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자신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 ‘영업 비밀’로 보호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많이 놓이게 된다. ‘특허’는 등록만 받는다면 특허기술을 독점·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특허기술을 공개해야 하고 그 보호기간도 20년으로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 ‘영업 비밀’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만 잘 한다면 무기한으로 보호받을 수 있고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기술을 ‘영업 비밀’로써 보호하는 경우가 많다(사실 영업 비밀로서 보호한다기보다는 특허 등록 등 기술 보호를 위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영업 비밀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영업 비밀은 그 보호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권리 행사가 어렵다는 단점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영업 비밀을 주장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영업 비밀을 보관·관리했다가는, 분쟁 발생 시 영업 비밀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영업 비밀이란 (ⅰ)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ⅲ)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따라서 어떠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가 영업 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ⅰ) 비공지성, (ⅱ) 경제적 유용성 및 (ⅲ) 비밀 관리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영업 비밀의 요건에 대해서는 원고인 영업 비밀 보유자가 입증해야 하나, 실제 소송에서는 비공지성 및 경제적 유용성에 대해서는 침해자인 피고가 해당 영업 비밀이 공개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유용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입증하고(현실적으로 원고가 자신의 영업 비밀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도 거의 없다), 원고는 비밀 관리성 입증에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영업 비밀 소송에서는 ‘비밀 관리성’이 가장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이다.

비밀 관리성을 입증하기 위해 영업 비밀 보유자는 분쟁의 대상인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비밀 관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일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여전히 비밀 관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비밀 관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비밀 관리성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일반적으로 관리적 보안, 기술적 보안, 물리적 보안에 관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고려해볼 수 있다. 관리적 보안은 임직원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징구하고 사내 보안 규정을 만들며 보안 관리팀을 설치해 각 정보별 보안 수준을 지정하는 등의 행정적 절차를 말하고, 기술적 보안은 지문인식, 암호 설정, 서버에 대한 접근 제한, USB 및 스마트폰, 이메일 통제 등의 기술적 조치를 말하며, 물리적 보안은 금고 설치, 네트워크 분리 등의 조치를 통해 영업 비밀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조치를 말한다. 영업 비밀 보유자는 자신이 이러한 조치를 통해 문제가 되는 정보를 영업 비밀로 관리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예컨대 비밀준수 규정 및 서약서, 각종 기술적 보안에 대한 계약서, 설명서, 사진 등을 증거로서 법원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업 비밀에 관한 분쟁이 발생했다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이미 영업 비밀이 유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영업 비밀 보유자인 원고가 비밀 관리성을 입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원고가 비밀 관리를 잘 했다면 애당초 영업 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낮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사의 영업 비밀을 USB에 담아 전직한 직원이 ‘사내 네트워크 공유폴더 안에 들어있던 파일을 복사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영업 비밀 보유자는 다소 난감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시간 및 비용의 한계로 인해 비밀유지 서약서 정도만 준비해둘 뿐, 영업 비밀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갖추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비밀 관리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다만 비밀 관리성 인정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비판에 따라, 기업의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비밀 관리성 인정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가 종래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에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로 변경된 바 있으므로(2015. 1. 28. 법률 제13081호로 개정된 것), 비밀 관리 조치가 다소 미흡했던 중소기업도 영업 비밀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도 영업 비밀서약서 및 영업 비밀 관련 규정 등을 작성하고 중요 문서에 ‘Confidential’을 표기하며, 주기적으로 영업 비밀 교육을 수행하는 등 과도한 비용이 들지 않는 한도에서 관리적 조치를 철저하게 수행한다면 비밀 관리성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영업 비밀 보유자로서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여러 제도를 이용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한국특허정보원은 영업 비밀 보유자가 전자문서로 보관하는 영업 비밀 원본에 대한 전자지문을 추출 및 등록하는 ‘영업 비밀 원본 증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영업 비밀 보유자는 이를 통해 전자지문 등록 당시 해당 전자문서 원본을 보유했다는 점을 법적으로 추정받을 수 있다(부정경쟁방지법 제9조의2 제3항). 또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거래 관계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자료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기술자료를 임치할 수 있는 ‘기술자료 임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물론 대기업도 기술자료를 임치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이를 통해 자신이 임치된 기술자료를 개발했음을 법적으로 추정받을 수 있다(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4조의3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