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4일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업체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장 LG화학과 삼성SDI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전기버스는 전기차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 뛰어들지 못하면 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시장은 큰 폭으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전기차 시장은 물론 전력용 ESS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SDI의 경우 중대형 전지를 중심으로 성장폭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완성차 제조사 JAC(江淮汽車)와 만나 전기차 신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으며 케미칼 부분 매각으로 인한 자본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산업에 나선다는 대단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출처=삼성SDI

LG화학도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을 정조준한 상태에서 외연적 확장도 거듭하고 있다. 세계 1위 ESS 기업인 AES Energy Storage(AES)와 ESS 분야 사상 최초로 ‘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몸집을 크게 불리며 나름의 준비에 나서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제재’는 삼성SDI 및 LG화학 입장에서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경우 막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기차 부분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곳이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한편 한국 정부를 비롯한 업계는 이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섣부르게 달려들면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반발심리가 중국 정부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흐름을 탈 경우 한국 기업도 실익이 없다. 극단적인 경우 외국 ICT 기업처럼 시장에서 쫒겨날 수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일종의 보복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경제에 정치가 개입하는 '나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