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 활로는 예나 지금이나 수출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악재는 수출 부진이다. 금년도 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나 감소하고 자동차,철강,화학 등 13대 주요 품목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전체 수출실적은 지난 해 10월 이후 4개월째 수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우리와 가장 많은 교역이 이루어 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실물경제가 악화되어 더욱 힘든 상황으로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 상황을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의 악화 때문에 수출이 줄어드는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 동안 수출 정책이 주력산업의 생산 품목에만 치중하여 편중된 정책이 실행된 결과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우리의 간판 주력상품인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도 중국의 저가 공세에 휘말려 세계시장에서 마켓셰어를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첨단 ICT분야와 자동차,철강 부문도 경쟁국들과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위협받고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주형환 산업통산부 장관은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 “최근 수출 부진은 대외 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주력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새로운 대체 산업 창출도 지연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개최했다. 2013년 5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9차례 열렸다. 정부는 회의 때마다 수십조원의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 조치가 이뤄졌다고 자평했다.

이 날 회의의 주요 내용은 서비스산업·농림어업 분야의 투자 활성화 대책과 새로운 수출 동력 창출을 위한 신산업 투자 지원책을 수립하여 발표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 등 수출 주력 상품의 부진 대책으로 새로운 수출 품목을 육성하고 신규 서비스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수출 동력 창출을 위한 신산업 투자 지원책과 바이오헬스 등 분야별 집중 지원을 통해서는 총 12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1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 650억 달러 수출 증진 효과를 달성하게 된다.

서울 양재·우면동 일대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조성하는 등 6건의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6조2000억원의 투자효과를 거둔다. 화장품·의약품·패션 등 5대 소비재 분야에 3년간 44조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한다.

숙박과 교통, 금융업의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스포츠산업(41조원)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1500㎡ 규모 이내 실내체육관을 건립시 그린벨트구역을 완화하고 일반 체육시설의 고용창출투자시 세액 공제를 허용한다. 대학의 해외 진출 지원과 학점이수 요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많은 경쟁력 강화대책과 숙원사업의 해결책을 결정했다. 미래의 희망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결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회의는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라는 점이다.

이미 8 번에 걸쳐서 우리나라의 살 길인 수출증대계획을 수립하고 지원법과 규제를 뜯어고치며 수출진흥을 추진해 온 터이다. 더구나 이번 회의는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감소폭마저 계속 커지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개최하는 회의였다.

모두가 우리나라의 수출입 현황과 당면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아도 다 익히 아는 바이다. 전략산업이기도 하고 수출 부문의 비중이 매우 큰 석유화학·조선·철강업종은 저유가, 중국의 저가 경쟁 등으로 장기 부진 상태에 빠져있다.

또한 우리의 가장 경쟁력 있는 수출 주력 상품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CT 제품들마저 줄줄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특히 지난 1월 ICT 수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7.8%나 급감했다. 시급히 이 전략산업과 주력상품에 대한 부진 만회대책을 먼저 심각하게 논의하고 추가적인 진작 대책을 논하는 것이 순서라고 일반 국민은 생각 할 것이다.

신산업 113개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일자리 50만 개 가량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일자리를 흔들림없이 확고히 하는것이 새 일자리를 창출하기 보다 간단하고 쉬운 작업일 것이다.

만약 현재 힘겹게 돌아가고 있는 철강,조선,화학 등 전략산업과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ICT 제품 생산공장들이 문을 닫는다면 50만 개의 일자리만 없어질까 가늠하기 어렵다.간단한 대책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상품 수출이 활성화 된다면 기업의 자구책으로 이미 정상화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기업 독자적인 노력으로는 헤쳐나가기 어려운 4각 경제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경제의 둔화, 일본 주가의 폭락과 엔화의 강세, 저유가, 유럽은행의 신용위기 등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회의는 어떤 문제에 대한 발생 원인과 문제점을 확인하고 심사숙고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을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를 다루는 순서는 중요성과 긴급성에 따라 선후를 가린다.

이번 회의 때 논의 된 문제는 중요성과 긴급성이 다 우선순위인 사안이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지난 회의에서 결정된 대책이 제대로 집행되어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지 검토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거나 부진하다면 그원인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추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다루고 결정하는 일이 국사(國事)일 때에야, 작가가 퇴고(推敲)와 정정(訂正)을 통해 작품을 출산하듯 그 점검의 정도는 강하고 숙고할수록 좋다.

이번 회의는 끝이 났다. 신규로 제정한 신선한 계획과 프로젝트들이 돋보인다. 그러나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무역진흥을 위한 확고하고 주도 면밀한 실제적인 정책 수립은 안 됐다.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정책 수립이 긴급하고 중요하다. 다음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언제 열릴지 마음이 급하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근본적으로 제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면서 "현장 대기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부족을 해결해 제조업체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