의 레이더 센서를 이용한 제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했지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제품이 공개되기까지의 9개월은 기자에게 너무나도 긴 시간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