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 내부 전경(출처=대림산업)

과거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주 실수요층이 40~50대였다면 최근에는 비교적 이들보다 젊은 층인 ‘3040세대’가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역대 최초로 70%를 돌파하는 등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떠밀리듯 수도권 매매시장으로 눈 돌리는 30대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파트 분양시장에 30~40대 젊은 층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주택건설업계도 최근 30대를 중장기적으로 분양대금 상환 능력이 있는 안전한 고객층으로 분류하고, 이들을 겨냥한 분양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3040세대, 제일 잘나가”

실제 <이코노믹리뷰>가 지난해 대형건설사들이 분양한 수도권 주요 단지의 계약자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분양한 ‘e편한세상 서창’과 ‘e편한세상 동탄’의 경우 40대 이하 연령대 계약 비중이 각각 77, 72%로, 전체 계약자 10명 중 7명이 ‘3040세대’로 조사됐으며, 단일공급단지로 최대 기록을 쓴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도 계약자 중 절반 이상(55%)이 4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이 키우기 좋은 단지’를 모토로 마케팅에 주력한 e편한세상 서창과 동탄의 경우 단지 내 대규모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조성될 계획으로 어린 자녀를 둔 30대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용인 한숲시티의 경우 3040세대의 쇼핑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대규모 스트리트몰이 단지 안에 조성돼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강원도 원주시 내 최초로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된 대우건설의 ‘원주 봉화산 푸르지오’의 계약자도 30~40대가 주를 이뤘다. 전체 계약자 가운데 30~40대 비율이 66%에 달한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봉화산2지구 내에 초등학교가 예정돼 있으며 평원초, 치악중, 북원여고 등이 도보 거리에 위치해 우수한 교육환경 갖춰 젊은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여기에 입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마이 프리미엄’, 관리비를 절감해주는 ‘그린 프리미엄’ 등 푸르지오만의 다양한 프리미엄 상품이 적용돼 젊은 실수요자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수요층이 두터운 수도권에서는 전세난에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GS건설이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4000여가구 대단지 ‘한강센트럴자이’의 계약자 연령대별 분포는 30대가 40%로 가장 많았다. 40대(29%), 50대(19%)가 뒤를 이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울 전세난을 피해 교통여건이 좋으면서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김포신도시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실수요는 30대, 투자는 40대가 주도

이처럼 분양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떠오른 이른바 ‘3040세대’에서도 청약단지별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고 투자 목적이 큰 단지들은 40대 연령층의 청약이 많고, 실수요 목적이 뚜렷한 단지에서는 30대들의 분양 신청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분양시장의 최고 주목 단지로 수도권 최고 청약경쟁률을 갱신한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의 경우 30대와 40대의 계약자 비율이 전체의 62.7%로 나타났다. 이 중 40대가 38.2%, 30대가 24.5%다. 뒤를 이어 50대가 22.6%로 많았고, 60대 이상 7.9%, 20대 6.8%의 비중을 보였다.

이 단지는 계약금이 20%로 초기 목돈 부담이 컸지만 당분간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물량이 없는 점에서 실거주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경쟁률 161대 1의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실수요층이 두터운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전세난에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의 ‘청약 러시’가 주를 이뤘다. 특히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실거주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30대의 계약률이 높게 나타났다.

경기도시공사가 지난해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에 분양한 ‘자연&롯데캐슬’과 ‘자연&e편한세상’의 계약자 연령대별 분포에서도 30대가 47.82%로 가장 높았다. 다산신도시는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이 들어설 예정으로 잠실 등 강남 접근성이 좋아 30대 젊은 층 실수요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주택건설업계, ‘젊은 고객’ 모시기 총력

이처럼 아파트 구매 주요 수요층이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30~40대로 옮겨가면서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도 꼼꼼해지고 있다. 내부 특화설계는 기본, 교육 특화, 환경 친화, 커뮤니티 시설 등이 아파트 선택 시 필수 목록이 된 것.

때문에 주택건설업계도 아파트 공급 시 이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한 특화단지 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수요를 공략해 학교와 어린이집을 단지 내에 조성하거나 여가생활을 중요시하는 30대의 특징을 고려해 단지 내에 스포츠, 레저,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테마파크, 피크닉, 테라스를 조성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구매력이 높은 30~40세대가 분양 시장의 주축이 되면서 자녀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춘 단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주변 교육 환경이나 어린 자녀들을 위한 특화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테라스하우스, 알파룸 등 최신 주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건설업계의 설계 특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