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한국의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설립된 IBK기업은행이
올 8월 1일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5월 12일에는 목표치보다 세 달 앞서 개인고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신천지,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쾌거”라고 말했다. 조 행장이 1000만명 달성에 이처럼 흥분하는 이유는 이 수치에 중소기업과 함께한 IBK기업은행 50년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1961년 8월, 자본금 2억여원을 납입하며 중소기업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현재 183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며 ‘BIG 4’의 자리에 오른 IBK기업은행. 50년 역사 동안 과연 무엇이 IBK기업은행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었는지 짚어본다.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은 지난 5월 상반기 최대 목표였던 1000만 고객 달성에 성공했다. 당초 목표 시한이었던 창립기념일(8월1일)보다 2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1000만 달성 기념행사에서 “지난 50년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IBK루트’를 개척한 역사적 사건이며 신천지,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쾌거”라고 했다. 그는 또 “기업의 테두리에 갇혀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던 개인고객의 영역을 ‘무한한 광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61년 8월 중소기업은행 개점식 장면(초대은행장 박동규).


60년대 당시 중소기업은행 본점 건물.


1000만 고객은 중기 저리자금제공 기반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마저 개인고객 유치전쟁에 뛰어 드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조 행장은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에 대해 말한다.

“중소기업에 한 푼이라도 싼 자금을 많이 공급하는 게 기업은행의 큰 역할이다. 금융 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늘어난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19조3000억원 중 기업은행이 17조6000억원을 맡았다.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인 수신 기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고객이 없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변동성이 높은 시장성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000만 고객 달성은 기업은행의 지속적인 신규고객 유치와 교차판매 활성화 등 개인부문 유치전략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은 목표 달성을 위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신상품과 신서비스 출시, 획기적인 학교 마케팅 등으로 신규고객을 창출했다. 단일상품 보유고객에 대해서는 교차판매로 유효고객화 작업을 시도했고 교차판매 시에는 금리를 우대하는 전용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창구 조달에 큰 역할을 하는 우수고객 관리와 신규 창출을 위한 PB센터를 신설해 세무사와 부동산 전문가가 출장 상담 서비스를 하게 했다.

이런 노력으로 기업은행은 개인고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개인예금은 전년대비 약 4조원(11.9%)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를 통해, “양질의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중소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위기 때 되레 대출 확대 ‘막강 구원투수’

기업은행의 모태는 농업은행이다. 농업은행은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금융조합’이 뿌리이자, 금융조합은 전국 단위의 최대 조직이었다. 농업은행이 1961년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되며 기업은행 50년 역사의 첫 발걸음을 디딘 것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으로 출발한 기업은행은 국내에서 위기가 터질 때마다 중소기업 도우미 역할을 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13조9000억원 줄였을 때 기업은행은 오히려 6000억원 늘렸다.

2004년 신용카드 사태 때는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5조9000억원 가운데 74%인 4조7000억원을 기업은행이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전년 대비 6조1000억원 줄였지만 기업은행은 5조2000억원을 더 공급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금리도 깎아줬다. 2009년엔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금융계에서는 이와 관련 부실우려 목소리도 있었지만 총자산 성적표를 보면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은행의 올 1분기 현재 총자산은 183조8000억원.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81.6% 늘어난 1조2901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순이자마진의 개선과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은행권 최고 수준의 비용효율성 등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이자부문 이익은 전년 대비 22.3% 증가한 4조3552억원, 비이자부문 이익은 전년 대비 373.8% 증가한 487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총대출은 9조3000억원 늘어난 11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93조원으로 시장점유율 20.7%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은행의 자기자본금 변화 그래프를 보면 자기 자본금 및 이익 잉여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은행 예금이 펀드 쪽으로 빠져나가 은행돈이 말라가는 구조의 시중 은행과 기업은행은 분명 차이가 있다.


순이익 등 실적은 이미 ‘4대은행’ 대열 합류

기업은행의 비전과 중장기 전략은 종합 금융기업으로써 빠르게 민영화에 적응하고 여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50대 선도 금융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수치상으로 이미 ‘빅4’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국제회계기준(IFRS) 올 1분기 순이익을 놓고 볼 때 5672억원으로 국민은행(7405억원)과 신한은행(6471억원)에 이은 국내 3위. 우리은행(5075억원)과 하나은행(4056억원)을 앞질렀다.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68%로 다른 은행의 2.26~2.44%를 앞서고 있다.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2%로 다른 은행에 비해 최고 두 배 수준이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 주가는 저평가 받고 있다. 기업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으로 주당 순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이유는 정부 지분이 72.1%(재정부 68.6%, 정책금융공사 1.9%, 수출입은행 1.6%)에 이르러,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가 전체의 27.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정부가 8.4%의 지분 매각을 시도하겠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던 것처럼, 정부가 언젠가는 보유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른바 오버행 리스크.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기업은행 주가 전망에 대해 낙관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PF가 1조6000억원으로 대형 은행 중에서 가장 적고, 충당금 적립도 잘 돼 있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는 평가다. 다른 은행보다 자산 증가율이 높지만 자산 증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점도 높게 평가 받는다.

대출자산이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순이자마진이 양호하게 유지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고, 이 점은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힘이 됐다는 것이다.

이학명 기자mrm97@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