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 원장.

전 세계에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제주도는 32년 만의 폭설로 공항이 폐쇄된 지 42시간 만에 운항이 재개됐고, 미국 동부지역에는 최고 1m가 넘는 폭설로 7억달러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추위 속에서도 대형 쇼핑센터나 서점들은 호기를 맞았고, 미국의 난방 수요 증가로 추락하던 국제유가가 9%나 급등하는 등 일시적이지만 긍정적인 징조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날씨는 산업과 업종, 또는 상품에 따라 호불호(好不好)의 양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옛날에는 날씨와 온도 정보가 우산을 가지고 나가야 할까 말아야 하나 이런 정도의 단순한 정보로만 필요했다면, 이제는 우리 생활경제와도 아주 밀접한 중요 정보가 되어 있다.

예전에 동지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오뉴월에 비가 많아서 풍년이 들고, 산에 띠구름이 걸리면 날씨가 맑고, 서산에 구름이 걸리면 비가 온다거나 곡우에 비가 안 오면 논이 갈라져 흉년이 들고, 벚꽃 싹이 일찍 바래면 여름 날씨가 좋다는 정도로 일상의 예측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금은 국지 정보나 확률 정보, 장기 예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날씨를 잘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세계 경제의 80%는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이 직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날씨는 농업, 어업, 스포츠 등 일부 산업에 제한적으로 활용됐으나, 오늘날에는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예측 가능한 날씨는 대체로 대응 프로그램들이 상당 수준 준비되어 있다. 비교적 예측이 쉬운 장마철에는 유통업계에서 다양한 날씨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자영업 시장에서도 상당 부분 활용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비가 오면 비의 양과는 관계 없이 평균 10% 이상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 마케팅을 동원한다. 예를 들면 비 오면 추첨권 당첨 확률을 높여주고, 장마철에 장마상품을 구입하면 50% 할인, 레인커버 제공, 놀이공원 입장료 반값 등 일반적인 마케팅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할인 전략은 자영업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그러나 자영업에서는 유통업체보다 좀 더 세밀한 날씨 마케팅이 필요하다. 성공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모 제과 프랜차이즈는 기상·매출 관계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 판매지수’를 개발, 보급해 한 달 만에 조리빵 매출을 30% 끌어올리기도 했고, 어느 김밥 전문점에서는 날씨변화를 예측한 재료 구입으로 30% 이상 원가를 절감해 점포당 월 150만원가량의 매출상승 효과를 보기도 했다.

날씨 예측을 잘 해서 대비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가게의 매출 변동 폭은 30% 정도라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가게들, 특히 유통소매업에서는 경기보다 마케팅, 마케팅보다 날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서도 날씨 마케팅을 잘 활용해 순식간에 돈을 번 사례들이 꽤 많다. 고전이긴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1주일 동안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타오바오왕’이라는 쇼핑몰에서 우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00%나 늘었고, 장화도 3배나 많이 팔려서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일본에서는 비만 오면 우산 판매가 급증하는데 ‘방사능 비’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우산이 많이 팔리는 국가는 일본으로 작년 한 해 동안 1억3000만 개가 팔렸다. 그런가 하면 장마철에 패션 코디를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기업은 지난해 장마 덕분에 단숨에 인기 앱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아웃도어브랜드 ‘할리한센’은 점포 내부에 기상 모니터링 장비를 두고 기후에 따라 실시간으로 진열을 다르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마치 막간의 연극무대처럼 날씨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 와서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날씨 정보는 미국에서 194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가 지난 1992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포인트 예보를 민간사업자가 하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상청이 독점하고 있어서 사업화하기가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당시 일본의 포인트 예보는 주로 낚시, 골프, 서핑 등에 적용하고 있었는데, 1988년에 창업했다. 반면 한국은 1997년에 민간 날씨정보 제공업체가 탄생하긴 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서비스이다.

그렇다면 온도의 변화가 자영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필자의 빅데이터 분석과 부산 동의대 김현주 교수의 논문을 종합해 보면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21℃에서 매출이 늘기 시작하고 31℃부터는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냉면 전문점은 18℃에서 증가하고, 28℃에서 티핑포인트가 된다.

소매업에서는 24℃가 되면 민소매 판매가 급증하고, 21℃에서는 5부 소매옷 판매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또한 22℃에서는 개량한복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온도이고, 18℃가 되면 하복 착용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16℃에서는 춘추복을 착용하며 11℃가 되면 동복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다. 그런가 하면 기온이 급강하한 다음날은 겨울상품이 많이 팔리는데, 특히 기온 낙폭이 클수록 매출 폭도 늘어난다.

강수 여부에 따라 판매 품목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유독 오디오, TV, 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이 잘 팔리는데, 대형 가전은 값도 나가고 집안의 분위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여 살지 말지를 의논해야 하는 제품이어서다. 비가 올 때는 유독 흰색 옷이 더 잘 팔린다. 상식적으로는 젖으면 얼룩질까봐 더 기피할 것 같은데 기분을 밝게 하려고 구매하는 것은 아닐까 추정한다.

100㎜ 이상 큰 비가 왔다면 바로 다음날보다 이틀 뒤에 가장 많이 팔리는데 평소의 맑은 날보다 약 20~30% 더 오른다. 실제로 맑은 날 소매업 평균 거래건수는 28건인데 반해 비 오는 날은 19건, 비 온 이틀 뒤에는 35건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맑을 때는 니트, 점퍼, 긴 바지 등이 잘 팔리고, 비 올 때는 대부분의 상품 매출이 떨어지지만 반팔 면티, 긴팔 면티, 스커트 등은 맑은 날과 차이를 보이지 않고 팔린다.

그렇다면 혹시 날이 덥거나 비가 오면 로드숍보다 인터넷 쇼핑몰 매출이 더 늘지 않을까 싶어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봤다. 결론은 식품류를 제외하고 쇼핑몰에서 날씨는 구매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보다는 오히려 기온에 더 민감한 상품도 있다. 예를 들면 기온이 0~5℃일 때는 양주가, 6~10℃일 때는 소주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기온이 30℃ 이상일 때는 0℃일 때보다 맥주 판매량이 70% 이상 늘어난다. 다만 장마와 같은 비 오는 날은 콜센터가 바빠진다. 즉 근처 식당에 배달시키는 전화가 늘어나기 때문.

이처럼 날씨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미국의 한 컨설팅회사 보고서를 보면, 뉴욕 증시의 경우 맑은 날의 수익률은 24.8%로 궂은 날의 수익률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고, 영국이나 프랑스 증시도 평균적으로 맑은 날 수익률이 흐린 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데이터를 기초로 했는지 모르지만,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부근의 한 고급음식점은 날씨를 보고 다음날 손님 수를 예측해서 식재료 장을 보는데, 날이 궂으면 30%를 낮춰 구매한다. 이 가게 점장 얘기는 “날씨가 궂으면 주식 해서 손해 보는 사람이 많아 외식 안 하고 주점으로 바로 간다”는 것. 어쨌든 이 가게는 버리는 게 그만큼 적어서 실제로 이익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과거에 우리나라 여의도의 한 식당도 주가에 따른 가격변동제를 도입해 오르면 값을 같이 올리고, 떨어지면 밥값을 내려 영업하기도 했다.

이제는 경기보다는 마케팅, 마케팅보다는 날씨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은 시대인 만큼 요즘과 같은 강추위나 곧 급상승하게 될 온도에 대비해 올해의 마케팅 전략을 미리 짜보는 것은 어떨까.