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00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한다.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삼성의 영혼, 삼성생명공익재단도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블록딜에 참여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은 302억 원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1.5% 전량도 취득한다.

▲ 이재용 부회장. 출처=삼성

삼성그룹은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SDI가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2000억원 상당의 주식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당일 유가증권시장이 종료되면 지분 인수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며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가진 삼성물산 지분 4.7% 중 2.6%의 매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130만5000주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가져가는 200만주를 더하면 총 500만주인 전체 매각 물량에서 65%를 넘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고, 여기에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지분을 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삼성물산의 위상도 올라갔다는 평가다. 더불어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주장에도 설득력이 더해졌다. 삼성물산이 계열사 합병을 통해 지주사로 발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더 확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주사 삼성물산이 계열사를 합병하면 당연히 새로운 지분구조가 성립되며 기존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장악력이 느슨해진다. 그런 이유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직접 매입’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뜻이다.(관련기사=삼성생명, 삼성물산보다 ‘빠른’ 지주사 전환 가능성의 이유)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정점에 선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만큼 사태추이는 더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당일 삼성엔지니어링과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2만4038주를 인수하며 나머지 약 700억원 규모의 주식은 별도로 취득한다고 밝혔다. 원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매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실권주가 없어 포기한 바 있다. 거래는 26일 개장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