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에너지 시장에서는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그리고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 4개국의 석유장관 회담이 최대 관심사 였습니다. 감산 합의를 기대했지만 역시 생산량 동결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솝우화에 여우와 두루미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 평평한 접시에 음식을 대접합니다. 두루미는 그저 바라만 볼 뿐입니다. 자기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두루미도 생일날 여우를 초대해서 여우가 도저히 먹을수 없는 식기에 음식을 대접합니다.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의 회원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 그리고 비 회원국인 러시아와 베네수엘라가 한자리에 어렵게 모였습니다. 여전히 재정압박을 받고 있지만 견딜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원유생산 1위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디폴트 상황까지 몰릴 정도로 경제난이 심한 생산 2위국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입장차이는 여우와 두루미와 같을 겁니다.

하지만 생산량 동결이라는 어려운 합의만을 봤습니다. 여전히 입장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만큼 합의가 확고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밤 최대 관심사는 산유국 4개국의 석유장관 회담의 원유생산량 동결 전격 합의에 따른 국제 유가 움직임이었습니다.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반등후 하락이라는 실망감을 그대로 표출했습니다. 감산이 아니고 동결이라는 것에 여전히 공급과잉 현상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시장의 관심은 무엇보다 이들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겠느냐에도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구심의 배경에는 지난 1월 11일 하루 원유생산량이 사상최대규모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 날을 기준으로 생산량을 동결한다는 것은 향후에도 공급과잉은 지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수출제재가 풀린 이란은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경제재건의 재원으로 쓰겠다고 연일 증산을 외쳐되고 있습니다. 증가요인은 여전히 상존하는 셈입니다.

또 한가지는 한겨울의 성수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들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지난 3년간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도 석유 다툼 탈피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유가 급락으로 셰일에너지 개발을 사실상 정부차원에서 포기한 상황입니다. 물론 민간 사업자들은 생존이 달려있으니 변심한 정부를 바라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산단가 축소를 위한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바마가 집권말기의 주력 정책으로 청정프로젝트을 진행하고 있어서 이점 역시 셰일보다는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짐작케 합니다.

이미 태양열 관련 일자리는 지난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선두주자입니다. '캘리포니아 태양광산업 직업 센서스(The California Solar Jobs Census report)'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만 늘어난 태양열 관련 산업 신규 일자리는 2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38% 늘어난 수준입니다.

경기침체가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더 서두르게 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가지는 산유국 대부분이 재정난에 허덕일 뿐 만 아니라 파산 위기에 치닫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생산량 동결이 절박한 상황에사 얻어낸 결론이지만, 사실상 강제할 수 없는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지켜질 지에 대해 반신반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가의 재정 임계치가 낮은 사우디 아라비아 등을 제외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비회원국들인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은 이미 임계치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러시아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운찮은 면피성 발언으로 합의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습니다. 다른 산유국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 조건이라는 반응입니다.

일단 시장은 감산합의 필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 처럼 산유국들의 합의는 사실상 힘들어보입니다. 살고 봐야겠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원유수출가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설명합니다.

산유국들의 최대 위협요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보다 향후에는 신재생에너지 확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공급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간이 산유국들에게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은 산유국들도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에너지 시계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감산 합의만이 그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카드라는 겁니다. 결국 국제유가는 이해관계가 다른 산유국간의 합의 도출이 없을 경우 현재와 같은 파도타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