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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만큼 매력적인 독일 시계 [3]삼대에 걸친 역사와 전통의 명가 랑에 운트 죄네
   
▲ 랑에 운트 죄네의 새 매뉴팩처에서 작업 중인 워치 메이커. 사진 제공/ 랑에 운트 죄네

사람들이 말하는 시계 열 중 아홉은 스위스 시계이다. 심지어 다른 국적 시계 브랜드도 스위스 메이드를 강조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스위스 시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스위스와 접경인 독일 시계는 스위스 브랜드 못지않은 시계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독일 브랜드의 시계에는 스위스 브랜드와는 또 다른 테크닉과 디자인이 존재한다. 최근 희소성 높은 새로운 시계가 소개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독일 시계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독일 시계 산업의 기반을 다진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가 설립한 랑에 운트 죄네는 독일 시계의 대명사격이다.

아돌프 랑에는 어렸을 적부터 시계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는 스승인 요한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굿케즈를 만나 시계 제조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전수 받았고, 1841년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하우스를 위한 파이브 미닛 클락을 만들었다. 이후 그는 ‘랑에 운트 씨에’라는 매뉴팩처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184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든 아돌프 랑에는 3년 뒤인 1848년 글라슈테 지역 시장에 선출되었다. 18년 동안 시장을 역임하며 폐광이 된 글라슈테를 대표적인 산업 지역으로 탈바꿈시키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임기 중 독일 시계의 특징으로 꼽히는 쓰리쿼터 플레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쓰리쿼터 플레이트는 납작한 하나의 플레이트가 여러 개의 브릿지를 대신해 무브먼트의 안전성은 물론 복원성까지 최대치로 끌어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 쓰리쿼터 플레이트는 현재에 와서도 대부분의 독일식 시계에 적용되고 있다.

1868년에는 아돌프 랑에의 아들인 리차드 랑에와 에밀 랑에가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회사에 합류했다. 두 아들이 합류하며 랑에 운트 씨에의 브랜드 네임도 ‘랑에 운트 죄네’로 바뀌었다. 랑에 운트 죄네는 ‘랑에와 아들들’이란 뜻으로 현재까지 브랜드 명으로 쓰고 있다. 1875년에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랑에 운트 죄네의 창립자 아돌프 랑에가 사망한 것. 이후 매뉴팩처는 그의 아들들에 의해 운영됐고 다양한 시계 기술을 선보이며 대를 이은 브랜드로 발전했다. 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 역시 독일 역사의 비극으로 꼽히는 세계대전의 화살을 비켜갈 순 없었다. 1948년 제 2차 세계대전 마지막 날 벌어진 공습으로 랑에 운트 죄네의 주요 매뉴팩처가 붕괴됐고 심지어 동독 정부에 의해 글라슈테 지방의 모든 시계 브랜드가 국유화됐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던 랑에 운트 죄네의 역사는 1990년 아돌프 랑에의 증손자인 발터 랑에에 의해 다시 시작된다. 발터 랑에는 ‘랑에 우렌 GmbH’를 설립하고 랑에 운트 죄네의 국제 상표권을 등록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가업을 이어 나간다. 이후 그는 당시 IWC와 예거 르쿨트르가 속해있는 LMH의 도움을 받아 랑에 운트 죄네를 빠르게 부활시켰다.

랑에 운트 죄네의 역사를 돌아보면 크게 3명의 인물이 눈에 띈다. 창립자 아돌프 랑에와 그의 장남 리차드 랑에 그리고 증손자 발터 랑에다. 아돌프 랑에는 브랜드를 창립한 인물로 랑에 운트 죄네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업적 역시 눈부시다. 시계 기술적인 면은 물론 글라슈테 지역의 시장을 역임하며 지역 경제를 살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랑에 운트 죄네는 이런 그를 기리기 위해 아돌프 랑에가 태어난 해인 1815년에서 이름을 따온 1815 컬렉션이 있다. 리차드 랑에 역시 주목해야 하는 인물. 그는 합금 시계스프링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리차드 랑에가 만든 합금 시계스프링은 기존의 철과 니켈 성분에 베릴륨이라는 소재를 혼합해 내구성을 최고치로 끌어 올렸다. 리차드 랑에의 합금 시계스프링은 발명품 특허까지 받으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리차드 랑에 역시 랑에 운트 죄네에 자신의 이름을 딴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리차드 랑에 컬렉션은 점핑 세컨드, 투르비옹, 퍼페추얼 캘린더 등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어 남다른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돌프 랑에와 리차드 랑에가 브랜드의 시작과 기술적 발전을 도모했다면 발터 랑에는 사라져가던 랑에 운트 죄네를 다시 세상에 알렸다. 서독에서 시계 판매상을 했던 발터 랑에는 통일 후 글라슈테로 넘어와 LMH의 도움을 받아 워치 메이커를 모았고, 랑에 운트 죄네를 되살렸다. 이후 1994년 랑에 운트 죄네의 재도약을 알리는 랑에1, 삭소니아, 아케이드, 투르비옹 포르메리트 등을 선보이며 랑에 운트 죄네 부활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랑에 운트 죄네의 컬렉션은 5개의 컬렉션과 1개의 한정판 컬렉션으로 이뤄져 있다. 랑에1, 삭소니아, 자이트베르크, 1815, 리차드 랑에 그리고 한정판 컬렉션인 한트베르크스쿤스트. 이렇게 총 6개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랑에 운트 죄네의 연간 시계 생산량은 5000개 미만에 불과하다. 컬렉션 당 생산량이 1000개를 넘지 않는 다는 의미. 소수정예를 위한 시계를 만드는 만큼 스위스산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에서 경쟁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파텍 필립이 가장 견제하는 시계 브랜드로 랑에 운트 죄네를 꼽을 만큼 높은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의 위용. 사진 제공/ 랑에 운트 죄네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는 시계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과 삭소니아 문페이즈다. 두 시계 모두 2016 SIHH(스위스 고급시계 박람회)를 통해 공개된 시계로 국내 입고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은 이름에도 짐작할 수 있듯이 3가지 컴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진 시계다. 다토그래프는 컬럼 휠 매커니즘, 점핑 미닛 카운터, 플라이백 3가지 기능을 통합한 크로노그래프로 짧은 시간을  측정해내는 기술이다. 퍼페추얼의 경우 6시 방향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2100년 3월1일까지 별도의 조정이 필요 없을 만큼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투르비용은 백 케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분에 한 번씩 축을 따라 회전하는 투르비용은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50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간 동안 정확한 시간을 구연할 수 있게 돕는다. 복잡해 보이는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은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L952.2에 의해 구동된다. 칼리버 L952.2는 기존에 있던 L952.1에서 투르비용 케이스를 더한 칼리버로 3가지 기능을 무리 없이 구연해 낸다. 랑에 운트 죄네 코리아에 따르면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용의 국내 출시일은 올해 9월에서 10월 중이다.

