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름에 따라 트렌드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프리미엄 중심의 경쟁은 여전한 상황에서 중저가 라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저가 라인업에 집중하는 현상 자체가 쇠락하는 생태계의 몰락을 구원하기는 어렵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산소 호흡기만 제공한다고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산소호흡기가 아닌, 본질적인 생명연장이 가능한 획기적인 방법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환자의 의식을 클라우드에 복사하거나 로봇 내장기관을 제공한다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법론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출처=삼성전자

시그널 하나. "프리미엄과 중저가는 일단 간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치열한 복마전을 거치며 프리미엄 라인업과 중저가 라인업 시장으로 사실상 분리됐다. 이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다시 정의하자면 프리미엄의 위용은 여전하지만 쇠락하고 있으며, 그 자리를 중저가 라인업이 야금야금 갉아먹는 분위기다.

이 지점에서 글로벌 1위 삼성전자는 지난 MWC 2016을 통해 갤럭시S7을 공개했다. 스펙은 당연히 최고수준이다. 방수 및 방진 최고 규격인 IP68 등급을 적용하고 저저도 촬영 기술까지 잡아냈다. 갤럭시 S7은 전작보다 배터리 용량에 있어 18% 늘어난 3000mAh에 이르렀으며 갤럭시 S7 엣지의 경우 전작보다 38% 늘어난 3600mAh 배터리를 채용했다. AOD(Always On Display)에 '게임 론처(Game Launcher)'와 '게임 툴즈(Game Tools)'도 실었다.

다만 갤럭시S7이 갤럭시S6에 비해 대대적인 혁신이 없었다는 점은 미묘한 대목이다. 기술상향표준화의 바람을 타고 제조업계 모두가 직면한 난관이다.

갤럭시S7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여전함을 과시한다면, 샤오미의 미5는 중저가 라인업의 계보를 충실하게 이어가는 분위기다. 스냅드래곤 820에 1600만 화소 카메라, OIS 적용에 3000mAh 배터리, NFC(근거리무선통신)은 물론 홈버튼 지문까지 탑재했음에도 가격은 일반버전이 약 38만원, 고급버전이 약 43만원에 불과하다.

애플도 4인치 아이폰을 예고하며 중저가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삼성전자의 흐름을 바탕으로 패블릿에 충실한 기조를 보여줬지만 '다시 처음으로'를 외치며 가칭 아이폰SE를 준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추이는, 프리미엄 시장이 여전하지만 힘이 빠지는 상황에서 중저가 라인업이 나름의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과 중저가 모두 전력을 투입하며 전선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 가장 대중적이고, 극적인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출처=LG전자

시그널 둘. "새로운 경험 제공하라"
MWC 2016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감지되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움직임은, 스마트폰을 기점으로 일종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여럿 보인다는 점이다. LG전자의 G5가 대표적이다.

G5는 세계 최초 ‘모듈 방식(Modular Type)’ 스마트폰을 표방한다. 후면에 각각 135도와 78도의 화각을 지닌 2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대목과 메탈 프레임에 강화된 카메라 기능, 올웨이즈온 기능을 통해 프리미엄의 기조를 충실히 잡아갔지만 8개의 프렌즈의 등장이 새롭다.

이는 스마트폰을 단순히 소통의 기구가 아닌,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지원하는 허브로 규정하기 위함이다. 결국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가장 익숙하고 잘 팔리는 스마트폰의 핵심에서 찾았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모듈식이 개방성을 상징하고, 연결을 의미하게 된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크게 늘려 '필요성'을 설득시키는 순간이다.

삼성전자도 가상현실과의 접점을 통해 갤럭시S7을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가상현실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구성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결국 경험을 통한 스마트폰 시장의 연속성을 노린다는 점에서 갤럭시S7과 G5는 비슷한 길을 걸어갈 전망이다.

▲ 출처=샤오미

시그널 셋.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거야?"
시그널 둘에서 살핀 사용자 경험은 결국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는 제조사들의 열망이 묻어있다는 평가다. 포스트 스마트폰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재발견하자는 것이 MWC 2016 스마트폰 대전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결국 초연결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담론을 연상시킨다. 추후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면 다양한 전자기기는 각자 연결되어 그 자체오 스마트폰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스마트폰이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전히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고, 이를 메인 아이템으로 삼으려는 각 제조사들의 의도는 매우 분명하다. '당분간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자의 의식을 클라우드에 복사하고 로봇장기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과연 그 환자를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양한 의문을 남기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