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올림픽이 끝났다. 지난 2월 25일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 결산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번 MWC에서 공개된 최신 스마트폰은 대부분 ‘기대 이상’이란 평을 들었다.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가상현실(VR) 체험 부스는 관람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G(5세대 이동통신) 핵심 기술 시연으로 업계는 조기 상용화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마크 저커버그나 파벨 두로프와 같은 IT 스타들도 마이크를 잡아 시선을 한데 모았다. 물론 주춤한 영역도 있게 마련이다. 최근 국제 IT 박람회 단골 메뉴였던 스마트워치나 드론은 이번 MWC에서 극히 드물게 보일 따름이었다.

스마트폰 죽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가 스마트폰 신제품에 쏠렸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샤오미까지 신제품 공개 행사를 앞서 예고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1일 모바일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 S7과 갤럭시 S7 엣지를 공개했다. ‘한계를 넘어서(Beyond Barriers)’라는 슬로건대로 공개된 제품은 시리즈 전작을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한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정공법을 택했다. 파격적인 신기능을 추가하진 않았지만 기존 기능 대부분을 강화했다. 내장 카메라에는 DSLR 카메라에나 사용되는 최신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채용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다. 배터리 역시도 새로 공개된 두 모델은 시리즈 전작 대비 18%·38% 향상됐다. 여기에 초고속 충전 기술까지 더했다.

기존 일부 모델에 채용된 방수·방진 기능도 담았다. 최고 규격인 IP68 등급을 적용했다. 제품 전체 구조에 방수·방진 기능을 입혀 별도 추가 장치 없이도 제품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갤럭시 S7이 갤럭시 S6보다 더 많이 팔릴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제품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LG전자 G5는 변칙 제품이었다. G5 핵심은 제품 하단 매직슬롯에 확장 모듈을 조합해 스마트폰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개발 중인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Ara)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모듈 생태계만 탄탄하게 조성될 경우 흥행을 넘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의 잠재력을 확장하는 차원까지 나아갈 수 있을 걸로 보인다. LG전자는 G5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LG 프렌즈’ 8종을 동시에 발표했다.

G5가 발표되자 대체로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세계 최초로 채택한 디바이스 결합 모듈 방식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G5는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급진적인 재발명”이라고 평가한 뒤 “G5는 LG의 큰 도약에 방점을 찍었으며, 향후 안드로이드 경쟁에 좋은 징조”라고 평했다.

▲ 출처=LG전자

갤럭시 S7과 G5가 관심을 독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두 회사만 이번 MWC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 소니는 차기 플래그십 엑스페리아Z6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새 라인업인 엑스페리아X 시리즈를 공개했다. 샤오미는 미(Mi)5를 선보여 글로벌 진출을 엿봤다. HP는 퀄컴 스냅드래곤820을 탑재한 고사양 윈도우 10 스마트폰 엘리트X3를 선보였다. 에이서는 오디오와 카메라 기능이 강조된 리퀴드 제이드2를 내놨다. 레노버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각각 중저가 라인업을 공개했다.

가상현실은 흥행보증수표

올해 MWC 행사장에 일종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관람객들이 VR 체험 부스로 몰려들었다. VR을 체험하려고 1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했다. 참관객 유인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VR이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MWC의 주인공은 VR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VR 원년’의 한 풍경이다.

VR 체험 이벤트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삼성전자다. 기어 VR과 진동의자가 결합된 4D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28개의 체험 공간을 만들어 참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발표에도 VR을 활용했다. 지난 21일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5000명의 참관객 모두 기어 VR을 착용하고 행사를 지켜보도록 만들었다.

LG전자도 VR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G5와 함께 공개된 ‘LG 360 VR’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 참관객을 끌어들였다. SK텔레콤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를 탐험하는 내용의 VR 콘텐츠를 시연해 화제를 모았다. KT는 선수의 시점에서 스키점프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다. 체험 부스를 운영하진 않았지만 노키아, HTC 등은 VR 관련 기기를 전시해 참관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니는 이번 행사에서 증강현실(AR) 기기 스마트 아이 글래스를 공개했다.

5G 시대 카운트다운

5G도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5G 상용화 시점을 업계 관계자들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로 보고 있다. 시기가 가까워진 만큼 5G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은 5G 핵심 기술을 선보였으며 표준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5G ‘서비스’를 선보이며 상용화의 명분을 확실히 세우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MWC에서 연구실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5G 기준 속도(20Gbps)를 SK텔레콤이 시연했다. 세계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시연한 것이다. 5G 표준화와 기술개발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이번 시연이 향후 글로벌 5G 선점 경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Gbps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의한 5G 기준 속도다. SK텔레콤은 초고주파 대역에서 ‘센티미터(cmWave)·밀리미터파(mmWave)’, ‘다중안테나’ 등 핵심 기술을 결합해 20Gbps 이상 5G 속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KT 역시도 5G 핵심 기술을 시연하며 SK텔레콤을 견제했다. KT는 ‘글로벌 5G 리더 코리아 텔레콤’이라는 주제로 부스를 꾸려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5G 기술을 전시·시연했다. KT는 먼저 이번 MWC에서는 평창올림픽 때 선보일 육·해·공·우주의 완벽한 5G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모형과 영상을 전시했다. 평창올림픽 5G 시범서비스에 세계 최초로 적용될 5G 전송·구조 기술인 mmWave, FTTA, MEC를 선보이기도 했다.

