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멘토링(Mentoring). 지금은 어느 집단에서나 익숙하지만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종교단체나 학교에서 주로 활용되거나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 역량 강화를 위해 선후배 간 멘토링을 도입했다. 이것이 효과를 보자 10여년 전부터 자영업이나 벤처, 사회적 기업가 등 많은 창업 분야에서도 멘토링 제도를 도입돼 활용하고 있다.

멘토링이란 일반적으로 멘토(전문가)가 멘티(창업자)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인데, 크게 물리적으로는 4가지 측면에서 도움을 받는다.

열거하면 ①창업에 필요한 환경을 이해하고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알려주기 ②창업에 필요한 교육이나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해법 제시 ③성장에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주거나 자원을 연계해 주는 일 ④판로 개척을 위한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알려주기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멘토링이 주로 창업자나 기존 사업자들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폐업자들은 ‘고독한 퇴장’을 감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폐업자들이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인이 되어 왔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2013년 개인사업자(자영업)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2013년 12월(2046만 가구)을 기준으로 보면 10년 동안 2.2가구당 1가구가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이 중 생존율은 16.4%에 그쳐 자영업체 6개 중 5개는 문을 닫은 형국이다. <표 참조>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창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는 이들 폐업자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응답자의 75%가량이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할 경우 재기가 어려운 사회’라고 응답했고, 그 가운데 92%는 ‘창업 실패는 개인 파산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건강한 창업생태계는 ‘창업→성장→회수→재투자’ 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회수 단계로 진입해야 할 시점에 실패로 문을 닫게 되면 창업자의 손실은 물론이고 고용효과까지 없어져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폐업 예정자들에게 멘토링을 실시해 폐업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교육과 자금 지원을 통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 영역이 좀 다르긴 하지만 미국의 벤처 산실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처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이 실패할 확률은 97%에 이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3.2회의 실패’와 ‘평균 16년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새롭게 창업하는 사람에 비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다소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의 ‘실패학’ 권위자인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가 “실패란 인간이 관여하여 행한 하나의 행위가 처음에 정해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정의할 만큼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몰락은 아니다.

자영업 통계에서도 이러한 인과관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필자가 한 카드회사의 자영업종별 업력을 넘겨받아 창업자의 전(前) 직업을 기준으로 분석해 본 결과 자영업 출신의 재창업자가 직장인 출신 신규창업자보다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창업 후 5년’이 지나면 비교적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업종별로 5년차 생존율을 산출했다. 분석 결과, 이전에 창업 경험이 있는 재창업자가 직장퇴직 후 창업한 사람보다 평균 5%에서 최고 27%까지 생존력이 더 높았다.

편차가 크지 않은 10% 미만을 제외한 생존율 10~20%대 업종으로는 ▲떡볶이(10%) ▲세탁편의점(10%) ▲감자탕(11%) ▲우동(14%) ▲토스트(14%) ▲중국음식점(15%) ▲돈까스 전문점(17%) 등이었다.

재창업자와 신규창업자의 5년 생존율이 20%대 이상인 업종도 상당하다. 우선, 패스트푸드점이 21%, 노래방 24%, 갈비전문점이 27%에 이르고, 심지어 횟집은 신규 창업자보다 재창업자가 30%나 더 높게 나타날 정도로 경험이 필요한 업종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언뜻 보면 떡볶이, 우동, 토스트같이 비교적 창업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해 보이는 업종인데 왜 차이가 날까? 어떤 업종이든 경영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보기에 쉬운 것 같아서 준비 없이 덥석 창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이 창업 준비기간은 3개월 이내였다. ‘다시 실패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성패 비율은 이렇듯 다르다.

그렇다면 현재 폐업(예정)자를 위한 정책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먼저, 국세청의 세무도우미 즉, 멘토링 제도를 보면 ▲폐업 이후 세금을 신고할 사항, 신고 시 유의사항, 세법에서 정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 등 사업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세금제도와 ▲체납 및 과세자료 등에 대한 소명자료 제출안내와 권리구제 방법 등에 대한 안내 등을 멘토링 해 주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영세 납세자 도움방’에 신청하거나 국번 없이 126번으로 접수하면 되고, 세무서가 가깝다면 직접 가서 신청하면 더 빠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각종 신고사항, 폐업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 내용 ▲재무상태 분석하여 차임금 상환 방법, 관련 정보 제공, 신용불량 예방방법 ▲시설, 재고물품 등 폐업 재산 처분관련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지만 인터넷 접속이 어렵다면 전화(1588-5302)로 접수해도 된다. 일단 신청하면 사전진단을 통해 폐업자가 원하는 멘토링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창업’을 꿈꾼다면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031-697-7700)에서는 창업아이템 검증, 자금지원, 판로개척 등을 전문멘토를 배정해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각 광역시 단위로 사회적기업 육성을 지원하는 기관도 있는데, 충북엔 퍼스트경영기술연구원(043-264-9979), 광주에 광주NGO시민재단(062-381-1136) 등 전국에 17곳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