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세종시 운주산성요양병원장.

5세기 중반 인도 출신의 달마대사가 중국에 건너와 마음 공부로 해탈하기 위해 벽만 바라보고 9년간 수도했다고 하여 그 유명한 ‘면벽구년(面壁九年)’이란 말이 생겼다. ‘열 길 속의 물은 알아도, 한 길 속의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기란 평생을 노력해도 아리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고 있는 바닥은 ‘본능’이라 하여 대부분 같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위에 의식-무의식계는 마치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거대하고 복잡다단하다. 필자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도를 닦은 성인이라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마음을 의식-전의식-무의식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즉 자신의 주도적인 모든 경험과 감각을 ‘의식’으로, 자신의 기억을 들춰내면 떠오르는 잠재적으로 가능한 기억을 ‘전의식’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감춰진 것을 무의식이라고 했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는 ‘전의식’이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인간 모든 생활의 경험들은 잠시 동안 의식의 세계에 있을 뿐 시간과 공간이 바뀌면 전의식을 거쳐 무의식으로 잠재했다가 개인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이런 무의식은 혼자서 9년간 수행을 거쳐도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는 사회생활 속에서는 그 정체를 드러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가능하다. 무의식은 여럿이 함께 게임을 해보면 바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3~5명이 모여 즐기는 포커나 고스톱을 함께 하며 상대의 얼굴이나 태도를 관찰하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패가 손에 들어오면 빨리 그 패로 자신이 판돈을 다 딸 것이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패를 뺏다 끼워 넣었다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솔직하게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빨리 자기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바로 읽혀지는 ‘초짜’는, 상대로 하여금 바로 포기하고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되니 비즈니스가 되지 않는다. 반면 나쁜 패가 오면 얼굴을 찌그리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니 깊은 수를 보는 사람에게 쉽사리 엮이고 돈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편 아무리 좋은 패가 들어 와도 절대 표정으로 나타내지 않고 항상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가 섣부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포커 페이스’가 있다. 이런 사람은 진정 도박을 즐길 줄 아는 ‘타짜(전문도박꾼)’라고 부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예에서 ‘초짜’는 소양(少陽)인이고 ‘타짜’는 태음(太陰)인에 해당한다. 소음인은 우유부단하여 자신의 차례가 와도 결정을 못하고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지적을 당하면 당황하여 게임이 지체되게 만들어 성질 급한 소양인에게 공분을 사기 마련이다.

또한 게임을 주로 저녁에 하기 때문에 초저녁만 되어도 소양인은 벌써 음(陰)이 소진되어 하품이 나오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허리가 아프니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따라서 소양인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11시만 되어도 옆으로 누워 몇 게임을 포기하고 따놓았던 돈을 다 가지고 가라며 이내 드러눕고 만다.

반대로 소음(少陰)인은 체력이 약해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알지만, 밤을 꼬박 새워도 끄떡도 하지 않고 자세가 똑바르게 끈기를 갖고 일관성 있게 게임을 즐기는 강단이 있다. 하지만 태음인은 머릿속에 이미 상대가 무슨 패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넘겨짚고 슬슬 떠본다. 무슨 패를 가지고 있다며 빨리 내놓으라고 약을 올리며 벌써 계산을 하고 있는 ‘상상 마니아’다. 척 보면 안다며 신의 손임을 자처하며 앞으로의 판세는 끝났다며 마치 자신이 ‘도사’인양 게임을 즐긴다.

이처럼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알고 그에 대처할 수 있고 상대를 빨리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많은 게임에서 마지막으로 돈을 따게 되는 가장 큰 변수는 종자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와 게임을 즐길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