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 인체의 허리에 해당되는 중산층이 사라지면서 대한민국의 희망도 사라져간다.

영미에서 중류층으로 표현되는 중산층(middle class)은 실제 자산의 가운데 위치에 해당되는 계층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얼마의 금액을 벌어야 중산층으로 분류될까? 1975년 과거 중산층의 상징은 전축, 포니자동차, 즉석 사진기였다. 그 외 오렌지주스를 먹는 정도면 중산층에 분류되었다.

▲ 정인호 대표

그렇다면 현재 중산층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보통 102㎡ 아파트, 중형차, 한 달 평균수입 370만원, 2억3천만원의 순 자산을 보유한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중산층의 일반적인 인식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또는 ‘삶이 안정적이다’ 등의 경제적 가치에 국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외국의 중산층 기준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외국어 하나 정도를 구사하거나 직접 즐기는 스포츠나 취미가 있어야 하고, 악기를 다루거나 백종원 만큼은 아니지만 나만의 요리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중산층 기준으로는 자기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사람을 말한다. 특이한 점은 ‘정기 구독하는 비평지가 있어야 한다’라는 기준도 있다. 영국에서는 페어플레이 정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짐,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함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사회가 타락했을 때 의연히 대처함 등을 중산층 기준으로 꼽는 국가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중산층이 얼마나 되는가’다.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1990년만 해도 중산층은 75.4%에 달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998년에는 69.6%로 줄어들었고, 2014년에는 65.4%까지 하락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2015년 중산층의 비율은 불과 19.8%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명 중 8명은 ‘중산층이 아니다’라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도달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2015년 통계청 기준에 의하면, 평생 노력했을 때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물어보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는 21.8%, ‘가능성이 낮다’는 62.2%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주관적 빈곤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레드퀸효과(Red Queen Effect)라고 한다. 즉, 주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제자리에만 머물려고 해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 터널효과가 상황을 더욱 변질시킨다. 터널효과(Tunnel Effect)란 2차선 터널에서 옆 차선만 자동차가 시원하게 달릴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말한다. 경제적 어려움에 심리적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으니 중산층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가.

그렇다면 중산층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축구에서는 중원싸움이 가장 중요하듯 국가경제에서도 중산층이 가장 중요하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사회전반에 깊은 문제를 낳는다. 1960년 소득격차를 줄인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의 원인은 전체 인구의 90%가 자칭 중산층이었다. 그러나 1992년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기업도산, 집값하락, 대량의 실업자들이 나타나면서 중산층이 무너졌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중산층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경제소득으로 볼 때 하류층 10%와 상류층 10%는 대화로서 의견절충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두 계층은 완전한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중산층에서 절충을 해줘야 ‘상류층의 아쉬움’과 ‘하류층의 안타까움’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발생되는 사회갈등, 양극화 등은 중산층의 부재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따라서 중산층의 상태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흥망성쇠의 기로에 서있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으려면 중원을 누비는 박지성 선수와 같이 소득계층에서도 중산층이 많이 탄생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