 

   
▲ 삭소니아 문페이즈. 사진 제공/ 랑에 운트 죄네

삭소니아 문페이즈는 간결하지만 랑에 운트 죄네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있다.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빅 데이트 창이 12시 방향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6시 방향의 문페이즈가 다이얼 위에 올려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군살를 뺀 외관처럼 무브먼트 역시 다이어트에 성공하며 두께를 최소화했다. 삭소니아 문페이즈의 무브먼트인 칼리버 L086.5는 두께가 5.2mm다. 케이스 두께 역시 9.8mm로 채 1cm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얇아진 것만이 아니다. 저먼 실버 소재의 쓰리쿼트 플레이트와 클래식 스크류 밸런스, 프리-스프렁 밸런스 스프링이 장착돼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시간을 구현해 낸다. 삭소니아 문페이즈 역시 올해 5월에서 6월 사이 국내 부티크에 입고될 예정이다.

 

   
   
▲  랑에 운트 죄네의 브랜드 대표선수격인 그랑 랑에1 문페이즈(위)와 자이트베르그. 사진 제공/ 랑에 운트 죄네

다토그래프 퍼페추얼 투르비옹과 삭소니아 문페이즈가 새로 선보인 기대주라면 그랑 랑에1 문페이즈와 자이트베르크는 랑에 운트 죄네를 대표하는 시계다. 랑에1 문페이즈는 독일 시계의 전형이 돼버린 오프 센터 다이얼을 쓰고 있어 눈에 띈다. 중심을 조금 벗어난 메인 다이얼 아래에는 문페이즈가 올려져 있다. 랑에1 문페이즈의 달은 7개의 기어 트랜스미션에 의해 구동된다. 이런 문페이즈는 실제 달의 주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솔리드 골드로 제작된 달 모양 디스크는 남다른 멋을 전한다. 가격은 5700만원대이다. 또 다른 시계인 자이트베르크는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디지털 방식의 표기법과 2시 방향의 용두를 지닌 이 기계식 시계는 출시 당시 숱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외관 뿐 아니라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인 L043.1 역시 눈길을 끌었다. 일반 핸즈에 비해 숫자 플레이트를 넘기는 방식으로 기존의 칼리버로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L043.1은 남다른 힘과 정확성으로 자이트베르크의 다이얼 위로 정확한 시간을 구연해낸다. 범상치 않은 외모처럼 이 시계의 가격은 9300만원대.

다양한 시계 외에도 랑에 운트 죄네는 2015년 8월26일 새로운 매뉴팩처를 완공해 주목을 받았다. 창립 이후 이어온 매뉴팩처 건너편에 위치한 신 매뉴팩처는 보다 효율적인 시계 공정을 확립하기 위해 지어졌다. 많은 이들은 새로운 매뉴팩처가 지어진 것이 생산량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랑에 운트 죄네는 보다 나은 질의 시계를 만들기 위함이지 시계 생산량을 늘리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랑에 운트 죄네의 매뉴팩처 개관이 화제가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방문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는 블랙 컬러의 아우디 A8이 줄지어 들어와 현장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 이후 메르켈 총리는 연단에 올라 직접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등 랑에 운트 죄네 매뉴팩처 개관을 누구보다 환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랑에 운트 죄네는 워치 스쿨을 운영해 꾸준히 워치 메이커 양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2012년부터는 콩코르소 델레간차 발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라는 페스티벌을 후원하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클래식 자동차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과거부터 수많은 부호들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유명했다. 랑에 운트 죄네는 콩고르소 델레간차 발라 데스테에스에 참석한 사람들 중 베스트 오브 쇼로 뽑힌 수상자에게 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랑에1 타임존을 전달하며 문화관련 사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기산 기자  |  kkszone@econovill.com  |  승인 2016.02.12  1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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