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소두증 유발 원인으로 꼽히는 지카 바이러스가 면역체계가 미치지 못하는 장기에 숨어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외신은 이 사실을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혈액뿐만 아니라 정액, 신생아의 뇌 조직, 태반, 양수 속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의학 잡지 '신종전염병'은 68세 남성의 정액에서 두 달 넘게 지카 바이러스가 살아남은 것으로 조사된 사례를 공개했다. 이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62일이 지나 채취한 정액에서 바이러스는 검출됐다.

슬로베니아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낙태한 태아를 부검한 결과 태아 뇌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다량 검출해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출산 이후 사망한 브라질 아기 2명의 뇌와 임신 중 유산된 태아 2명의 태반에서 지카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가 한정된 시간에 혈액 속에 머무른다고 알고 있지만 경험이 축적되면서 정액에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고환과 태반, 뇌 등 면역체계가 미치기 어려운 장기에 잠복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환과 눈, 태반, 뇌 등의 장기는 면역 시스템이 필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항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만약 바이러스가 이런 장기들에 정착하면 치료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전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생존하거나 증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