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금희 커리어 디자이너.

연구소 직원에서 딸기농장 CEO로, 평범한 주부에서 마스크팩 CEO로 50대에 자신의 인생 오후반을 성공적으로 영위하며 ‘CEO가 됐다고 전해라~’는 두 CEO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990년대 중반 공공기관과 공기업 연구소의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필자의 남편은 대전의 연구단지로 내려갔다. 20년이 흐른 뒤 남편의 동료들은 대부분 이직했거나 퇴사했는데, 그 중 한 명인 P 씨는 어엿한 딸기농장 사장님으로 잘 나가고 있다.

연구소가 지방 이전할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말농장이 제공되었는데 당시 과장이었던 P 씨는 주말농장을 계기 삼아 은퇴 후 딸기농장 창업주로 변신한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취미 단계였으나, 그 후 자신의 땅을 구입하고 배추와 무 같은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농사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P 씨는 전문적인 농사 지식을 얻고자 관련 공부를 2년 이상 했고, 여러 재배농가들을 돌아가며 한 농가당 두 달 이상씩 주말마다 방문, 농사 현장의 실제 상황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은퇴 후 농사지을 재배품종과 경작법을 정했는데, 바로 ‘비닐하우스 딸기 수경재배’였다.

농사에는 시설비 투자가 커다란 경제적 부담인데 P 씨는 첫 해에 수경재배에 필요한 농지는 전세로 임대하고 중고 비닐하우스를 구입하는 방법으로, 투자 시설비를 줄이며 자신의 농장 가능성을 먼저 시험해 보기로 한다. 또한 딸기 농사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오랜 경험을 가진 딸기 재배농들과 교류하며 재배 노하우를 배웠다. 그 답례로 자신이 영농학교에서 배운 수경재배 지식을 지역의 노지 딸기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공유, 지역주민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현재는 마을품앗이 사업으로 공동의 비닐하우스 운영계획을 세워 사업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퇴직 후 ‘인생 오후반’을 위한 재취업의 방법으로 첫째,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여 직업을 찾거나, 둘째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 중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셋째 지금까지의 일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 선택, 넷째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데 가치를 둔 사회공헌 등을 꼽을 수 있다.

P 씨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배우는 자세로 도전하는 두 번째, 세 번째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은퇴하면서 P 씨는 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가 있다면 ‘잘 하는 것’으로 만든 다음에 스스로 퇴직하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필자는 딸기 사장님 P 씨에게 귀농의 경험을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해 귀농과 귀촌 준비를 도와주는 전문귀농 컨설턴트의 일을 권유했다. P 씨 자신이 은퇴라는 제2의 선택 앞에서 스스로의 직장을 만들어 낸 것처럼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다른 CEO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러시아에 살고 있는 친구 K가 한국을 방문했다. K는 젊어서부터 알레르기성 피부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피부에 대한 고민은 관심으로 이어져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러시아 주재원이었던 남편을 따라간 현지에서 피부관리 숍을 운영했다. 남편이 은퇴하자 K는 화장품 관련 회사를 설립하여 러시아인의 피부에 적합한 마스크 팩을 연구개발, 현재 러시아 홈쇼핑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한 성공 사례였다. 더욱이 K의 사업은 남편의 은퇴 후 직업 결정에도 영향을 주어 두 부부가 화장품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필자는 K에게 상품을 마스크 팩에 한정하지 말고 러시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해 보라고 권했다. 러시아인의 특성에 맞춘 헤어 제품, 추위와 관련된 핸드크림·풋(Foot) 크림·고보습 바디크림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진화 발전할 잠재력이 컸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현대인의 성공 인생에는 처음부터 정답이란 없다. 자기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살려 매 순간마다 준비하며 살아가야 한다.

딸기 사장님 P 씨는 본인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었으며, 귀농지역 사전조사와 지역주민과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 등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친구 K의 경우는 자신의 피부 단점을 극복하려는 고민이 계기가 되어 타인들의 피부를 책임져 주는 마스크 팩 개발을 일궈내면서 자신이 잘 하는 일의 능력을 발견한 것이다.

나폴레옹은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 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자신 안에 숨겨진 원석을 갈고 닦아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으로 가공하는 일은 우리 삶이 유지되는 한 무한도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자는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은 불가능한 꿈을 가능케 해준다. 그리고 그 꿈의 종착지에 ‘성공의 나’가 우뚝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