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억 원을 은행에 맡기면 1년 후에 단돈 1000원의 이자를 주는 무례(無禮)한 은행이 출현했다.

지난 달 29일 일본은행(BOJ)이 전격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면서 일본의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연 0.001%까지 내린 결과 나타난 엄혹한 현실이다.

게다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난 22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110대 기업들이 운용하고 있는 퇴직연금의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3.3%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추정대로라면 2014회계연도에 퇴직연금 운용으로 거둔 수익률 10.75%보다 크게 낮아진 것은 물론 지난 2010년 이후 다시 겪는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신문은 국내외 증시 부진과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고 현상과 최근 도입된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이 겹쳐 전반적인 연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상장기업들의 퇴직연금자산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2014회계연도 중 10년래 최대치에 이르렀다. 현 상황이 재정의 여유는 있지만 운용수익률이 제로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자산 축소, 부채 확대 등에 따라 미래 지불능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주식-채권 이외에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연기금 포트폴리오 중에서 대체투자의 비중은 1년 전보다 1%포인트 더 늘어난 9%를 기록중이다. 도쿄전력의 경우 이 기간 대체투자 비중이 10%로 1년 전의 두배에 달한다. 이토추상사는 물·가스 펀드에 새롭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퇴직연금 현황

바다 건너 다른 나라의 일이거니 하고 볼 수만 있는 상황이 아니다.

증시 부진과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고 현상 등은 우리나라가 동일하게 접하고 있으며 계속적인 시장의 압력으로 머지않아 원화 기준금리도 추가 인하할 단계에 있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금감원과 고용노동부가 밝힌 우리나라의 2015년말 현재 퇴직연금 주요동향 자료에 의하면

▸가입자수는 전년대비 55만 1천명 증가하여 근로자 5백9십만4천명이 가입하여 전체 상용근로자 대비 가입률은 53.6%로 전년 대비 2.0%p 상승했다.

▸사업체수는 전년대비 도입사업체 3만118개소가 증가하여 30만5665개 사업체가 퇴직연금 을 도입하여 전체 사업장 도입률은 17.4%로 전년대비 1.1%p 증가했다.이 중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도입률은 84.4% (전년 대비 5.6%p↑)이고 3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체 도입률은 15.9% (전년 대비 1.0%p↑)이다.

▸적립금 총액은 전년대비 19.3조(18.1%) 증가한 126조 4000억원이다.

▸적립금 운용은 자산운용규제 완화 등으로 원리금비보장 상품 운용비중이 전년대비 1.1%p 상승한 6.9%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말 퇴직연금 총액 126조 4000억

금융권에 쌓인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6조4000억 원으로 2014년 말(107조1000억 원)보다 18.0% 늘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지난 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매년 3%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2024년 말 적립액은 43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퇴직연금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126조4000억 원 중 사용자(회사)가 적립액을 직접 운용하는 DB형(확정급여형)에는 86조3356억 원(68.3%)이 적립됐고 근로자가 적립액의 운용 방법을 결정하는 DC형(확정기여형)에는 28조4273억 원(22.5%)이 적립됐다.

IRP(개인형 퇴직연금)과 기업형 퇴직연금의 적립액은 각각 10조8716억 원(8.6%)과 7655억 원(0.6%)이었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의 적립액이 63조3703억 원으로 50.1%를 차지했다. 이어 ►생명보험회사(31조7296억 원·25.1%) ►증권사(22조48억 원·17.4%) ►손해보험회사(8조4327억 원·6.7%) 등의 순이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연평균 운용수익률은 증권사가 으뜸

한편 공시된 금융권역별 연평균 운용수익률(DB형 7년 기준)을 보면 ▷증권사가 3.79%로 가장 높았다. 가입자가 7년 동안 매년 100만 원을 적립했다면 만기 때 26만5300원(3만7900원×7)을 더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어 ▷손해보험사(3.33%) ▷은행(3.24%) ▷생명보험사(3.17%) 순이었다.

어느 자산관리회사든지 퇴직연금을 운용관리하는 담당자는 특임담당자로 투자와 관리에 매우 출중한 능력자들이 배치된다. 그런 능력자들이 거둔 수익률이 전 금융기관을 통해서 연평균 3.38%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거둔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탓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하락 중인데다 가입자들이 느끼는 수수료 부담도 큰 상황"이라며 "노사 모두 퇴직연금 가입 시 회사의 자금운용 상황과 금융사별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진 본 뒤 어떤 상품에 투자할 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도 증권회사별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 캡처 : 고용노동부  자료화면 )

노후생활자금의 핵심은 퇴직연금

저금리, 달러와 엔화의 강세,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기 둔화, 저유가의 침체 경기 하에서는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자산관리의 목적은 절반은 노후설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노후자산관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후자산 관리상품으로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연금저축, 연금펀드, 연금보험, 변액연금,변액유니버셜보험, 즉시연금, 월지급식펀드, 월지급식ELS, 주택연금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상품의 선택은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적정한 목표수익률과 위험관리 방법 등이 결정된다.또한 상품의 성질과 투자요건에 따라 투자전략과 관리방향이 달라지고 수익률도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연금상품은 어떤 상품을 가입하든지 시기를 늦추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것이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 보다 훨씬 중요하다. 세계적인 금융환경과 시장에 대응하는 투자상품의 요건도 계속적으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공고화

우리나라는 2015년 12월부터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3층 모델로 설정하고 변경해 가는 중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의 3층 체계로 기반이 다져진 후에 추가적인 변모가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소득보장 체계는 5층 보장 체계이다. 크게 분류하면 3층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5단계가 된다.

