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드론프레스

# 드론과의 조우

모 일간지 사진기자 시절 그에겐 항공촬영 기회가 제법 있었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 땅을 내려다봤다. 생각한 대로 사진이 찍히지만은 않았다. 일단 헬기가 원하는 위치로 가지 않았다. 잘못 찍어도 항로 변경이 어려웠다. 헬기 띄우는 데 돈은 또 얼마나 많이 드는지.

어느 날 갑자기 드론이 눈에 들어왔다. 기체엔 작은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화질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는 걸 직감했다. ‘훗날 기술이 발전해 현재의 비싼 항공 촬영을 드론이 대체하겠구나.’ 4년 전 오승환 드론프레스 대표의 생각이다.

“사물을 보는 위치가 달라지면 시각이 확장되고, 시각이 확장되면 생각하는 관점이 바뀌더라고요. 관점이 바뀌면 패러다임이 바뀌고요. ‘아, 이건 내가 할 수밖에 없겠다.’ 이때 남은 평생을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드론을 조립하고, 또 날렸어요.”

▲ 사진=박재성 기자

# 드론 저널리즘

오승환 대표는 드론프레스라는 법인을 설립하면서 작업에 드론을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때는 공식 소식지에 ‘하늘에서 본 BIFF’라는 문패를 달고 항공사진을 연재했다. 2014년엔 부산 북극곰 수영 축제를 드론으로 찍은 사진으로 부산일보 1면을 장식했다. “이 행사 사진은 항상 모래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찍었거든요. 저는 드론으로 바다 쪽에서 물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찍었죠.” 그 결과 드론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사진이 탄생했다.

▲ 출처=드론프레스

북극곰 축제가 끝나고 며칠 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오승환 대표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드론으로 사고 현장을 공중에서 찍기 위해서다. 드론으로 전경 사진을 찍으면 사고 규모와 참상을 파악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찍은 사진이 <조선일보> 1면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사건 사고 촬영에 드론이 활용된 최초 사례였죠. 이 사진이 국내 드론 저널리즘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이기 한 오승환 대표는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수업을 신설해 드론 저널리즘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 출처=드론프레스

# 드론의 쓸모

오승환 대표는 2014년 경주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어이, 열화상카메라 가지고 왔나?” 그는 이 말을 듣고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아, 드론이 사진 찍는 용도만 있는 건 아니구나. 드론에 열화상카메라를 달면 인명 구조에 어마어마한 기여를 할 수 있겠구나.’

“드론으로 사진이나 영상 찍는 것 말고 무엇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드론이 진화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때부터 드론에 무엇을 부착할지 스터디를 하기 시작했죠. 그것이 드론 산업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게 된 계기입니다.”

시각을 확장한 오승환 대표는 지난해 4월 네팔 대지진 현장으로 드론프레스 직원들을 급파했다. 재난구조단의 일원으로 네팔 문화유산 소실현장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이를 네팔 정부 대책본부에 제공했다. 촬영물은 피해 복구를 위한 항공데이터로 활용됐다.

▲ 출처=드론프레스

# 드론프레스의 진화

드론프레스는 드론 전문 촬영회사로 시작했다. 이제는 드론 관련 영상 콘텐츠 솔루션 전문회사로 성장했다고 오승환 대표는 자신했다. “저희는 드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연구하는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촬영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갈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이 사업이 무슨 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다 보니깐 가격 시장이 무너졌어요.”

오승환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우리에겐 운용 노하우가 있잖아요. 우리 드론은 많이 떨어져 봤거든요? 많이 떨어져 보는 게 가장 중요한 건데 사람들은 떨어지는 걸 숨기고, 부담스러워 하고, 창피해 하죠. 저는 그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떤 것이 문제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죠.”

드론프레스는 경쟁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국 DJI와 콘텐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DJI는 글로벌 소형 드론 시장 독보적인 1위 업체다. DJI와 협업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드론프레스가 유일하다. 오승환 대표는 DJI와의 협력에 기대감을 표했다. “앞으로 DJI와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가 꿈꾸는 것이 모두 가능할 정도예요. DJI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아주 젊은 기업입니다.”

▲ 사진=박재성 기자

# 우리 드론 산업

한국에서도 DJI 성공 신화를 재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오승환 대표는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많은 기업들이 DJI 같은 회사를 꿈꾸는데 그 회사가 어떻게 저만큼 성장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어요. 단순히 돈을 얼마나 버는 회사가 됐는지, 직원은 얼마나 증가했나에 관심을 보이죠. 절대로 그런 관점으로는 DJI를 능가하는 한국 기업은 만들 수 없습니다.

이어 말했다. “우리나라는 드론에 관심은 많은데 실제로 무얼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는 고민을 안 해요. 일단 급한 거죠. 드론이 정책 사업이 되고 시책 사업이 되고 각 부처가 관심을 가지니까 빨리 관련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들 있죠. 열매만 따먹고 싶은 거죠. 이렇게 접근해서는 절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어떤 접근이 가능할까. “멀리, 높이 날리는 게 중요하다 여기는 한 국내 드론 산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미래의 드론은 항공역학이 아니라 전자공학에 가까울 겁니다. 지금 우리는 드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래야만 미래에 필요한 드론을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진=박재성 기자

# 앞으로의 오승환

오승환 대표는 하루하루가 바쁘다. ‘드론 전도사’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곳저곳 불려 다니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땅에 떨어졌을 때도 미디어는 가장 먼저 그를 찾았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드론 박람회인 ‘2016 드론쇼 코리아’ 프로그램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드론 전도사 역할을 그만해도 될 것 같다는 얘길 꺼냈다. “너무 유명하기만 해요.(웃음) 실속 없다는 얘기 정말 많이 들어요.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찹니다. 정말 기분 좋은 건 많은 이들이 드론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줬다는 거죠. 그걸로 제 역할은 됐다고 봅니다. 전 이제부터 실제적으로 사람들이 드론에 대해 못 보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얘기해주는 사람으로 앞서나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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