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995년부터 경주시의 한 리조트 관리부서에서 오랜 기간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총무과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회사가 다른 회사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A씨의 보직은 변경됐다. 이후 A씨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대리 밑에서 책상도 없이 일했다. 객실 전화기에 부착된 스티커 제거 등 잡다한 일이 그의 업무였다. 그 과정에서 상사와 마찰도 생겼다.

급기야 2010년 8월 A씨는 고객 대응 업무 지원을 나갔다가 회원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은 뒤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유서에는 회사가 2년 전부터 너무나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대법원 1부는 이모씨가 남편 A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A씨가 사망한 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한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고 이씨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A씨가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시간이 A씨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 내용 및 시간보다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장상사와의 관계 등 주위 상황도 A씨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고 할 수 없다"며 "고객과의 언쟁은 숙박업과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는 통상 있을 수 있는 일로서 우울증의 원인이 된 업무상 스트레스로 거론하기는 부적합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는 갑작스러운 담당 사무의 변경, 변경된 사무로 인한 자존심 손상,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 등에 직면해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급격히 우울증세 등이 유발된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이어 "우울증세 등이 발현, 악화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빠지게 됐고 그런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