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대형 OLED(올레드) 시장에 진출해 ‘기어이’ TV까지 만들어낼까? 2013년 CES 당시 55인치 곡면 OLED TV를 공개한 이후 삼성과 OLED의 인연은 중소형에만 국한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이 대형 OLED 시장에 다시 집중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 출처=삼성전자

엿보이는 가능성
대형 패널 전략에 있어 삼성과 LG는 최근까지 다른길을 걸었다. LCD 패널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방식은 동일한 가운데 삼성은 LCD 전략의 유지, LG는 OLED였다.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는 각자의 충돌이 심화되는 가운데 큰 손인 애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최소한 대형 패널 시장에서는 그 행보가 명확하게 갈렸다는 뜻이다.

TV시장에서 삼성이 퀀텀탓TV를, LG가 OLED TV를 내세우고 있는 지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SUHD TV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구축된 퀀텀닷TV는 LCD TV의 진화형으로 이해되는 반면 LG의 OLED TV는 LCD와 구분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스스로 빛을 내는 R(빨강), G(초록), B(파랑) 유기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없다.

각자의 장점을 더욱 세밀하게 보려면 CES 2016 당시 출품된 각자의 라인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시 삼성의 SUHD TV는 최고 밝기의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기술과 퀀텀닷 컬러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타이젠 OS의 장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스마트 기능을 대폭 강화했으며 ‘싱글 리모트(Single Remote)’, ‘싱글 액세스(Single Access)’ 등 삼성 스마트 TV만의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LG도 OLED TV, 슈퍼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공개하며 프리미엄 리더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65형부터 98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슈퍼 울트라HD TV 라인업도 준비했다. LG 슈퍼 울트라HD TV는 색재현력을 높이는 컬러프라임 플러스를 탑재했고 그동안 OLED TV에만 적용했던 HDR 기술을 슈퍼 울트라HD TV에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웹OS 3.0’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하는 웹OS 기반 스마트 TV에 ‘웹OS 3.0’을 모두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 지점에서 삼성은 기존 LCD 현상유지를 고집하며 OLED를 내세운 LG와 대립각을 세웠다. 최근 막을 내린 CES 2016에서 양사는 퀀텀닷TV와 OLED TV의 강점을 내세우며 일종의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기도 했다.

당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퀀텀닷TV가 미래 TV”라며 “유기물이 아닌 무기물로 구성되어 있어 내구성도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OLED TV는 아직 생산성과 가격,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OLED 전도사로 불리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LCD와 OLED는 차원이 다르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 출처=LG

상황이 변했다?
결론적으로 삼성은 퀀텀닷TV 2세대를 바탕으로 3세대, 4세대까지 외연을 넓히는 한편 LCD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며 SUHD TV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LG는 우직하게 OLED TV의 외길을 걸었다. 삼성이 현존하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발전형에 승부수를 던졌다면 LG는 아직 시장의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미래에 올인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의 전격적인 OLED TV 시장 진출설이 터졌다. OLED TV의 경쟁력을 꾸준하게 비판했지만 언젠가 ‘재진출을 타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던 가운데, 실제적인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지난 17일 시장조사기관 IHS는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8세대 OLED 패널 생산을 위해 올해와 내년 9월 장비 발주를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8세대는 55인치 원판 6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당연히 OLED TV를 의미한다. IHS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17년 49만5000㎡, 오는 2018년에는 200만㎡ 이상의 대형 OLED 패널 생산능력을 구비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아예 예상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현대증권은 18일 IHS의 자료가 실린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 자료를 토대로 삼성의 OLED TV 진출설을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TV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기존 8세대 TFT-LCD (a-si) 생산라인의 옥사이드 (Oxide) TFT 전환투자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공급과잉인 8세대 LCD 라인에 별도장비만 추가해 Oxide로 전환하면 대형 LCD 생산능력을 50% 낮추는 동시에 고부가 LCD (Oxide LCD) 패널 생산이 가능하고, 이렇게 되면 제품믹스 개선이 용이하기 때문에 화이트 OLED 증착기만 추가되면 OLED TV 양산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LG의 OLED 전략을 따라간다는 전제다.

