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침체의 여파로 한 가지 아이템이 다기능을 갖춘, 이른바 ‘하이브리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다기능 제품들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각기 다른 아이템의 특성을 하나로 합쳐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하나의 아이템만으로도 여러 가지 용도를 해결할 수 있고 그만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복잡한 기초 단계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화장품부터, 여러 가지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는 주얼리나 신발까지 하이브리드 제품은 그 아이템도 다양하다.

속옷에도 한 가지 아이템이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하이브리드’ 속옷이 있다. 거들과 팬티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거들팬티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속옷 아이템이다.

몸매 보정 기능이 있는 거들 안에는 위생을 위해 팬티를 함께 입어줘야 하는데, 두 가지 아이템을 모두 입으려면 답답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한 거들팬티는 기존의 거들보다는 몸에 압박감을 덜 가해 착용감은 편하면서 약간의 체형 보정 기능도 가지고 있다. 또한 면 소재를 사용하거나 면과 나일론 스판 원단을 혼용해 사용하기 때문에 팬티의 위생적인 기능도 수행하는 멀티 속옷이다. 팬티와 거들 두 가지를 모두 입기에 부담스럽다면 거들팬티를 권할 만하다. 특히 날씨가 더운 여름에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여기에 한 가지 기능을 더한 ‘3 in 1’ 아이템도 있다. 바로 힙패드 거들팬티다. 기존 거들팬티의 엉덩이 부분에 탄성이 좋은 패드를 넣은 아이템이다. 형태 복원력이 좋은 메모리 패드를 사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끈한 힙라인을 살려준다. 또한 기존의 거들팬티 기능이 있어 앞쪽의 복부도 살짝 눌러주기 때문에, 몸매에 신경을 많이 쓰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쉽게 말해 이른바 ‘엉뽕’과 거들, 그리고 팬티의 기능을 이 한 가지 아이템이 전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체를 위한 하이브리드 속옷으로 거들팬티가 있다면, 상체를 위한 아이템으로는 브라탑이 있다. 브라탑은 브래지어와 러닝이 하나로 결합된 속옷이다. 러닝 안쪽에 브래지어 기능을 하는 컵을 달아 가슴을 고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등 부분에는 브래지어의 날개 역할을 하는 신축성 있는 밴드가 있어 내장된 컵이 움직이는 것을 막아준다. 브라탑은 두 가지 아이템의 기능을 하나로 합쳤다는 장점 외에도 일반 겉옷처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색상이나 프린트가 다양해 스타일리시한 브라탑 위에 정장 느낌의 재킷이나 캐주얼한 카디건 등을 살짝 걸쳐주면 제법 신경 쓴 듯한 패션이 완성된다.

실내복과 외출복을 겸하는 이지웨어도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아이템이다. 간단한 외출복으로 입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원마일(1 mile)웨어’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지웨어는 잠잘 때 입는 파자마나 후줄근한 추리닝과는 달리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파자마나 트레이닝 복처럼 세트를 고집하지 않고, 팬츠, 티셔츠, 원피스, 스커트 등 단품으로 구성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과 다양한 코디가 가능하다. 디자인도 실내복과 외출복을 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반 파자마와는 많이 다르다. 티셔츠는 아예 심플한 단색을 사용하거나 화려한 프린트를 이용해 하의와 여러 가지 매치를 가능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바지의 경우는 가벼운 외출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구성된다. 폭이 넓은 헐렁한 느낌이 아니라, 입었을 때 다리 선이 길어 보이는 부츠컷(허리에서 무릎까지는 폭이 좁은 데 반해 무릎 아래부터는 폭이 넓어지는 디자인) 라인이나 윗부분이 봉긋한 배기팬츠 라인을 사용하기도 한다.

추운 겨울의 입김이 가시고 따스한 봄의 기운이 이제 막 코끝을 스치려는 계절이지만, 봄의 기운만큼 따뜻한 소비심리는 아직 돌아오고 있지 않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주는 하이브리드 속옷이라면 편리성과 효율성까지 챙겨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감각적인 패션까지 완성시켜주는 스타일까지 겸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