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산업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다른 산업들과의 융복합이 이루어지면서다. 종자는 반도체, 바이오에너지, 제약 등 각종 산업과 융복합되며 첨단생명과학기술산업으로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됐다. 또한 최근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기상이변, 신흥국의 경제발달로 도시화가 이뤄지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늘어난 농작물 소비, 탈석유 바람으로 인한 바이오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식량수급을 위한 우량종자 확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2012년에는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 선물가격이 최고치를 갱신, 국내 식품가격 급등을 유발했던 만큼 식량수급 차원에서 ‘종자’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종자의 범위는 정말 넓다. 농산물, 임산물, 수산물 생산을 위한 모든 식물의 종자가 ‘종자’에 포함된다. 따라서 화훼류, 약용식물, 김과 같은 수산식물 등의 포자 역시 종자의 범위에 해당된다.

세계 종자 시장은 2011년 기준 780억달러 규모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농작물 종자 시장은 지난 2012년 기준 449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2002년 대비 82.1% 성장한 규모다. 2020년에는 농작물 종자 시장 규모가 615억달러로 성장, 2012년 대비 40%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약 829억달러인 것을 보면 세계 종자 시장 역시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종자는 씨앗에서부터 시작해 작물 생산 이후의 유통, 가공, 저장까지 모든 과정을 결정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종자 산업을 지배한다는 것은 씨앗에 대한 소유권뿐만 아니라 농자재 산업, 가공, 유통까지 모든 것을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종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다. 파프리카 종자 1g의 가격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쌀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종자 독식의 체계는 농업의 산업화와 함께 세워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화학무기나 폭발물을 만들던 군수기업들이 제초제, 살충제, 화학비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식량원조정책을 통해 전쟁으로 파괴된 농업생산기반을 닦기 위한 식량증산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농업선진국에서는 남아도는 잉여농산물 문제가 불거졌고 1980년대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농산물 자유무역이 추진되는 배경이 마련된다. 멕시코의 경우 주식이 옥수수인데 일 년에 수입하는 600만톤의 옥수수 가운데 40%가 GMO작물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수입을 막을 수 없다.

농업의 산업화가 추구하는 것은 ‘효율’이다. 단일 면적에서 최소한의 노동을 투입하고 최대한의 생산량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는 경작 규모를 늘려야 했고 경작규모가 커지면 다종 작물재배가 어려워져 한 가지 작물을 집중 재배하는 단작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한 가지 작물로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 상업성이 있는 소수의 작물에 편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넓어진 규모 면적에서 최소의 노동력을 투입하려면 기계화가 필요했고, 따라서 농약, 비료, 농기계와 같은 부문 역시 단작화된 작물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한 가지 작물을 재배할 때는 병충해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농약을 뿌리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종자보다 수확률이 높은 종자를 선호하게 되며,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두엄보다 비료를 선택하게 되고 수확량이 늘어난 만큼 수확 시 작업량이 늘어나 기계를 사용하게 된다. 결국 종자에서부터 수확 그리고 이후 유통과 저장까지 단일화가 이어진다.

또한 1970년 식품품종보호법 제정은 식물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기업에 넘겨주며 기업들의 종자 독식에 힘을 실어줬다. 농기업들은 특허권이 부여된 자사 종자를 퍼뜨리고 소유권을 주장해 농민들은 매년 농기업에 돈을 지불하고 종자를 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종자의 기업 독식은 농업 전체의 시스템을 소수의 기업이 좌우하도록 하게 했으며, 이는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농업 시스템 및 식량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