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2016년 한 해는 제발 무사히 비켜가다오, 그렇게 새해 벽두 일출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빌었건만.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대형 악재가 또, 그것도 올해는 유달리 더 일찍 터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한민국이 잇따라 대형 악재를 맞으며 이른바 ‘리스크 증후군’에 빠져 버렸다. 취임 이듬해인 2014년 세월호 침몰 인명참사의 ‘안전 불감(不感) 리스크’로, 이어 2015년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염 확산이라는 ‘방역 부재(不在) 리스크’, 그리고 올해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발사로 야기된 ‘안보 불안(不安) 리스크’가 차례로 들이닥쳤다.

특히 두 해 잇달아 대형 악재로 대한민국 내수 경제가 치명타를 입어 기업은 기업대로, 국민들은 국민대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비록 북한 리스크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과 ‘강도(强度)’에서 예전과 달라 걱정이다.

세월호 침몰 안전불감과 메르스 확산 방역부재가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가동 실패에 따른 내재적 리스크였다면, 북한의 정략적 도발이라는 안보 불안은 외래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사실 우리 정부가 예상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앞의 내재적 두 리스크는 우리 남한 사회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사회와 경제 등 국가 시스템과 국민 의식에 비정상적 트라우마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치유를 통한 복원 가능성이 상존했다.

그러나 북한발(發) 리스크는 남한만의, 남북한 간 역학관계 이상의 정치공학적 메커니즘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때론 불가항력적이고 치명적인 ‘아킬레스건(腱)’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분단 및 적대적 대립 상태인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정치군사적 이해관계가 마치 ‘복마전(伏魔殿)’ 같이 작용하고 있는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항상 북한발 리스크는 이들 강대국에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더없이 좋은 빌미를 주는 부작용을 제공했다.

4차 북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남북 간 대결 양상에서도 어김없이 강대국들은 ‘자기네 국익 셈법’에 따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공격은 물론 ‘가상의 적(敵) 1호’ 중국의 군사적 팽창정책을 견제할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즉각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반면에 자국의 바로 코앞에 세계최강 군사대국의 첨단 무기감시 시설을 지켜봐야 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 안정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리스크’들이 단순히 정치군사적 후유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 빠진 내수경기와 올 들어 수출 급감세로 빨간불이 켜진 대외무역 실적에서 보듯 한국 경제를 더욱 위기 늪에 빠트리는 촉진제 작용을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는 이들 ‘리스크’를 평가하고, 해결하려는 사회 주체들의 시각 차이로 최근 2년 내내 불협화음과 충돌 양상을 겪고 있다. 리스크가 안고 있는 불안정성과 이로 야기된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찾기에 머리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네 탓’ 다툼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우리 사회가 처한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국민단합을 주문한 것은 어찌 보면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당연한 호소이다. 그럼에도 비판적 여론과 차가운 시선이 여전하다. 왜 그럴까.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간과한 부분이 무엇이었을까.

열거한 리스크들과 현재의 경제위기는 어느 날 하늘에 툭 떨어진 자연발생의 것들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잘못된 사회 시스템이 배태시켰고, 이를 대처하는 위정자들의 안이하고 미숙한 대응이 더욱 악화시켰다.

대통령은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단합을 호소했지만, 사실 정부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국민 단합과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근원이었음을 인정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루벌이에 급급한 서민들이나, 국내외 시장에서 피 말리는 생존게임에 매달린 기업들은 사실 크고 작은 리스크 자체보다 그로 유발되는 후유증으로 입을 피해를 더 걱정한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로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입을 중상(重傷)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위기를 신속히 타개해야 할 상황을 연일 쏟아내는 정부발 ‘북한 위협성’ 뉴스로 오히려 국민들을 더 불안한 위기의식으로 몰아가는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권의 정치적 우위 ‘안보 심리’ 지수는 높였을지 몰라도 국민의 민생 우위 ‘경제 심리’ 지수의 하락은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