KT는 MWC 현장에서 소프트뱅크, 차이나모바일, 보다폰, 바티 등과 함께 5G 생태계 조성과 혁신적 서비스를 위해 ‘GTI 2.0 리더스 커미티’를 구성했다. 이는 글로벌 통신업계에서 내로라하는 CEO들로 구성된 GTI 2.0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또 KT과 SK텔레콤은 NTT도코모, 버라이즌과 5G 시범 서비스 규격 연합(TSA)을 결성하기로 했다. 시작은 통신사 주축이지만 차후 통신장비 업체의 참여를 이끌어 글로벌 5G 표준화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텔도 5G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G로의 전환은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팅을 하나로 통합해 업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때문에 향후 5G 네트워크 도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텔 아이샤 에반스 부사장의 말이다. 인텔은 5G 전환을 위해 에릭슨, KT, SK텔레콤, 노키아, 버라이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오 핑 화웨이 부회장 겸 순환 CEO는 기조연사로 나서 5G 3대 선행과제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과제는 ‘연결성 확대(Increased Connectivity)’, ‘다양한 산업의 경쟁력 제고(Enable Verticals)’, ‘네트워크 기능 재정의(Redefine Network Capabilities)’다. 핑 부회장은 “3대 과제의 해결을 통해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으로 인한 혼란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5G가 아닌 4.5G를 주창하기도 했다. 4G와 5G의 중간 단계인 4.5G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화웨이는 MWC 행사장에서 열린 4.5G 서밋(4.5G Industry Summit)에서 LG유플러스, 노르웨이 텔리아소네라, 홍콩 HKT, 폴란드의 P4, 쿠웨이트 비바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함께 4.5G에 대한 전략적 협력을 위한 기념식을 가졌다. 또 4.5G 핵심 솔루션인 ‘기가라디오(GigaRadio)’를 선보이며 4.5G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시스코는 5G 시대를 대비한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을 공개했다. 모바일 클라우드 구축과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솔루션 ‘울트라 서비스 플랫폼’이 그것이다. 5G 핵심 기술로 꼽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CUPS(관리자와 사용자 영역 간 분리) 기능을 극대화해 사업자가 대기 시간 없는 앤드투앤드 5G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IoT부터 커넥티드카까지 ‘빛나는 조연’

미래 융합서비스도 대거 전시됐다. KT는 휴대용 보안 솔루션 ‘위즈 스틱(Wiz Stick)’을 글로벌 무대에 선보였다. KT 사이버 시큐리티 센터(Cyber Security Center)와 연동된 이 제품은 각종 보안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한다. KT는 새로운 개념의 지능형 홈 IoT 허브(Home IoT hub)인 OTTO를 선보이기도 했다. OTTO는 음성인식을 이용한 가정용 스마트 허브다. KT의 국가재난안전통신망 네트워크 솔루션 3종 역시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SK텔레콤은 ‘플랫폼’을 강조하면서 신사업 추진 결과물을 전시했다. ‘플랫폼에 뛰어들다’를 주제로 생활가치 플랫폼, 미디어 플랫폼, IoT 플랫폼을 전시했다. 생활가치플랫폼 대표 제품은 스마트빔, 펫 케어 플랫폼, 키즈 플랫폼, T전화 등이다. 플랫폼,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IoT 에코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통신사 AT&T는 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T&T는 IoT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인텔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에게는 정보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역시도 미래 먹거리를 찾는 통신사의 노력 중 한 사례로 볼 수 있겠다.

올해 MWC 행사장에는 자동차들이 대거 등장했다. 통신박람회인데도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참가 업체들이 스마트카 구현을 위한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 자동차를 행사장에 들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삼성 커넥트 오토’를 선보였다. 차량 컴퓨터와 연결해 각종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달하고 원격 조종도 가능하게 해준다.

▲ 출처=SK텔레콤

SK텔레콤은 커넥티드카 솔루션 ‘T2C(Tablet to Car)’를 전시장 외부에 전시해 MWC 관람객 대상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T2C는 르노삼성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태블릿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T2C를 통해 주행 중에 실시간 교통정보, 음악 스트리밍, 후방카메라 영상, 날씨 정보 등을 제공받거나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동을 통해 전화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인텔이 5G 기반 텔레매틱스(Telematics) 협력을 선언한 가운데 유일한 자동차 부품업체 자격으로 LG전자가 함께했다. 이외에도 텔레포니카는 커넥티드 오토바이를, AT&T는 자율주행 아우디를 행사장에 전시했다. 차이나모바일과 에이서도 자동차 관련 솔루션을 소개했으며 HP는 전기차에 인터넷을 연결했다. 에릭슨은 차량 내부를 변신시키는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선보였다.

한편 퀄컴은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헤일로(HALO)를 전시했다. 기술 발표에 나선 데렉 에벌리 퀄컴 사장은 “다임러와 협력해 3년 내 무선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출시가 현실화될 것”이라며 “전기차 무선충전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바르셀로나 모바일 축제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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