0층단계는 기초연금이나 공적연금 단계이고, 1,2층 단계는 강제 적립 단계로 공적연금을DB나 DC형을 강제성을 동원해서 적립하는 단계이다. 3,4층 단계는 임의 단계로 개인연금이나 비공식 지원을 통한 금융자산 적립방식이다.

향후 우리나라도 OECD 선진국이 추진하고 있는 5층 보장체계를 받아들여 촘촘하고 충분하게 연금을 조성하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게 된다.

세계은행 분류 노후소득 보장 체계

(캡처 : 고용노동부 자료화면)

 네델란드 총소득대체율 90.7%로 가장 높아

OECD국가 중 강제 가입 연금만 고려할 경우 네델란드의 총소득대체율은 90.7%로 가장 높으며 우리나라는 39.6%로 27위이다. OECD국가의 평균 총소득대체율은 공적연금만으로는 40.6%이지만 강제적인 사적연금까지 포함할 경우 54.0%이고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사적연금가지 포함할 경우 67.9% 수준이다.

*총소득대체율=근로시기 평균소득 대비 은퇴시 연금 수준을 말한다

한편 OECD국가들은 기업연금을 강제적 또는 준강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호주,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델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등이다.

평균소득대체율 60~70% 달성 위한 제도적 뒷바침

OECD 국가에서는 경험상 공-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 60~70%를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소득대체율 추정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을 가입하고 종신토록 수령을 전제하고 40년 동안 납입한 경우 국민연금과 합산한 소득대체율은 64.2%의 소득대체율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확정기여형의 경우 종신토록 수령을 전제하고 40년 동안 납입한 경우 국민연금과 합산한 소득대체율은 55.1~101.5%로 대체적인 적정 소득대체율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별 고용정책과 조기 명예퇴직제도 등이 확대 시행되고 있는 고용시장의 현 실정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 가입기간을 40년으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평균 가입기간이 15년 정도에 불과하고 2050년에 이르러야 25년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40년의 가입기간을 채울 수 있는 근로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실가입기간을 20년으로 가정하고 국민연금 +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을 합산하여 총소득대체율을 산정하면 30.7% 수준이고  확정기여형은 27.9~36.8% 수준의 소득대체율이 예상되어 적정소득대체율 60%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2015년도 은행별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 캡처 : 고용노동부 자료화면)

선진국 운용방법 접목한  ‘미국식 (catch-up plan)모델’절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아직은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2015년말 현재 53.6%로 전체 상용근로자의 반이 참여하고 있다. 추가적인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모든 국민의 노후생활자금이니 OECD 국가의 여러 나라처럼 강제적 또는 준강제적으로라도 가입을 권유해야 한다. 운용은 현실적으로 개인들의 지식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문가나 전문기관이 관리를 대행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차 과제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국민 누구나 노후생활자금으로 기초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종신연금플랜을 제시하는 것이 장기적인 2차 과제이다.

전문가들은 사적연금이 획기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전폭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산층 이상은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은 정부 보조금이나 매칭펀드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를 앞둔 50세 이상의 노후자금 준비에 소득공제를 대폭 늘리는 미국의 '캐치업 플랜(Catch-up Plan)'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김 연구위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의 개인연금 지출 공제율이 45%이지만, 우리나라는 15% 정도"라며 "공제 수준을 훨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상품도 가능하나, 투자는 신중하게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투자함에 있어서도 투자의 기본원칙은 안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연금 관련 상품은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 투자금융회사에 두루 있다. 우선 투자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거래 금융기관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언제나 원금보장이 핵심이다. 반면에 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증권사의 상품은 매우 다양하다. 연금펀드부터 주가와 연계된 연금상품까지 수익률을 염두에 두면 증권사와 투자금융회사의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투자상품은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문상담사와 연금상품을 거래할 때 장기적인 투자상품으로 안전성과 수익성이 보존되는 상품 중 유동성이 정기적으로 확보되는 상품을 안내 받는다. 물론 절세 혜택이 연계되는 상품을 추천받도록 한다. 보험회사의 상품은 장기간 보유하면(보통 7년 이상) 세금이 면제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보험성격이 추가되어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면 더 좋다.이자는 상품에 따라서 최저보증이율만 받아도 2.5~3%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

연금자산은 일반 투자자산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수 십년 또는 종신토록 노후생활을 유지할 자금이니 만큼 안전성을 먼저 확보하고 수익성을 따라가는 투자 자세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연금자산 투자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