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지난해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는 등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러한 주택 공급 과잉현상이 향후 ‘입주대란 → 가격폭락 →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최근 국책 연구기관들이 각자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누구의 말이 맞는지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주택공급 수용능력 충분…주택시장 침체는 ‘기우’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5년 분양물량이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하반기 미분양 증가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2008년 이후 공급 누적물량,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 발생 수준 등을 보면 공급과잉으로 인한 본격적인 조정국면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분양 급증에 따른 주택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분양물량과 실제 재고로 반영되는 입주물량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분양-입주사이의 시차, 대규모 공급 등 구조적으로 공급이 비탄력적인 아파트 분양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수용능력 ▲시장수요유지여부 ▲시장수급상황 측면에서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물량(52만가구)이 단기적으로 급증했으나, 2008년~2015년 공급물량의 누적분을 고려하면, 4.5만가구 정도의 공급부족분에 의해 시장수용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노 연구원은 “2015년 분양에 따라 이전 누적 부족분(2008년 이후)이 4.5만가구 수준으로 감소하고 2016년 35만가구 분양에 따라 누적 초과상태로 전환될 것”이라며, “2016년의 초과분 1.2만가구가 모두 미분양으로 전환돼도 미분양은 전고점(2012년 11월)이하인 7.3만가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주택 공급이 집중된 2015년 분양물량이 2~3년 후 입주시점에서 입주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노 연구원은 전했다.

 

지난해 분양물량 52만가구는 2017년 34만가구, 2018년 상반기 17만가구 입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입주물량의 초과분이 발생하나 2016년부터 분양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전 누적 부족분을 반영시 입주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는 것.

아울러 최근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의 전세시장 상황이 일정규모의 분양 수요를 뒷받침 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주산연에 따르면, 2016년 1월 총청약자수는 전월대비, 전년동월대비 감소했으나, 2008년 이후 1월 평균보다 59% 많은 수준이며,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도 9.6:1의 높은 청약경쟁률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 대비 경기도의 분양가격은 55~61% 수준인데 반해, 서울의 전세가율은 70%를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서울 전세가구의 매매전환 수요도 상당부분 예상되고 있다.

끝으로 노 연구원은 “최근 미분양 증가 현상은 단기간에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 수준은 자연발생적 범위 안”이라고 주장했다.

주산연에 따르면, 2015년 12월 준공 후 미분양은 과거 2009년의 21% 수준이며, 분양물량대비 비중은 2%에 불과하다. 2015년 12월 미분양 물량도 6만1512가구로 과거(2001년 이후) 연평균 미분양물량과 비교하면 7534가구 적은 수준이며, 전고점(2012년 11월) 7만 6319가구, 최고점(2009년 3월) 16만5641가구와 비교하면 각각 1만4807가구, 10만4129가구 적은 수준이다.

 

노 연구원은 “분양물량 대비 미분양 비중은 최대 분양물량에도 불구하고 2015년 11.9%로 2008년 이후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80%대의 높은 초기분양률을 유지하면서 최저 미분양 해소 속도를 적용해도 미분양 물량은 2016년 6월 7만3972가구까지 증가한 후 12월 6만7468가구로 감소하면서 전고점(7.6만가구)이하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분양 물량, 국내 평균 주택 수요의 ‘두배’

반면,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급증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부동산·금융시장 안정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 주택수요 확대와 분양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 및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공급(착공)은 약 70만 가구로 이는 최근 증가하는 가구 수와 주택멸실 수를 고려한 한국 경제의 기초적 주택 수요(35만가구)와도 40만가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송 연구위원은 “향후 주택수요의 증가세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분양 물량 급증은 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시점에 발생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KDI가 도출한 준공 후 미분양물량 시나리오(2016년 분양물량 37만가구, 2017년 이후 27만가구로 가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과 같이 주택수요가 유지되는 경우에도 준공 후 미분양은 2018년 2만10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수요 여건이 일부 악화될 경우 준공 후 미분양은 2018년 3만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 출처=KDI

송 연구위원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이미 열악한 건설업의 수익성과 현금 흐름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분양 물량 급증이 중장기적으로 주택·금융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