만약 사실이라면, 대내외적인 환경변화가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형 패널 시장의 변화가 삼성의 OLED TV 진출 가능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다크호스 중국의 출현이 극적이다. 현재 중국 업체들은 소위 박리다매 형식으로 대형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묻지마 생산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향후 중국의 LCD 패널 생산량은 2018년 대만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8세대 이상의 대형 팹(Fab)은 이미 국내 수준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된다. 덕분에 대형 패널 공급초과 비율도 꾸준하게 늘어 2014년 10.4%에서 2016년 14.8%에 육박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영업이익 3000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6.17%, 전 분기 대비 67.74% 떨어졌으며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도 60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0%, 전 분기 대비 82%나 감소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자국 LCD 산업의 보호를 위해 2012년부터 32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의 관세율을 3%에서 5%로 올리기도 했다. 직격탄이다. 결국 대형 패널 시장의 대세인 LCD 시장의 패권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OLED TV 시장 진출설이 등장한 이유다.

OLED TV의 가능성이 점점 감지되기 시작한 대목도 삼성 진출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완벽한 대중화 전철을 밟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OLED TV 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으며 그 기능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LG디스플레이는 내년 150만대 대형 OLED 패널 출하를 자신하고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 프리미엄 TV시장으로 분류되는 약 400만대를 타깃으로 삼아 OLED TV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8월 경상북도 구미공장에 1조 500억 원 규모의 6세대 플렉서블 올레드 신규라인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올레드 중심의 P10 공장 건설 등에 총 1조 84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천명했으며 P10 공장은 9세대 이상 초대형 올레드 생산라인과 플렉서블 올레드라인으로 구성된 올레드 중심 공장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연내 공장 착공을 추진해 2018년 상반기 첫 생산라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UHD TV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OLED TV의 경쟁력은 지난 CES 2016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LG의 등장으로 당시 CES 2016은 OLED와 비(非)OLED 진영으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속속 OLED 동맹군이 합류하는 한편, 중국을 기점으로 풍부한 판로까지 확보되기 시작했다. 삼성 입장에서 조금씩 열리고 있는 미래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중국의 OLED 야심이 벌써부터 감지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미 중국은 LCD에 넘어 OLED에도 손을 뻦치고 있으며,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은 15%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LG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패널 후발주자들의 전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프린팅 방식으로 60인치 UHD OLED 패널을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삼성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지만 벤더블(Bendable)이나 폴더블(Foldable), 롤러블(Rollable), 스트레처블(Stretchable)과 같은 플렉서블 TV 시장이 팽창하면서, 자연스럽게 OLED TV의 가능성이 주목받는 대목도 중요하다. 플렉서블 시장은 올해 53억6600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24억12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그리고 플렉서블과 OLED는 절대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자체발광 방식으로 백라이트가 필요없기 때문에 플렉서블을 구현하기 쉽기 때문이다. 미래성장동력적 측면에서 중소형 패널의 경우 삼성도 일정정도 동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형 패널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의 고민
중국발 LCD 위기, 그리고 OLED 시장의 성장, 마지막으로 퀀텀닷TV의 기술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삼성이 OLED 경쟁력을 중소형에서 대형 패널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삼성도 고민이 많다. 먼저 OLED가 나름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한편, LCD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대전제는 확실하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LG가 화이트(White) 픽셀이 추가된 WRGB 방식으로 OLED TV를 제작하는 상황에서 전력소모가 적지만 화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나노 크리스털을 내세우는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으나 삼성이 스스로가 비판했던 기술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은 약간 묘하다. 그런 이유로 삼성이 OLED TV 시장에 재진입을 타진할 경우 WRGB 방식을 배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그 대안이 마땅하지도 않다.

OLED 패널 수율에 있어서도 삼성의 고민은 깊다. 빛의 성질을 가진 물질을 공고루 분포시키는 방식과 특정 부문 화소가 열화되는 지점은 OLED의 약점으로 꼽힌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도 이러한 지점을 CES 2016에서 강하게 제기했었다. 여기에 가격적인 부분과 대중화의 가능성 등에 대한 고민도 이어진다.

▲ 출처=LG

하지만 업계에서는 거듭된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OLED TV 시장 진출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퀀텀닷TV(LCD)의 한계와 OLED TV의 가능성이 너무 명확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야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상황이지만 중국의 상승세도 심상치않아 자칫 타이밍을 놓칠 경우 TV시장의 패권을 놓칠 우려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 실적발표 IR에서 이창훈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올레드 TV 가능성에 대해 “시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시장 니즈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장고(長考)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