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백 투자자문회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에 올해 2016년 1분기 최적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물었더니 매우 보수적인 답이 돌아왔다. 투자상품을 주식에 10% 미만, 채권에 80%, 달러나 금 같은 대안 투자에 10% 이상을 담을 것을 조언했다. 주식 ETF 바구니에 국내 주식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물가지수, 금리, 개별 주식 밸류에이션 등 과거 데이터는 물론 여러 선행지수를 비롯한 온갖 거시경제 지수를 빅데이터로 넣어 도출된 결과였다.

지난 달 18일 금융위원회는 새해 정부 부처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우리나라 핵심 성장동력산업으로 로봇과 ICT분야를 지정하고 로보어드바이저에 관한 규제를 완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온라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등을 도입해 개인투자자들의 온라인 투자자문을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자문업 관련 규제를 개선키로 했다. 비대면 온라인 계약을 허용하고 전문 자문인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획도 덧붙였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지혜가 필요한 ISA>

오는 26일에 본격 시행되는 계좌이동제와 3월 중에 시행 예정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전문상담을 필요로 하는 투자상품 추천과 개인의 통합자산관리를 사람이 아닌 로봇에게 일임하거나 로봇의 지혜를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을 만들었다.

계좌이동제는 은행을 거래하는 고객이 지금 거래하는 은행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미흡하여 타은행이나 타 금융기관으로 거래를 옮기고 싶을 때 거래 희망은행에 가서 종전에 거래하던 은행의 통장을 해지하거나 이동을 요청하면 타은행 통장이라도 옮길 수 있게 통장관리 시스템이 일원화되어 고객에게 매우 편리한 제도다.

ISA는 은행,증권,보험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각 금융기관 중 원하는 금융기관에서 은행,증권,보험의 업무를 제한없이 통합해서 거래 할수 있고 거래할 상품도 어느 금융기관 상품이라도 한 곳에서 다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편해지고 투자상품이 많아진 반면에 고객에게는 큰 고민이 생겼다.

ISA에는 은행,증권사,보험회사 상품을 마음대로 골라 담을 수 있는데 투자상품인 증권-투자금융사의 상품은 창구에 가서 한 두 번 설명만 듣고 가입했다가는 나중에 큰 코 다칠 수 있는 증권사의 ELS(주가연계증권),ELB(주가연계파생사채),ETF(상장지수펀드),각종 펀드 등 수많은 투자상품들이 많다.

이런 상품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깊은 상담과 정확한 상품분석과 투자자의 개인 투자성향 등까지 종합해서 투자상품을 결정해야 한다.그렇게 심사숙고해서 투자해도 어떤 때는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 투자상품이다.

ISA는 투자하기 전에 전문가의 상담과 분석과 조언이 전제돼야 하는 상품이다. 그런데 현실은 증권회사나 은행에서 투자상담전문가(WM이나 PB)와 직접 상담하기에는 양적으로아직은 태부족 상태이다. 다행히 상담할 기회를 얻었다 하더라도 은행은 상담수수료를 안 받지만(원칙적으로는 받아야 함) 증권-투자금융회사에서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때는 자산가액의 1%이상의 상담수수료를 매년 내야한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확인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제도를 도입하고 전문 투자자문업의 문호를 열고 있는 것이다. 시의 적절한 정책 결정이다.

그간 금융회사에서는 PB(Private Banker)가 직접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줬지만, 비싼 수수료를 댈 수 있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서비스가 제공됐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보편화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서민들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로보어드바이저제도를 활성화시키면 초고액 자산가들이나 받아온 맞춤형 프라이빗뱅킹(PB),자산관리서비스(WM)를 일반 서민고객들도 받을 수 있는 자산관리서비스 보편화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방법은?>

로보어드바이저는 한마디로 로봇이 개인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주는 자동화된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서비스다. 투자자가 입력한 정보를 알고리즘(문제해결 방식이나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동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리스크를 조정해가며 자산을 관리하는 일종의 자산관리 프로그램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robot)과 자문가(advisor)가 결합된 단어로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진짜 로봇이 고객과 대면해 상담을 하는 것은 아니라 금융시장의 빅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한 것을 토대로 정교하게 설계된 컴퓨터 프로그램, 즉 인공지능이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자산관리조언자다.

그 동안은 개인의 자산을 맞춤설계로 관리해 주는 자문서비스인 프라이빗뱅킹 업무는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이 주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상담과 자문을 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문가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기 때문에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은 배제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고 관리하게 된다.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면 사람이 상황을 종합,분석,판단,투자하는 과정보다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자산관리서비스의 질은 자문가(주로 PB)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나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상담이 가능하여 접근성이 양호하고 고객의 성향과 시장의 현상에 따른 맞춤형 상품을 로보어드바이저가 권해 주며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았던 글로벌 분산투자를 가능케 한다. 단, 로보어드바이저를 제공하는 업체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보편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이용수수료가 저렴하다. 자산관리회사로부터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연간 1% 이상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면 연 0.10~0.15%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시장의 상황과 전망은>

로보어드바이저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현재도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업무처리 영역은 점차 확대 중이다. 미국의 경우 자산관리시장 내에서 로보의 점유율은 2016년 현재 0.9%수준이나 2020년에는 5.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운용사를 비롯해 국내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집중하는 것은 타깃 고객을 20~30대 청년층 등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로보 이용수수료가 싸짐에 따라 일반 투자자 중 기계문화에 익숙한 사회초년생과 일반 고객군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 서비스로 수수료가 싸다는 장점에다 신기술 활용으로 젊은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국내 자산관리상담사들의 수수료 수준도 대폭 낮춰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 자산관리도 '로보어드바이저' 시대>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한 자산관리를 서두르고 있다. 제일 먼저 채비를 시작한 은행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해 12월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맞춤 은행상품 권유시스템'을 도입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쿼터백 R-1)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이 상품에 대해 "쿼터백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6개 자산군과 77개 지역, 920조 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의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WM)에 로보어드바이저리를 활용하는 은행들도 있다. 일정 금액을 해당 상품에 예치하면 상품 자체의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대상을 선정해주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3월 출시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자산관리(WM)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여 이를 접목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올해 업무계획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고 한 만큼, 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권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