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 종자 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의 글로벌 기업이 종자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형태가 되면서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의 종자산업 개발 필요성이 중요시 되고 있다. 10대 다국적 기업의 농작물 종자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세계 종자 시장을 주도한 지역은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아시아·중동 지역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 종자국으로 거듭났다.

2011년 기준 종자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120억달러 규모이며 다음으로 중국이 90억달러 규모로 뒤를 잇는다. 미국, 중국, 프랑스, 브라질, 인도가 상위 5개국으로 분류되며 이들의 종자 시장 규모는 같은 해 기준 292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한다.

미국 종자 기업인 몬산토(Monsanto)는 종합 화학기업에서 시작해 1990년대 중반 화학사업을 매각한 뒤 종자 기업으로 거듭났다. 몬산토는 지난 2005년 세계 1위 채소종자 기업인 세미니스(Seminis)를 인수해 세계 최대 종자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몬산토는 2011년 기준 매출액의 12% 수준인 14억달러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종자 시장 규모의 1.7배에 달한다. 세계 상업용 종자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5%에 이르며, 그 중에서도 GMO(유전자 재조합 식품) 종자 점유율이 80%에 달해 GMO 분야에서는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종자 기업인 듀퐁(DuPont)은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화학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종자 회사인 파이오니어 하이-브레드(Pioneer Hi-Bred)를 인수하며 종자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듀퐁의 종자사업은 농업·영양 부문 매출의 68%를 차지하며 주력 사업으로 떠올랐다. 듀퐁 역시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이어가고 생명공학 연구센터를 설립하며 생명공학 기업으로 거듭났다. 2011년 듀퐁의 R&D 투자액은 매출액의 5.1% 수준인 약 20억달러이며 이 중 10억달러를 농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3위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Syngenta)는 2000년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rtis)의 농업사업부와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농약 사업부가 합병하여 탄생한 회사다. 올해 초 중국 국영화학회사인 CNCC(켐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 세계 종자 시장에서의 중국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젠타는 제초제, 살충제 등을 생산하는 작물보호사업부가 매출의 76.1%를 차지하고 종자사업 부문은 23.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보리 종자인 콜로세스를 판매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신젠타의 2011년 기준 R&D 투자 규모는 11억2700만달러에 달한다. 이 중 38%가 종자 사업부에 투입된다.

한편 2000년에 35억달러 수준이었던 종자교역 규모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의 경제성장으로 우량종자 수요가 증대되자 2010년 100억달러 내외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2년 교역 종자 품목 중 곡물이 64.4%를 차지, 곡물 종자 중심의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 곡물종자 최대 수출국은 프랑스로 전체의 21.2%를 점유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미국이 13.7%를 차지하고 있다. 채소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7%로 곡물종자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지만, 채소종자는 교역은 향후 연 3~5% 성장할 전망이어서 추후 시장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업용 채소종자는 연평균 7~8%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 46억달러에서 2025년 133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채소종자 수출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네덜란드로 전체 시장의 36.4%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사카타가 채소종자 수출을 이끌었지만 2012년 중국이 1억5800만달러를 수출하면서 채소종자 세계 4위 수출국으로 일본의 9100만달러를 제쳤다.

세계 종자 수출국은 프랑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이 상위에 있으며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칠레, 헝가리, 캐나다, 이탈리아, 덴마트 등의 국가들도 종자 수출을 확대하며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많은 종자를 수출했지만 2010년부터는 중국이 일본을 앞질러 2억달러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2억5100만달러로 세계 10위 종자 수출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프랑스, 미국, 독일, 네덜란드는 동시에 세계 최대 종자 수입국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미국과 멕시코가 종자 수입량이 많았지만 멕시코의 수입량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의 수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중국이 2012년 2억6800만달러를 수입해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GMO는 기업 독식을 부추긴다

종자 시장을 소수의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종자 독식 우려를 부채질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종자의 반 이상을 상위 4개 종자회사가 공급하는 형태에서는 각 회사의 정책에 따라 종자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만약 이들 회사가 종자생산에 실패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급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GMO 생산국들은 무역을 통해 각국에 수입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GM 종자 가격 상승으로 수입 개도국들은 경제적 문제까지 생겨났다. 인도의 경우 몬산토의 BT 면화 종자가 면화 종자 시장을 점령했으며 몬산토가 종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인도 농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종자 독식의 무서움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작물을 우선으로 개발하게 된다. 토종종자들이 사라지고 수익성이 높은 품종이 남게 된다는 뜻이다. 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방송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지난 100년간 농작물 유전자원의 75%가량이 사라졌으며, 대규모 단작화가 가장 심한 미국의 경우 1903년에 미 농무부에 등록돼 있던 상업작물의 96%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 독점을 부채질한 것은 GMO다. GMO가 처음 나왔을 당시 식품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최근 그 안정성을 입증해 향후 식량 분야에서 수용될 여지가 커졌다. 세계 최대 기업인 몬산토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GMO에 집중하고 있으며, GMO의 발달은 단기간 내 다양한 종자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종자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GMO는 오히려 종자 단일화와 기업 독식을 부추긴다. 몬산토의 대표적 GM 작물은 ‘라운드업 레디’ 콩이다. 몬산토는 초기에 아르헨티나로 콩 종자를 퍼뜨릴 때 로열티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몬산토 GM 콩 재배가 확산되자 3년간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했고 법정 공방에서 승리해 농민들에게 매출의 1%를 사용료로 받게 됐다. GMO 작물은 수확을 마치면 자동으로 종자가 파괴되기 때문에 수확 후에는 새로운 종자를 계속해서 구입해야 한다. 즉 농민들은 매년 기업에 로열티를 내고 종자를 사야 하는 것이다.

몬산토, 듀폰, 신젠타와 같은 대규모 기업들은 농민에게 종자와 농약을 패키지로 판매한다. 또한 관련 화학비료나 농기계 등을 함께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몬산토는 ‘라운드업 레디’ 콩 종자에 맞는 ‘라운드업’ 농약을 개발해 이를 패키지로 판매한다. 하지만 라운드업에 내성이 생긴 잡초들이 끊임없이 나타났고 농민들은 제초제와 살충제의 사용량을 자연스럽게 늘리게 됐다. 이는 몬산토뿐 아니라 듀폰과 같은 다른 GMO 생산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GMO 재배량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캐나다, 중국 순이며 전체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 개발됐던 ‘슈퍼콘’이라고 불리는 GMO 옥수수는 대량생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품종이다. 옥수수시럽, 콜라, 사료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일반 소비자들의 먹거리까지 GMO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방송에서 인용한 반디나 시바 인도환경운동가는 “종자가 기업의 손아귀에서 통제된다면 종자는 사라지고, 인류 역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