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열풍의 시대다. 두세 사람만 모여도 화제는 어떻게 돈을 불릴 것인가에 대한 것으로 모아진다. 주식이나 펀드로 소위 대박이 난 사례를 얘기하지만 종자돈이 없는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처럼 투자를 하기 위한 기본은 은행 거래다. 은행 거래를 통해 종자돈을 만들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서 건강한 재테크가 시작된다.

직장 3년차인 김정석(32)씨는 친구들에게 좀 답답한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다른 이들이 펀드나 주식 투자에 관한 얘기로 열을 올릴 때 그저 웃기만 한다. 김씨는 급여의 절반 이상을 은행 예·적금에 넣는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결제하고 나머지 돈은 모두 CMA(자산관리계좌)에 넣어두고 최대한 아껴서 생활을 한다. 그리고 다음 달 월급날이 올 때쯤이면 CMA에 남은 돈을 다시 은행에 모두 넣어버린다.

펀드처럼 몇 배의 수익률이 나지는 않지만 그저 개미처럼 열심히 모을 뿐이다. 사실 김씨도 현재의 은행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마이너스 금리 수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목표한 금액을 종자돈으로 만들기까지는 이 방식을 고수할 생각이다.

지난해 옆자리 동기가 펀드를 잘못 선택해 2년여 모은 돈을 잃어버리는 것을 본 후에는 그 마음이 더 굳어졌다.

요즘처럼 재테크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면서 은행상품에 돈을 묻어두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투자를 위한 종자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은행만큼 좋은 곳도 없다.
은행예금의 장점으로는 우선 원금 보장을 들 수 있다.

저축은행도 예금을 넣어두면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가 되기 때문에 원금을 손실할 우려가 없다.

둘째, 추가적인 시간 손실이 없다. 펀드나 주식을 하려면 이것저것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수익률이나 주가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예금을 하면 이런 정보를 얻기 위해 빼앗기는 시간이 없으므로 자기 할 일에 충실할 수 있다.

셋째, 수익률에 대한 걱정이 없다. 대부분의 은행 예금은 금리가 고정돼 있다. 예금을 처음 가입한 날을 기준으로 이미 예금금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내려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넷째, 대출 걱정이 없다. 주식이나 펀드는 수익률에 민감하다. 수익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많기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펀드·주식을 처분해버리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출을 생각하기도 하는데 대출이자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은행예금의 경우는 이자를 약간 포기하더라도 원금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대출할 필요 없이 예금을 해지하면 된다. 예금이나 적금을 담보로 하는 대출도 고려할 수 있다.
 

각 은행에서 주거래 고객에게 주는 다양한 혜택을 살펴보고 선택한다면 재테크에 도움이 될 것이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주거래은행 먼저 만들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은행 이용을 잘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은행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주거래은행부터 만들라고 권한다. 주거래은행이란 기업의 은행 거래 중 가장 많은 자금을 거래할 뿐만 아니라 인적, 정보적으로 밀접한 은행을 말한다.

하지만 개인에게 주거래은행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하는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거래은행을 잘 이용하면 재테크에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 식당을 예로 든다면 단골손님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많이 주는 것처럼 주거래 고객이 되면 수수료와 예금, 대출 등의 금리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거래 고객이 되려면 우선 주거래은행으로 만들고 싶은 곳에서 급여통장을 만든다. 그리고 신용카드나 예·적금, 보험 등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자신이 주거래 고객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은행이 최근 3개월간의 은행 실적으로 주거래 고객을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는 곳에서 자격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지 꾸준히 점검해보고 살피는 것이 좋다.

주거래 고객의 가장 큰 혜택은 금리다. 주거래 고객이 되면 예금과 적금에서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대출은 더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수료도 우대받을 수 있다. 인터넷뱅킹이 무료이거나 ATM기기 수수료 면제를 받는 경우가 많다. 환전 시에는 환율 우대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와 서비스도 덤이다.

은행마다 그 종류가 다르지만 문화 활동을 지원해주는 서비스, 항공권 서비스, 면세점 서비스 등 은행과 다양한 제휴를 맺고 있는 기업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각 은행에서 주거래 고객에게 주는 혜택을 잘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주거래은행을 이용하면 타 은행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주거래은행이라고 해서 무조건 최고의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주거래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다른 은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거래 은행의 금리와 혜택을 중심으로 타 은행 상품의 금리 등을 비교한 후에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주거래은행 이렇게 고르면 편리

■ 제1금융권으로 고른다.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주거래은행을 고를 때도 역시 안정성이기 때문에 제1금융권을 고르는 것이 좋다.

■ 은행이 가까워야 한다.
은행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방문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집이나 회사에서 멀지 않은지를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 ATM기기가 많아야 한다.
사실 직장인이 평일에 은행을 다녀오는 게 쉽지 않다. 때문에 ATM기기는 은행을 대신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다. ATM기기가 많이 있는 은행을 선택해 은행 업무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게 좋다.

한상오 기자 hanso11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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