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가 김경원(KIM GYEONG WON)

 

지난 92년부터 시작한 문화유산답사는 눈을 뜨게 하고 내 작업에 화두를 던져주었다. 불국사 석가탑이 완벽하고 아름답지만 절터만 남은 감은사지의 삼층석탑이 그 보다 더 독특한 기운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폐사지에 앉아 주변을 아우르는 땅기운에 젖어들면 천년의 세월을 넘어 신라인이 된 듯싶었다.

 

▲ 기다림(바람에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돌이 되다) Waiting(Gone with the Wind and Only the Traces are Remained), 14×14×30㎝철조 Iron, 옻칠 2013 △14×14×30㎝ 토우 Teracota 2012

 

나의 작업은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는데 얼굴에 기록된 그들의 삶과 인생을 통해 사람을 알아가고 배웠다. 경주남산의 작은 골짜기 불곡감실부처, 마음의 고향 같은 얼굴에서 땅을 닮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았다.

그 얼굴은 과거 속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난 신라토우에서 새악시가 되어 배시시 웃고 경주남산 구석구석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있었고 남도 땅 어드메 논 한가운데 물그림자를 드리우며 서있는 코끝이 까맣게 손때 입은 아줌마 장승이었다.

 

▲ 이 아이는 자네에게 못주네(Whatever You Do to My Daughter, I Will Do to You), 63×55×65㎝ 토우 Teracota 2013

 

그 모습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땅의 기운을 담은 한국적 신상이 그들 가운데 있었다. 내 토우(土偶) 이미지는 각각의 이야기와 개별성이 중요하다. 그것은 군중의 무리이거나 복제된 이미지가 아니다. 각각의 신화를 지니고 있으며 스토리가 있다.

 

▲ 심퉁이(A Pouting Boy)=△30×22×68㎝ 옻칠 Teracota 2013 △30×22×68㎝ 토우 Teracota 2013 △30×22×68㎝ 철조 Teracota 2013 △30×22×68㎝ 브론즈 Bronze 2013

 

내가 회화에서 토우, 나무와 쇠로 작업의 재료를 넓혀온 건 질료가 주는 존재감 때문이었다. 어눌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런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흙을 다루었다. 어눌함과 설익음을 표현하려는 질료로 흙은 안성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