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6의 사물인터넷 경쟁력은 얼핏 보기에 제대로 감지되지 않는다. 초연결의 사물인터넷이 기본적인 인프라로 녹아들어 나름의 ‘공기’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MWC 2016의 흥미로운 지점은 사물인터넷이 스마트홈 지향에서 B2B로 다양한 여지를 남겼다는 대목이다.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과 LG전자의 G5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인정받으며 연결과 확장을 통해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엄밀히 말해 스페인의 주인공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오히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치열한 담론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돌파구 마련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연결을 이어 개념을 확장시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지점에서 포스트 스마트폰 후보군에도 격렬한 지각변동이 찾아왔다. 포스트 스마트폰의 자리를 특정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사용자 경험이 장악했다는 뜻이다.

▲ 출처=LG전자

지난해만해도 MWC 2016을 장식하던 다수의 스마트워치가 올해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라진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제 스마트폰은 연결과 확장으로 생명의 연장을 약속받았고, 동시에 포스트 스마트폰의 후보는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삼아 소통 플랫폼이 대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상현실의 발전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B2B 시장에서 더욱 활약할 여지가 생긴 대목도 극적이다. 다소 다른 이야기지만 삼성전자의 B2B 전략이 단서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녹스를 중심으로 대단위 B2B 로드맵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녹스는 미국 국방부, 영국 정부의 통신전자보안그룹(CESG), 핀란드, 러시아 정부 등으로부터 다수의 모바일 보안 인증을 획득한 경쟁력 있는 모바일 솔루션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1월에는 중국 정보 보안 인증 기구인 ‘ISCCC (China Information Security Certification Center)’와 프랑스 정보시스템 보안기구인 ‘ANSSI(Agence Nationale de la Sécurité des Systèmes d’Information)’로부터 보안 솔루션 인증을 받기도 했다.

사물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하는 자동차 분야도 눈길을 끌었다. 물론 지난해처럼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삼성 커넥트 오토’를 선보였다. 차량 컴퓨터와 연결해 각종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의 온보드 진단(OBD-II) 포트를 통해 연결되는 방식을 지원해 강력한 사용자 경험 확보를 근간으로 삼는다. 실시간 알림 기능으로 무장했으며 연료 소비도 효율적으로 줄인다.

SK텔레콤은 커넥티드카 솔루션 ‘T2C(Tablet to Car)’를 전시장 외부에 전시해 MWC 관람객 대상 시승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이 준비한 커넥티드카를 타고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을 달려볼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그 경쟁력을 만방에 떨쳤다.

▲ 출처=SK텔레콤

T2C는 르노삼성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태블릿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했으며 LG전자는 인텔이 MWC 2016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5G 기반 텔레매틱스(Telematics) 협력을 선언한 가운데, 유일한 자동차 부품업체 자격으로 동맹을 맺었다. 텔레포니카는 커넥티드 오토바이를, AT&T는 자율주행 아우디를 전시했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홈의 존재감에서 기업으로 권력의 이동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여기에서 사물인터넷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로 작동하며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화웨이가 세이프티시티를 천명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시각화(visualization)’와 ‘협력(collaboration)’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헥사곤(Hexagon)과 함께 시각화 컨버지드 커맨드 솔루션(Visualized Converged Command Solution)를 시연했고 광대역 트렁킹(broadband trunking) 시스템을 핵심으로 삼았다. 이제 사물인터넷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