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4차산업혁명, 얼마전 열린 다보스포럼의 핫한 토픽으로 전세계인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가져다주었다. 사무직 수백만명이 대량 감원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과 스마트한 공장, 도시, 운송수단에 이르기 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근본이 가상적인 공간으로 빨려들어가서 스마트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쏟아져나왔다.

그럼 4차산업혁명, 제조 4.0을 리딩하는 기업은 누구일까?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다. 그들의 메시지는 무섭도록 닮아있고, 거대한 몸집의 두 기업이 유연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나가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진짜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깜짝 놀라시길 바라면서... 최대한 잘 전달해야지 다짐한다.)

GE는 이미 과거글에서 소개했으니 오늘은 한번도 집중 조명한 적 없는 지멘스를 다루겠다.

우선, 지멘스는 어떠한 회사인가?

1847년 설립된 독일 회사다. 19세기의 전차, 전화, 20세기의 신호등을 만들고, 80년대에는 고속철도(ICE), 2000년대에는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을 리딩해온 기업. 기업의 역사가 산업혁명 이후 인류 기술의 발전 궤적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역사적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하면 유심히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Listen Carefully!

지멘스는 선언한다. 가상적인 세상(virtual)과 물리적인(physical) 세상을 융합시키겠다고!

디지털로 가상공간이 창조된 것이 20세기말에서 2000년대였다면, 2016년은 가상공간이 물리적인 세상을 향해서 진군하는 시기라는 함의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 출처=지멘스

4차산업혁명이 지향하는 가상적 물리적 세상을 기업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지멘스. 지멘스를 유심히 바라보아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디로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감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지멘스와 마찬가지로 GE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선언한다. "마음+기계(Minds+Machines)" 그러면서 아래 그림에 깔아놓는 메시지는 "당신이 속한 산업을 똑똑하게 만드세요!"

똑똑한 기계, 마음대로 알아서 하는 기계, 아니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의 마음을 지니는 기계를 GE는 꿈꾸는 것이다. 아래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지멘스의 방향성도 정확히 동일하다.

지멘스, GE 두 회사 공히 메시지가 뚜렷하면서도 함축적이고, 철학적이며, 역사적(phenomenal)이다.

그럼 보다 구체적으로 가상적 물리적 세상이 융합되려면 어떤 일들이 벌어져야할까 살펴보자.

 

기존에 있는 전통적 제조업의 자동화시스템(공장, 발전, 교통 등)에 디지털의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는게 지멘스의 해법. 그러기 위해서는 수직적인(vertical)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필요하고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스마트하고 모바일한 기기(사물인터넷, IoT)들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시스템은 망의 형태여야한다. (Web of Systems) 망은 다름아닌 인터넷인 것이고, 이렇게 되면 지멘스의 구체적 방법론은 다시 GE와 동일해진다. GE는 시스템의 망을 다름아닌 산업적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정확히 같다.

산업적 기계, 시설, 시스템을 모두 디지털화하고 모바일한 사물인터넷을 장착시켜 모든 것들을 연결시켜서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그 모든 것들의 데이터를 끌어 모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럼 데이터를 모아서 어떻게 할려고?

 

위의 그림에 두번째 단락에 등장하는 하나의 단어에 주목하라!

지널리틱스, 지멘스의 독자적인 데이터분석 플랫폼의 이름이다. 모여진 데이터는 자신만의 데이터분석 플랫폼에서 멋지게 유용하게 분석해준다는 제안이다. GE도 똑같은 제안을 던진다. Predix라는 브랜드로 이름만 다르다. 진화된 데이터분석이 궁극으로 지향하는 것은 결국 더 높은 효율과 생산성이다. 그 결과가 돈의 숫자로 이어지면 더 높은 투자대비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로 이어질 것이다.

 

위의 그림은 지멘스가 제안하는 시스템의 망(Web of Systems) 생태계를 보여준다.

전력의 생산 (풍력, 가스 발전)

스마트한 에너지의 관리 (스마트그리드) * 한국에는 인코어드 Encored라는 회사가 이러한 사업을 합니다.

디지털공장(스마트팩토리라고도 하죠)

스마트빌딩

의료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굵직한 인프라를 통째로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에 연결하고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고 예측하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을 모든 영역에 도입하겠다는 선언이 담겨있다. 온라인으로 모두 연결된 상부구조로 데이터는 수집되고 축적되지만, 동시에 하부구조의 수많은 기계 개체들 단위별로도 스마트함을 향상시켜 하부구조에서의 자체 판단능력을 지니게 한다고 한다.

