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광고업체 글리스파의 최고마케팅경영자(CMO) 니콜 드메오는 미국의 유명 마케팅 전문가다. 특히 그는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칼리 피오리나 등의 거물급 인사들의 홍보 마케팅 파트너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드메오 글리스파 CMO는 이코노믹리뷰와의 단독 화상인터뷰를 통해 작고한 스티브 잡스와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와 그를 비롯한 업계 주요 인물들의 리더십에 대해 들려줬다.

▲ 니콜 드메오 글리스파 CMO. 출처=글리스파

애플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잡스가 컴퓨터 회사 넥스트 소프트웨어(NeXT Software)를 설립하고 운영할 당시에 드메오는 마케팅 대행사 ‘오가닉 온라인’의 대표로 그와 처음 만났다. 그는 이후 잡스와 함께 넥스트의 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축했다. 드메오는 1996년 애플 컴퓨터의 넥스트 인수에도 참여했다.

“잡스는 문자 그대로 ‘천재’에요. 그는 소비자의 내면에 대해 이해하는 예리한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드메오는 잡스가 마케팅에 있어서도 드물게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했다. 잡스는 자신이 마케팅 전문가에 가까웠기 때문에 회사에 다른 마케팅 임원을 둔 적이 없다. 때문에 그는 드메오나 드메오의 팀과도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업무를 함께 했다.

드메오 CMO는 여러 매체에 다뤄진 것과는 조금 다른 잡스를 기억한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괴짜라기보다는 히피나 보헤미안에 가까웠어요. 뛰어난 지성과 문화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었는데, 특히 음악을 사랑하고 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은 사교적인 인물로 사람에 대한 이해도 남달랐어요.”

그는 잡스가 사생활을 중시해서 세간에 알려진 내용이 없는 것이지 괴팍하고 외골수였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마케팅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더군요(웃음). 하지만 그는 소비자 심리에 밝은 타고난 마케팅 귀재였어요. 다만 함께 일할 때 언론과 가까이 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기는 했죠.” 드메오는 잡스의 장례식을 회상하며 그 자리에서는 생애 동안의 감동적인 일화들이 소개됐고 많은 주변사람들이 진심으로 그의 부재감에 슬퍼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잡스가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에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 등의 혁신적인 제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 니콜 드메오 화상인터뷰. 출처=이코노믹리뷰

2006년 월트디즈니사로 하여금 영화 6편 밖에 찍지 않은 신생 영화사 픽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하게 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잡스의 협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잡스는 생전에 이를 위해 강력한 '준거의 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드메오는 처리하기에 너무 많은 요구사항에 직면했을 때도 회사가 가장 추구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이를 가려내고 나서 잡스에게 보고해야 했다.

그는 돌이켜 볼 때 스티브 잡스와 함께 했던 것이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잡스는 직원들과 파트너에게 “당신이 누군지 알고 당신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라”면서 이기기 위한 아이디어라면 어떤 것도 허락해주는 파격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었다. 또 함께 일하는 이의 출신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다. 드메오는 “그는 우리에게 태산도 옮길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줬고 우리는 결국 어려운 일도 해내곤 했다”고 말한다.

이후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와도 홍보 파트너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슈미트는 자애롭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드메오는 비즈니스위크 컨퍼런스 당시 슈미트는 자신과 다른 연사들의 옆자리를 홍보담당자인 자신에게 내어줄 정도로 사려깊었다고 설명한다. 드메오는 "원래는 전 그의 연설을 돕고 다른 곳에 자리할 예정이었지만 제게 연사들 테이블에 앉으라고 배려했다"며 그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반면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CEO는 어려운 리더였다. “피오리나는 나중에 정치가가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높은 기준을 갖고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의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어요. 그는 주변을 철저히 통제하는 편이라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일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는 피오리나가 사실 같이 일하기 까다로운 상관이었고 HP 직원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훌륭한 연설가로 기억된다고 했다.

끝으로 드메오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T) 등이 대표하는 현재의 기술이 단순한 이진법이 아니라 사람과 깊이 관련된 것이라는 배움을 얻었다고 전한다. 그는 글리스파에서 모바일과 웹 기반의 마케팅을 위한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