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모델이라고 하면 흔히들 탄탄하게 몸매가 좋은 여성 모델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속옷 모델의 조건은 정말 몸매가 전부인 것일까? 속옷 모델의 세계는 의외로 복잡하다. 우선 속옷 모델의 종류부터 다양하다.

매장에 예쁘게 진열되는 속옷 제품의 단계에 가기까지는 속옷 피팅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디어의 단계부터 시작하여 4~5회 이상의 품평을 거쳐 최종 제품의 단계까지 살아남는 속옷 디자인은 총 개발건의 평균 1/10이 채 되지 않는다. 피팅모델은 상품 개발단계부터 수정, 품평, 장시간 착용하고 생활해보는 단계까지 전 단계에 거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들은 피팅모델의 착용 모습을 면밀히 살피고, 착용감이나 불편한 점을 꼼꼼하게 물어 보기도 한다. 이렇듯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피팅모델은 속옷의 전 아이템에 걸쳐서 모집한다. 피팅모델은 상품 개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셈.

속옷의 사이즈가 다양한 만큼 피팅모델도 다양한 사이즈로 모집한다. 사람마다 체형이 매우 여러 가지라 이 많은 체형을 커버하기 위해 피팅모델을 기용하는 것이므로, 가장 중간이라 할 수 있는 평균적인 체형을 찾는다. 하지만 짐작되다시피 평균적인 체형이란 수치화하기 매우 어려운 항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팅모델의 체형이 갖춰야 하는 조건은 외의로 상당히 까다롭다.

우선 충족해야 하는 조건은 가슴이나 엉덩이가 해당 상품의 사이즈에 가장 잘 부합하고 있는 치수인지의 여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조건은 바로 몸통의 단면. 전체적인 몸통 단면의 형태가 적절한 타원형을 이루는 체형을 선호한다. 너무 옆으로 퍼진 타원형을 이루거나, 둥근 형태를 이루면 가장 기본적인 체형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지방과 근육의 위치를 살펴본다. 가령, 같은 75A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하더라도 브래지어 컵 위로 올라오는 가슴 부분에 지방이 많은 체형과 없는 체형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가슴에 적절하게 지방이 있는 체형을 선호한다.

속옷 카탈로그 모델도 있다. 속옷업체에는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자 형태의 카탈로그를 제작한다. 이 카탈로그에는 외국인 모델이 직접 제품을 착용하고 촬영한 사진이 실린다.

굳이 외국인 모델을 기용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체형적인 조건이다. 서양인의 8등신에 가까운 몸매는 동양인에 비해 사진 촬영 시 시각적인 효과를 이끌어낸다. 두 번째 이유는 국내에서는 아직 속옷 시착 모델을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속옷 모델을 어렵고 특이한 직업이라 생각하는 정서의 영향이다. 또한 국내 모델은 외국인 모델에 비해 포즈가 다양하고 자연스럽지 않다는 단점도 있는데, 이 또한 속옷 모델을 꺼리는 정서의 영향일 수 있다.

외국인 모델의 경우, 8등신에 가까운 신장의 가장 표준적인 사이즈를 가진 사람을 선발한다. 또한 경쟁 브랜드의 촬영에 참여했는지의 여부도 살펴보는 대목 중 하나. 지나치게 활발한 활동을 해서 브랜드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모델의 이미지가 브랜드의 콘셉트에 잘 부합하는지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 모델이 있다. 주로 CF에 출연하는 브랜드 모델은 앞서 피팅모델이나 카탈로그 모델처럼 직접 속옷을 착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속옷이라는 아이템의 특성상, 속옷 CF 모델은 신체적인 장점이 필수조건이라고 흔히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모델의 이미지와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얼마나 잘 맞는지를 더욱 고려한다. 신체적인 조건은 시각적인 효과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것은 예쁘게 완성돼 진열된 속옷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모델이다. 이런 예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뒤에 피팅모델과 카탈로그 모델 등 우리가 그간 알지 못했던 속옷 모델의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