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영 사주학자.

“丁亥년(1587년) 12월(癸丑), 두만강 저편의 시전이란 곳에 오랑캐 땅에서 귀순했던 오랑캐가 다시 반란을 일으켜 북방 각처를 침략할 때 장군은 백의종군하여 여러 고을의 수령에게 선봉이 되기를 청하자, 장군의 영특하고 용맹함을 이미 아는지라 장군을 선봉으로 삼았고, 장군이 먼저 나아가 오랑캐들이 잠든 틈을 타 예상치 못한 시간에 공격해 괴수 3명을 베고 남은 오랑캐를 험준한 골짜기로 꾀어내 복병으로 격파하고, 그 수급을 받쳐서 백의종군의 벌을 면했습니다.”

“음! 조선의 철천지 원수 히데요시란 놈은 덴쇼 15년(1587) 20만 대군을 이끌고 규슈를 공략해 시마즈군을 항복시켜 서일본 전역은 히데요시 영역으로 들어간다. 조선에서 어리석은 벼슬아치들의 추잡한 권력의 대립이 있을 때, 일본은 맹렬한 무사들의 천국이 되었으니 다음에 오는 임진왜란은 당연지사로 조선이 약해서 빚어진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한다.”

“장군께서 백의종군이 해제되어 한양 집에 한가로이 머무르며 항상 탄식하시기를 ‘대장부 세상에 살아감에 나라에서 쓰면 충성을 다하여 목숨을 바쳐 자신을 뒤로 할 것이요, 쓰지 아니하면 구름 속에 밭 갈기와 달 아래 낚시질하기를 일삼을 것이오. 만일 본디 품었던 뜻을 권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여 덧없는 세상의 허영을 몰래 훔친다면 이것은 내가 부끄러워하는 바이다’라고 하시면서 고향집에 은거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남이(南怡) 장군을 함정에 빠뜨려 죽인 유자광이 들었다면 또 어떤 중상모략을 하여 장군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순신 장군 같이 훌륭한 분도 중상모략을 당하니 일반인이야 얼마나 많은 모함과 함정이 주변에 보이지 않게 깔렸겠는가?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다. 한 사람이 태어날 때의 과정이 어마어마하여 억조창생이라고 했지!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각자의 욕심에 의해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며 역사를 이어온 것을 보면 인간과 인간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서 길과 흉을 알고 사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기본을 알려주는 학문이 곧 무엇이냐?”

“네, 그거야 말도 필요 없이 역학입니다. 戊子년 윤 6월(己未)에 문무에 능한 재주를 가진 충신들을 물색하는데, 대신 중에 유성룡, 정철, 정탁의 무리가 이순신, 권율, 김시민, 신립, 이억기, 곽재우, 김덕령을 적임자로 추천했습니다. 비변사에서 불차탁용(不次擢用, 관계의 차례를 밟지 않고 특별하게 벼슬을 올려줌)에 선발되어 신립이 첫 번째, 이순신 장군이 두 번째에 있었으나, 백의종군한 일로 비록 죄인에서 풀려나기는 했으나 아직 서용의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하여 임관되지는 못했다.”

“戊子년에 승진을 했지만,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흉신 운에 걸려 일어난 일이다. 용신인 격을 子(수)가 日支에 있는 午(화)를 건드려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불운이다. 장군과 같이 훌륭한 생각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조정에 불만을 품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일본의 아케치 같은 자는 자기가 모시는 주군을 작은 일로 인하여 척살하는 일도 있었는데, 장군은 불운을 만나도 의연하게 살아가셨던 것을 보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이 내세운 일본 일련정종의 니치렌 선사의 사상 ‘입정안국(立正安國, 정의를 바로 세워 나라의 평안을 도모함)’보다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사람들은 작은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 망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역사에 나올 정도의 인물이라면 무조건 상격(上格) 사주에 해당한다. 그런 상격사주들도 자신의 갈 길을 몰라 나라의 역적이 되어 민족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없냐?”

“네, 저는 사주가 좋든지, 나쁘든지 간에 자신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상격사주라도 정신이 썩어 있다면 운이 나쁠 때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신문사 화백으로 필명을 떨치던 자가 어느 날 사기꾼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중심이 중요하다고 보고요, 어려서 어떤 성향의 부모 밑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보물도 돼지우리에서 뒹굴고 있으면 보물이라고 할 수 없듯이 인간도 머릿속에 무엇을 담고 사느냐에 따라 향을 피우는 사람이기도 하고 똥을 뿌리고 사는 사람이 되기에 인간의 마음을 담고 살아야 인간이 되듯이 인간이면서 짐승의 생각을 담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사람답게 사는 길이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