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많아 노후 이미지가 강했던 은평구.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고, 각종 개발호재들로 인해 이 일대 부동산시장에 일찍이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

대형건설사, 은평구로 ‘헤쳐모여’

서울의 외곽에 위치해 서울의 대표적인 집값 하위지역이었던 은평구는 한때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난무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아파트 공급도 자연스레 뜸해졌다.

하지만 은평구는 지난해 가을을 기점으로 대형건설사들의 ‘분양 러시’가 이어지며 재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 한화건설이 지난해 10월 분양한 ‘은평뉴타운 꿈에그린’과 같은 해 11월 삼성물산이 분양한 ‘래미안 베라힐즈’는 1순위에서 각각 평균 16대1, 10대1의 경쟁률로 일찌감치 완판된 바 있다.

조성준 은평뉴타운 꿈에그린 분양소장은 “그동안 은평뉴타운 내 새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탓에 견본주택 오픈 당시 은평구에 거주 중인 실수요자들로 하여금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며,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도 청약 성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수환 래미안 베라힐즈 분양소장은 “편리한 교통망과 북한산의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춰 견본주택 오픈 전부터 고객들의 관심이 높았고, 이러한 분위기가 청약결과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은평구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은평구 녹번동·응암동·수색동 등 총 7곳에서 43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은평구에서 새 아파트가 4000가구 이상 공급되는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라며, “작년과 비교해도 공급물량이 40%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5000~8000만원’ 프리미엄…빌라 거래도 활발

이같은 신규 분양 열기에 편승해 은평구 내 기존 주택 거래가격도 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현재 은평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3.3㎡ 당 1271만원으로 지난해 3월(1211만원)보다 60만원 이상 올랐다.

▲ [출처=부동산114]

특히 지난해 7월말 입주를 시작한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북한산 푸르지오’는 분양 당시 청약 미달을 기록했으나 현재 최대 5000~8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측의 설명이다.

북한산 푸르지오 인근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북한산 푸르지오 전용 59㎡타입은 분양 당시 가격이 3억 4~5000만원이었으나 입주 직후 4억 4000만원에 거래됐다”며, “현재 전용 59㎡타입은 아예 매물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 뿐만 아니라 빌라 거래도 실수요자 위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은평구 구산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없자 아파트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빌라를 구매하려는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며, “특히 구산역, 연신내역 등 역세권 주변 신축급 빌라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 연신내 인근 공인중개업소[출처=이코노믹리뷰 김하수 기자]

‘굵직한’ 호재 풍성…‘高’분양가는 주의

각종 개발호재들도 최근 은평구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고 있다.

우선 구파발역 인근에 쇼핑몰, 대형마트, 영화관, 키즈파크 및 운동시설 등이 들어오는 롯데몰이 올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으로 그동안 부족했던 은평구 내 생활인프라가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 공사중인 롯데몰.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800 병상을 갖춘 서울 서북권 최대 규모인 가톨릭대 성모병원도 작년 말 공사에 들어가 2018년 5월 개원할 예정이며,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소방학교, 특수구조단 및 소방재난본부 등을 한 곳에 모은 소방행정타운도 오는 2020년 완공 계획이다.

서울 시내와 가깝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종로나 광화문 등 강북 지역까지 20~30분 이내로 도달할 수 있다. 특히 2021년 개통 예정인 일산~동탄 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역이 연신내역에 들어설 경우 서울 강남권 뿐만 아니라 동탄, 평택 등 경기 남부권까지 이동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은평구는 북한산과도 근접해 서울 도심 속에서 자연을 가깝게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호재들도 가시화되고 있는 지역”이라며, “최근 강북 재개발 단지 프리미엄에 도심으로 이동이 편리한 강점까지 갖춰 앞으로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3년 전과 비교해 최근 다소 높은 오름폭을 보이고 있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살아나는 은평구 부동산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작년 4월 은평구 응암1구역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백련산4차의 경우 앞서 분양된 1~3차 시세보다 다소 높게 분양가가 책정돼 결국 미분양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높은 분양가로 인해 미분양 물량이 적체될 경우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응암1구역 재건축 현장[출처=이코노믹리뷰 김하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