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위기관리 매뉴얼에 보면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는 팀이 이른바 ‘워룸’ ‘상황실’ ‘통제센터’ 등과 같은 특정 장소에 집합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어디로 어떻게 모여야 하는지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요. 이에 대한 조언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으로 추측하건데, 아마 회사에서는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반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특정 장소 즉, 워룸(War Room) 등으로 불리는 그 장소는 위기관리를 직접 실행하는 인력들이 집합해야 하는 장소는 아닙니다. 실행 인력들은 일단 실행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위기관리 일선 업무를 해야지요. 그곳은 해당 위기관리를 통합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임원들과 핵심 팀장급들의 집합 장소로 보는 게 맞습니다. 위기관리 위원회라고 하죠.

일반적으로는 기업 내부의 특정 장소를 워룸으로 명명해 미리 매뉴얼에 정해 놓습니다. 대회의실이 있다면 그곳을 해당 장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워룸을 설치하고 운용하는 데 팁을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비상연락망에서 실행 중심인 위기관리팀보다 상위 개념으로 의사결정그룹인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 리스트를 보십시오. 워룸은 그들이 일상업무를 보는 공간과 가장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본사 건물에 대부분의 멤버들이 보여 있다면 건물 내에 위치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가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의 본사 건물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극대로 사내 대외비를 다뤄야 하는 경우에는 본사 건물 외 특정 장소를 미리 선정해 놓기도 합니다. 이 또한 위치로 가장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야 하겠습니다.

해당 장소는 장기간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그에 적절한 회의, 공유 보고, 통신, 숙식 관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거나, 즉시 구비 가능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대회의실을 워룸으로 선호합니다. 만약 대회의실이라고 해도 리스트상 집합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 집합 시 공간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가능한 본사 건물과 가까운 곳에 대회의실 수준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넓은 시설을 미리 정해 놓습니다.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매뉴얼상에 해당 워룸 시설에 대한 설치, 운영, 지원 업무를 총무나 행정부서의 역할로 부여해 해당 부서 내에서 실제 관리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실제 위기 시 핵심 멤버들이 즉각 집합하더라도 워룸 설치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시설상의 여러 문제를 보이게 되면 오히려 워룸이 효율적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환경이 돼버립니다. 각자 사무실에서 의사결정하는 것이 낫겠다는 불만들이 나오게 되죠.

워룸에 집합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해당 장소에서 장기간 위기대응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집합해야 합니다. 사무용 개인물품은 물론, 노트북, 휴대폰, 각종 충전기와 공유장비 등을 소지해야 합니다. 해당 장소에는 크게 세 가지 업무가 핵심 축입니다. 수집된 상황의 통합 보고와 공유가 첫 번째 축입니다. 해당 정보들을 기반으로 한 대응의사결정이 두 번째 축입니다. 마지막 축은 의사결정 상황을 효율적으로 실행 그룹에게 전달하고 지시하는 업무가 됩니다.

이렇게 준비된 채로 의사결정하는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많은 업무들이 단순화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됩니다. 부서 간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반복되거나, 허비되는 업무와 시간들이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CEO 입장에서도 한자리에서 해당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하나의 시각으로 파악 공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여러 대응 의견들을 취합 청취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CEO 지시사항들이 한자리에서 전방위적으로 전달되는 장면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CEO가 해당 워룸에서 의사결정을 리드하지 않거나, 워룸 회의에 참석조차 않는 경우에는 워룸 운영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옥상옥(屋上屋)이 생기면서 의사결정 권한이나 신속성이 제한되고 효율성 기대가 어려워지죠. 그래서 실제로 비밀 준수 문제, 권한 이양 문제, 협업 문제, 정치적 문제 등으로 워룸의 실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입니다.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실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확하게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