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손목 위, 왠지 모를 허전함도 스마트워치가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시계의 자리가 줄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계의 대부분은 한계에 도전하기를 반복한 끝에 기어이 손목 위 소우주를 세운 것들이다. 그래서 좋은 시계의 주인들은 가격을 크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열곤 한다.

 

▲ 리베르소 컬렉션 85주년 생일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옹. 사진 제공/ 예거 르쿨트르

뼈대 있는 가문의 관록 있는 시계일수록 ‘기념일(anniversary)’ 에디션이 많다. 올해 85주년을 맞은 리베르소 컬렉션 또한 예거 르쿨트르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2016 SIHH의 예거 르쿨트르 부스에도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한정적인 리베르소 컬렉션이 진열되었다. 리베르소 85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난 모델들은 물론이거니와 1931년에 나온 오리지널 리베르소를 향한 리베르소 트리뷰트 캘린더와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 3가지 사이즈가 있는 리베르소 클래식과 그 변형인 리베르소 클래식 라지 듀오, 여성용인 리베르소 클래식 듀에토와 리베르소 원, 원하는 다이얼과 스트랩 종류를 선택, 커스텀 오더가 가능한 아틀리에 리베르소까지 현장은 말 그대로 리베르소의 독무대였다. 그리고 예거 르쿨트르는 여기에 더해 세련된 스퀘어 케이스 안에 복잡한 구조의 자이로투르비옹을 넣은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옹(Reverso Tribute Gyrotourbillon)은 기존 모델에 비해 폭과 두께 모두 30% 정도 얇아진 디자인이다. 외관만 보고도 짐작할 수 있듯이 그랑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이 정도까지 축소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력과 장인 정신을 요하는 일이다. 외부 구동 메커니즘에 의해 회전하는 자이로투르비옹은 마치 투명한 공간에 가볍게 떠있는 것 같다. 두 개의 캐리지로 구성된 다축 플라잉 투르비옹은 외부 캐리지가 1분에 한 번씩, 내부 캐리지가 12.6초에 한 번씩 회전한다. 캐리지 안에는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초정밀 기술을 모두 동원한 결과물임이 분명한) 반구형 밸런스 스프링이 있다. 이 밸런스 스프링은 공기 저항을 크게 줄이는 앵커 모양의 자이로랩 밸런스 휠 위에 달려 있다.

 

▲ 반구형 밸런스 스프링과 자이로랩 밸런스 휠의 조립 장면. 사진 제공/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옹의 앞면에서는 그레인 처리된 흰색 원형 다이얼 위로 블루 스틸 소재의 도피네 핸즈가 천천히 회전한다. 11시 방향에는 우아한 얼굴의 낮밤 인디케이터가 모습을 드러내고, 세컨즈 핸드는 자이로투르비옹의 리듬에 맞춰 회전하는 눈금이 새겨진 디스크를 통해 표시된다. 또한 디스크의 왼쪽, 9시 방향에 표시된 파란색 작은 화살표를 통해 초를 읽을 수 있다. 태양빛이 퍼지는 듯한 선레이 기요셰 패턴이 앞면 다이얼의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 180도 회전하는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옹의 한 시계 두 다이얼. 사진 제공/ 예거 르쿨트르

케이스를 회전시켜 또 하나의 다이얼을 만나는 일은 이 시계에 대한 소유욕과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할 것이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옹의 뒷면은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쳐의 장인들이 보유한 인그레이빙 기술을 볼 수 있는데, 말그대로 경이롭다. 전체적으로 오픈워크 처리된 무브먼트와 숙련된 손길로 아름답게 장식된 브릿지들은 복잡한 듯 조화로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확연히 작아진 무브먼트의 크기가 정교함이 생명인 인그레이빙 작업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지만 이를 극복한 것이다. 복잡한 오픈워크 무브먼트의 배후로 세컨드 타임 존과 자이로투르비옹이 거침없이 지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뒷면 역시 2시 방향에 24시간 표시 방식의 낮밤 인디케이터가 있고, 투르비옹에 의해 구동되는 스몰세컨즈 핸드가 초를 표시한다. 케이스를 회전시키면 손목의 굴곡에 맞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돔형 크레들이 모습을 드러내다. 크레들은 전체적으로 선레이 기요셰 모티프로 장식되었고, 자이로투르비옹 바로 아래 부분만 매끈하게 폴리싱 처리된 작은 원형 공간이 있다.

아마도 아이코닉한 리베르소 컬렉션의 85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선물로 이보다 더 근사한 것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픈워크 처리된 뒷면 다이얼을 비롯해 놀랄 만큼 정교한 디테일을 가진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옹은 75점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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