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MWC 2016을 통해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G5를 공개한다고 밝혔을 당시, 많은 이들의 생각은 두 개로 갈렸다. ‘무모하다’와 ‘뭔가 있나?’라는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MWC에서 스마트폰을 공개한 삼성전자를 피해 자사의 스마트폰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면승부를 선언한 LG전자의 행보에 상당한 관심이 집중됐다.

▲ 출처=LG전자

관심은 끌었다

승부수는 화제성과 혁신성 측면에서 나름 성공적이다. 모듈식(Modular Type) 스마트폰으로 설계된 G5는 외신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다양한 설문조사에서도 호평이다. 무려 8종의 라인업을 꾸린 프렌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가상현실 경쟁력인 LG 360 VR과 LG 360 캠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뱅앤올룹슨과 패럿과 협력하는 한편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크게 늘리는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조준호 MC사업부문장은 “이제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더 이상 흥분하지 않는다”며, “오늘날 사람들은 액션카메라, 드론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스마트폰의 시대가 끝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공언했다. 무엇을 의미할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포스트 스마트폰에 대한 담론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다시 스마트폰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기술적 진보에 따른 상향표준화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 카메라, 가상현실, 오디오, 드론 조종 등의 기능성을 연결했다.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않고 메인에 위치시켜 이를 바탕으로 연결의 생태계를 구성했으며, 이로 인해 G5는 막강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듈식 스마트폰의 강력한 장점과 이와 연결되는 고도화된 기술력이 과연 ‘혁신’일까? 우리는 지금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벤트에 마음을 빼앗겨 진짜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 출처=LG전자

아라 프로젝트와 다르다

LG전자의 G5를 보면 자연스럽게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가 연상된다. 최근 구글 내부에서 위태위태하다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지난 8일(현지시각) 구글이 13.8인치 풀HD급 태블릿을 하기 위한 테스트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라 프로젝트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 지점에서 아라 프로젝트에는 발견되고, G5에는 보이지 않는 대목이 있다. 바로 진짜 생태계다. 아라 프로젝트는 다양한 서드파티의 참여를 바탕으로 모듈식 스마트폰의 자유도를 크게 신장시키는 반면, LG전자의 프렌즈들은 말 그대로 LG전자의 작품이다. 뱅앤올룹슨 및 패럿과 협력했다고 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협력일 뿐, 프렌즈 각각이 LG의 이름을 가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출처=구글

결론부터 말하면 아라 프로젝트는 서드파티를 합류시켜 자생력을 확보하는 생태계 전략의 성공 방정식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LG전자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역동적인 내부 구성원의 충돌과 시너지, 융합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매우 예민한 문제며 심각한 사안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려면 다양성은 기본이며, 다양한 객체의 합류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LG전자의 G5와 그 프렌즈들은 생태계 전략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추구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8명의 프렌즈들을 16명, 24명으로 늘리며 폐쇄적인 생태계를 스스로 확장시키면서 서서히 서드파티들을 합류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LG전자에게 이러한 플랫폼 전략, 생태계 전략이 가능할까? 냉정하게 말해 LG전자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플랫폼 생태계 전략을 추구해본 역사가 없다.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낮다. 비하하는 것이 아닌, 제조중심의 하드웨어 제작사로서 당연한 현상이다.

물론 이러한 점이 G5와 8명의 프렌즈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LG전자가 생태계 전략에 관심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생태계가 아닌, 백색가전의 명가 LG전자의 능력만으로 스마트폰의 연결과 확장을 담보하는데 자신이 있다면? 서드파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만약 이런 방식으로 G5와 8명의 프렌즈를 구성했다면, LG전자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기본적으로 생태계 전략이 선행되어야 초연결 시대를 누리는 고객의 ‘욕구’를 온전히 채워줄 수 있다는 일차적인 이유를 넘어 당장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깜짝 이벤트에 불과할 가능성을 말한다.

▲ 출처=LG전자

의도적으로 생태계 전략을 피했다면 ‘더 심각’

LG전자가 G5와 8명의 프렌즈들을 통해 서드파티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대표되는 생태계 전략을 구성하지 않는다면, 당장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위기를 맞이할 확률이 높다. 먼저 하나의 회사가 가지는 한계다.

약간 다른 말이지만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MWC 2016에서 5G를 위해 많은 기업들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점에 집중해 보자. KT가 5G 표준규약을 제정하기 위해 2020년이 아닌 2018년을 노리는 상황에서 다양한 협력사와의 파트너쉽을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생태계 전략은 필수다.

그런 이유로 생태계 전략을 담보하지 않은 G5와 8명의 프렌즈들은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두 번째 단추를 꿸 구멍을 찾지 못할 전망이다. 포스트 스마트폰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대표되는 서비스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기기에 초연결의 가치가 삽입되어 그 자체로 이용자에게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현재 스마트폰의 역할을 대체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미래의 플랫폼으로 가상현실을 낙점한 것은 초연결 시대의 ‘경험’을 가상현실이라는 그릇에 담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몰락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연결과 확장을 통해 그 생명력을 키운 것은 분명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첫 단추는 잘 꿰었고 찬사도 이어진다. 하지만 서드파티의 부재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생태계 전략 자체도 부정하기에 ‘새로운 동력’의 유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렌즈들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가격은? 그에 따른 진입장벽은?

마지막으로 그립감과 카메라 기능 등 일부기술에 유난히 천착하던 LG전자의 지난 행보에서 발견되는 불안감, 즉 “사용자들이 원할까?”에 대한 질문은?

▲ 출처=LG전자

G5와 8명 프렌즈의 등장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나 화이트카드 방식이 유력한 가칭 LG페이의 방향성과도 묘하게 닮았다. 왜일까? 만약 화이트카드가 사실이라면 디바이스에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식의 삼성페이, 애플페이의 방식과는 정반대로 볼 수 있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그 자리에 디바이스를 위치시키려는 삼성전자와 애플과는 달리 LG전자는 신용카드를 하나 더 만들기 때문이다.

화이트카드를 사물인터넷 시대의 첨병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이 역시 지금과 같은 LG전자 생태계 전략으로는 우려만 낳을 뿐이다. 후발주자로서 선구자들에 유리한 전장을 피하기 위해 나만의 전장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데, 너무 ‘나’만의 전장을 만든 느낌이다. G5와 8명의 프렌즈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