 

위의 그림은 자율적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의 망을 설명한다. 스마트그리드를 사례로 들어서 스마트한 연결된 기기들이 에너지의 전송과 소비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센서)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전송된 데이터는 중앙의 컨트롤센터에서 최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동시에 각각의 구성 기기들은 자체적인 최적화를 위한 자율적 관리가 가능하다. 개별 기기부터 중앙 컨트롤센터까지 모두가 인터넷에 연결된 덕택이다. 모든게 연결되면 모든 것이 측정되고 관리될 수 있게된다는 심플한 명제가 도출되는 것이다.

지멘스가 제안하는 궁극의 결론은 "지널리틱스" 데이터분석 서비스다. 결국 복잡한 이야기 많이 해도 답은 하나다. 모든 사람, 기계, 사물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데이터를 생성하고 그 데이터는 분석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로 분석할 수 있어야 궁극의 생태계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쓴 글에서 나는 이것을 심플하게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지금은 IT에서 DT로 넘어가는 Data Technology 데이터기술의 시대다. 데이터기술의 시대에 데이터는 석유와 같다. 고로, 과거 석유를 시추하고 정제했던 거대 에너지 기업들이 누렸던 절대적 지위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정제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누릴 것이다.

지멘스와 GE는 미래의 부가가치가 어디서 창출되는지 아는 기업들이다. 그 핵심적 길목을 떠억하니 차지하고 통행료를 받으려는 심산으로 거대한 비전을 우리 앞에 제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래 그림은 지멘스가 제시하는 미래 5가지 변화의 메가트렌드다. 디지털화, 도시화, 글로벌화, 노령화, 기후변화

 

지금 이뤄지는 세상의 변화, 지멘스의 변화는 산업의 핵심부터 마디 마디까지 변화해야하는 워낙 거대한 전환이라 혼자 힘으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멘스와 GE는 모두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핵심적인 데이터분석의 툴, 그리고 연결된 망은 자신들이 직접 구축하고, 나머지 잔가지들은 모두 개방하고 있다.

마치 애플이 아이튠즈 앱스토어 생태계를 통해서 폭발적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가장 폐쇄적일 것 같은 인프라산업의 근본을 개방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를 절대 리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계 전략, 플랫폼 전략의 믿기지 않는 효율성을 너무 잘알아서 개방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지멘스와 GE가 이미 강점을 갖고 있는 전통적 영역에서의 연구개발 역량은 생태계를 지지하는 굳건한 기둥이다.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두 회사는 핵심역량(Core)을 강화하기 위한 과감한 인수를 이어나간다. 동시에 비핵심은 미쳤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과감하게 팔아제낀다. (뒤도 안 돌아본다)

GE는 그렇게 금융, 부동산, 가전사업 부문을 매각했고, 거꾸로 알스톰은 인수했다. 지멘스는 어찌보면 인수합병(M&A)에 관해서는 GE보다 더욱 유연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90년대부터 인수합병을 하나의 경영전략, 비즈니스 모델로 바라본 기업이 바로 지멘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간 M&A건수는 무려 400여건, 누적 금액은 50조원에 달한다. (아마도 최근 집계된 수치는 더 높을 것)

 

이 회사는 M&A를 그냥 본업으로 삼는 회사인 것이다. (위 그림에도 나온다. M&A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자신들의 경영 전략 방침이라고!) 워낙 큰 회사이기에 그럴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큰 규모 속에서 경영의 속도를 고속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신속한 비핵심의 매각, 핵심의 인수에 있다고 판단된다.

 

회사의 자회사, 사업부문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말랑하게 바라보고 언제든지 추가 확장을 위해서 협력사나 경쟁자를 인수하기도 하고, 현금을 아무리 잘 벌어도 중장기적 전략에 부합하지 않으면 오히려 고가에 매각해서 핵심에 집중할 실탄을 마련하기도 하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핵심적 경영 전략이자 역량으로 지속 강화시켜나가는 지멘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매각과 인수를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멘스가 인수합병을 강조한다고 자신의 자체적 연구개발에 절대 소홀하지 않는다. 위의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연간 6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3만명 이상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허출원과 대학과 산학협력도 이어나간다. 결국, 연구개발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필수적 요소이고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찾아나가기 위한 숙명이란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에서 말한다. "혁신은 우리의 생명과 같다.- Innovation is our lifeblood"

 

Outro. 그럼 이제 지멘스 특집의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한국 언론은, 정부는 항상 세계적 행사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우르르 소떼처럼 몰려다니면서 키워드 사냥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이래서 안된다 저래서 안된다 머리 아픈 현실 이야기에 매몰된다. 그런 무한반복이 한국인이 접하는 일상이다.

독일 지멘스가 제시하는 미래를 잠시라도 바라보라. 안.구.정.화. ㅎㅎ 4차산업혁명은 이렇다 저렇다라고 백번 말해봐야 뭐하나. 직접 미래를 현재에서 만들어나가는게 장땡이다. 역사를 만들어왔던 지멘스는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