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여유있는 계층들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창업시장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유한(有閑)창업’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생계형 창업과 달리 생활의 여유를 즐기며 사업체를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유한창업 아이템들은 기업형 경영을 전제로 하므로 경제적 여유를 가진 계층의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크다.

커피숍 열풍은 유한 창업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킨 촉발제였다. 누구나 예쁘고 멋진 공간, 품위 있는 사업체를 갖고 싶어 하는데 중대형 커피숍이 그 욕망을 자극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저가 커피 공세로 화려하던 중대형 커피숍들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유한창업 아이템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창작형 취미생활을 돕는 성인피아노학원이나 여행자의 낭만을 공유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수익성이 높고 운영이 간단한 휴게음식점 사업, 펀딩을 통한 위탁운영 사업 등이 유한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다.

이중 성인피아노학원은 문화사업이라는 장점 때문에 중상류층들에게 특히 관심이 높다. 일리를 찾기 어려운 음대 출신이나 예술가들에게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고, 음악을 통해 사회를 정화하는 힐링 기능으로 긍정적인 장점이 많다.

성인 피아노학원 프랜차이즈인 피아노리브레의 경우 점장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매장이 많은 유한창업 업종 사례중 하나이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곳인데 대학생 직장인 등 20~30대를 주 타깃으로 하는 사업이다. 매장은 카페처럼 깔끔하다. 피아노 음악이 울려 퍼지는 ‘우아하고 격이있는 문화사업’으로 중상류층 투자자들에게 인기다.

‘음악’을 통해 사회의 힐링에 기여한다는 점은 물론이고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우면서도 센터에서 일하는 음악전공자들과 ‘음악’을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자부심이 창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피아노리브레’ 김의영 대표의 말이다.

피아노리브레 가맹점중에는 지방에 거주하면서 서울에 있는 매장을 월 1~2회 방문하는 원격 경영 사례도 있다. 가맹본사는 최고의 음을 내기 위해 피아노 선정부터 교습실 관리, 방음시설, 피아노 조율, 초보자도 손쉽게 배울 수 있는 악보 제공 등 창업부터 경영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투자자가 매장에 상근하지 않아도 되는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

김의영 사장은 본사 역시 직영점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지만 점장만으로 매장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앞으로 다른 가맹점들도 투자형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한다.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든 고객관리, 레슨관리, 강사 관리 및 강사 만족도 관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IT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피아노리브레 가맹점들은 3억원대 투자로 총투자비 대비 연간 수익률은 30~40%를 상회하는 수익을 내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브랜드인 에그하우스 역시 유한창업으로 인기를 얻는 브랜드중 하나다. 에그하우스 이정훈 대표는 ‘본사 동업자 3명이 모두 게스트하우스 경영을 하고 있지만 매장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며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베이비부머 퇴직자의 창업 문의가 많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퍼스트클래스’라는 힐링안마카페도 윺한창업 아이템으로 등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한식뷔페인 풀잎채의 유한창업 방식은 또 다르다. 이 브랜드는 펀드를 조성해서 공동투자자들이 매장을 오픈할 수 있도록 한다. 투자자들은 투자만 하고 경영은 본사에서 직영점으로 운영해 책임지고 있다.

지난 1월 투자자금을 구하는 작은 기업들에게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유한창업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유망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본부에 투자를 하는 프라이빗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소형 매장에서는 떡볶이전문점인 죠스떡볶이와 닭강정 브랜드인 가마로닭강정이 유한 창업 아이템으로 한 때 인기를 끌었다. 일반적으로 소형 매장의 경우 투자수익이 떨어져 유한창업 보다는 생계형 창업에 더 적당하다.

유한창업으로 인기를 끌던 죠스떡볶이나 가마로닭강정은 매장규모가 작은 대신 A급 입지에 점포를 출점시켜 투자수익성을 높인 것이 유한창업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소형 쥬스전문점이 테이크아웃 커피점들도 A급 입지에 출점할 경우 유한창업 아이템으로 많이 선호된다.

요즘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마이너그 금리’가 화두다. 자금 여유를 가진 계층들은 생계형 창업을 원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젊은이들도 비슷하다. 이들에게 유한창업 트렌드는 새로운 관심분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